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주파수 고갈 사태
비상! 주파수 고갈 사태
  • 유현지 기자
  • 승인 2009.10.31
  • 호수 13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족한 주파수 영역 효율적 관리 필요

자원 부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석유, 석탄과 같은 에너지 자원 뿐 아니라 환경오염으로 물 부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자원 부족 현상은 눈에 보이는 자원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나날이 주파수의 필요성이 증대되며 주파수 영역도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휴대폰 및 무선통신기의 사용률은 늘어만 가고 텔레비전의 방송 채널도 수를 더해간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초석인 RFID도 주파수를 이용한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언제 어디서나’ 사용하고 있지만 주파수의 높은 활용도는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주파수는 이미 자원으로써 효율적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주파수도 관리가 필요한 ‘자원’
유선을 기반으로 했던 통신시장이 점차 무선으로 대체되고, 인터넷 통신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주파수도 한정된 재화로써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자원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주파수의 개념은 넓다. 사람이 인지하는 일반적 소리도 ‘가청 주파수’로 주파수 중 하나다.  광범위한 주파수 대역 중 우리가 통신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전파 주파수 영역은 일부분이다. 현재 사용하는 주파수보다 낮은 영역은 이론적으로는 실용화가 가능하나 현실에서는 적용이 어렵다. 안테나의 크기가 상용화하기 불편할 정도로 커져야 하거나 기지국의 수를 보다 빈번하게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보다 높은 주파수 영역은 많은 이점을 갖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기술적인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주파수 영역의 수요가 주파수의 대역을 넘어서도 효율적인 관리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

1990년대 초반까지는 주파수 관리의 관건은 혼신 및 간섭의 방지였다. 당시까지는 주파수에 대한 수요가 적었기 때문에, 목적 신호 이외의 신호가 섞여 통신 장애를 발생하는 혼신현상을 막는 기술 개발이 주안점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주파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자 혼신뿐만 아니라 공정한 배분과 신규 전파자원의 확보까지도 주파수 관리의 과제가 됐다.

이중근<공학대ㆍ전자및통신공학전공> 교수는 “주파수 영역 확장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은 정부의 효율적인 주파수 영역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파수는 타 자원에 비해 독과점구조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통신시장 자체에 진입장벽을 높인다. 제한된 주파수의 공급과 대역별의 질적 차이로 주파수 할당이 시장점유율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공정적인 경쟁을 위해 전통적으로 정부기관에 의해 규제되고 있다.

주파수를 관리하는 체제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명령과 통제, 시장기구방식, 공유방식이다.
‘명령과 통제’ 방식은 정부가 이용 용도, 특정 서비스 및 기술에 맞게 주파수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시장기구방식’은 시장경쟁에 따라 특정 서비스 및 기술의 제약 없이 경매 등의 수단을 통해 수요자에게 배분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공유방식’은 배타적 이용권없이 다수가 주파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공유방식’에는 혼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명령과 통제 방식’과 ‘시장기구방식’을 변형해 관리한다. 일본이 ‘명령과 통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시장기구방식’에 따른 주파수 경매제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파수 대역을 일정한 권리와 의무가 부여된 재화로 인식하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거래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이용자가 주파수를 구매해 분배하는 것이 경제적인 효율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또 이용권이 명확히 설정되면 이해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혼신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시장기구방식’을 기본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두 방식의 장ㆍ단점 차이로 둘의 효율성 차이에 대해 논의와 대립은 지속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주파수 관리, 남겨진 과제
우리나라는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와 기술적 파급효과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 △해당 주파수에 대해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전파의 기술적 진흥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주파수 배당금을 받고 주파수를 배분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기존 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로 주파수 분배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해 주파수 배분의 균등성을 높인다.

우리나라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책임 하에 주파수가 관리되고 있다. 방통위는 주파수 대역별로 수요층에 배분하고, 배분된 주파수 대역 사용을 중앙전파관리소에서 감시한다. 방통위는 3~4년의 한 번 씩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RC(세계 주파수 회의)에 참석해 다른 나라들과 함께 주파수 영역 분배에 대해 협의하고 우리나라 전파법에 반영하고 있다.

WRC에 협의단의 일원인 이 교수는 “한국은 주파수를 잘 관리하는 나라 중 하나”라며 “국제 협약에 맞춰 잘 관리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방통위의 주파수 관리 정책에 대해서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작년 말 정부가 저주파수 대역의 재 할당 및 회수재배치와 여유 주파수 할당 계획을 발표하자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는 방송주파수 회수 및 재배치 계획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제출했다. 또 방통위는 TV채널 52번부터 69번에 해당하는 주파수를 회수해 경매에 붙이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측은 공익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 주파수 영역이 차세대 통신주파수에 할애 된다면 공익을 위한 서비스의 기회 수요의 기회가 줄어든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박성규<SBS·기술팀> 부장은 “경매제에서는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송은 수익 면에서 통신회사에게 밀릴 수밖에 없다”며 “만약 경매제로 전환하게 되면 방송 주파수들이 통신회사 위주에게로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오랫동안 3개 이동통신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변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S사가 시장지배력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황금 주파수’라 불리는 우량 주파수 대역인 800MHz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올해 안에 800∼900㎒의 저대역 주파수를 재배치할 예정이다. 800∼900㎒ 대역은 전파 도달거리가 길고 장애물을 돌아가는 회절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전파의 질을 위한 별도의 투자비를 절약할 수 있다. 뿐 만 아니라 방통위는 오는 2011년 6월 말 주파수를 모두 회수해 재배치를 계획이다. 이전 경매에서 1조 3천억원까지 올라갔던 경매가가 소비자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인가 등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 주파수 재분배에 대해 방통위와 수요자들의 의견이 합의 되지 않은 상태다.
이 교수는 “형평성을 위해 재분배가 빈번히 이뤄질 경우 주파수 특성에 맞는 하드웨어 설비도 자주 바뀌어야 하는 등 장애가 많다”며 “수요자 모두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