성적조작은 그들에게 최선이었을까
성적조작은 그들에게 최선이었을까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10.31
  • 호수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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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입장에서 본 성적조작

인간은 대부분 이성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기 이전의 어린시절에 신념을 얻는다. 이 시기에는 무비판적으로 감각을 수용하고 비추론적인 본능을 갖고 있으며 교육자들의 미덥지 못한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우리의 신념은 부실한 기초 위에 세워진 위태로운 건축물과 같다.

나는 흐릿한 캔버스의 먼지를 걷어내기 위해 일생에 한 번 쯤은 의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의심해 봐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각각의 신념을 하나하나 검사해 볼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은연 중에 지금까지의 습관에 의해서 강요당해왔던 신념을 정반대의 상황을 가정해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얼마전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대학 내 전산망의 취약점을 이용해 성적을 조작한 대학생들을 불구속 입건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취업난에 두려움을 느껴 성적을 조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양심보다 경제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양심을 지켜야한다는 신념보다 경제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일도 가능하다는 신념이 승리한 것이다.

사회는 양심을 지키지 않은 이들을 비난하고 있다. 사회가 강요하는 신념 또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이들의 판단이 최선이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회적 신념인 양심이 작용하지 않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성적이 높을수록 취업에 유리하므로 성적조작이 가능한 학생들은 대부분 이를 시도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평가의 의미가 없어지므로 혼란이 야기된다.

만일 성적 조작이 대학에서 혼란을 일으키지 않아 이 대학생들이 아무 문제없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가정하자. 이들은 실제로 평가된 실력보다 낮은 능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들을 채용한 회사는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성적을 믿지 못하게 된 기업은 또 다른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취업 준비생들은 변한 기준에 혼란을 겪을 것이다. 또한 성적을 조작해 취업한 사람은 기업에서 그에게 요구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해고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양심에 대한 사회적 제재가 없는 상황이라도 성적 조작의 결과는 좋지 않으며 경제적 목적 또한 달성하기 어렵다. 사회적 제재가 존재하는 현실 세계에서는 성적 조작이 발각되면 낮은 성적을 받았을 때보다 취업에 훨씬 큰 제약을 받게 된다. 결국 성적 조작이 밝혀지지 않아도, 밝혀져도 이들은 성적조작을 하지 않은 이들보다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되므로 성적을 조작한다는 발상은 비합리적이라 판단할 수 있다.

성적 조작을 한 대학생들은 과거 경험에 비춰 성적을 조작하는 편이 자신의 미래에 이득이 될 것이라 생각해 행동에 옮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판단은 수많은 오류로 오염돼 있다. 진리를 찾고 싶다면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학문도 마찬가지다. 나는 내 선생님들을 존경했지만 그들의 스콜라주의적인 주장들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것들은 처음에는 의심스러웠고 생각을 거듭할수록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오직 수학만이 추론의 확실성과 명석함 때문에 나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

내게 책보다 더 좋은 스승은 경험이었다. 나는 직접 광학과 생리학을 실험했으며 조금이라도 불확실한 것은 모두 의심해보고 실험을 통해 검증해 봤다. 여기서 의심은 틀렸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

직접 유리알을 갈아보기도 하고 송아지를 해부하는 등의 이러한 실험을 통해 나는 빛의 굴절과 같은 자연 법칙을 직접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의 경험도 허상일 수 있다. 나는 실제와 거의 비슷한 꿈을 꾼다. 그러나 꿈은 진실이 아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철학적 반성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더라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의심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그렇게 생각하는 내가 존재하므로 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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