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학점, 10명 중 5명 받는다
A학점, 10명 중 5명 받는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09.10.10
  • 호수 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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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제도 개선으로 학점 인플레 해결할 것
학점인플레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과 학생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이유나 기자

우리학교의 학점 인플레가 심각하다. 정보공시 사이트 ‘대학 알리미’에 게재된 성적 분포 자료에 따르면 작년 2학기 서울배움터 전공과목의 A학점(A+,A0 포함) 분포는 46.5%, 안산배움터 전공과목의 A학점 분포는 49.21%로 나타났다.

안상윤<건양대ㆍ병원관리학과> 교수는 “학점 인플레가 심화되면 기업과 같은 사회적 수요자가 교수와 학생들의 자질을 불신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학점 인플레가 심화되면 학점 신뢰도와 학생의 학업 의욕이 감소해 학업 경쟁력이 뒤쳐져 대학 목표인 인재 양성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두하<경상대ㆍ경제학부 09> 군은 “학점 인플레가 심화돼 일정 기준만 넘으면 좋은 학점을 받기 때문에 성적에 비례하는 실력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학점 신뢰도가 낮아진 상태다. 김선범<삼성전자ㆍDS부문홍보그룹> 처장은 “과도한 학점 상향 평준화로 변별력이 감소해 평가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약화됐다”고 밝혔다. 

각 대학들은 이에 따라 학점 인플레를 낮추기 위한 대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체 과목의 A학점 분포가 48%로 조사된 서울대는 교수연구팀을 만들 계획이다. 서울대학교 교무처장 김명환<서울대ㆍ수리과학부> 교수는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의 비중 조정을 통해 제도적 장치를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평가와 절대평가의 비중 조정은 학점  인플레를 낮추기 위한 중요 대안으로 제시된다. 우리학교 상대평가 과목의 A학점 비율은 서울배움터 32.7%, 안산배움터 31%로 절대평가를 실시하는 전공과목의 A학점 비율보다 각각 13%, 18% 낮았다. 음대학장 강해근<음대ㆍ관현악과> 교수는 “과목 분류를 통해 상대평가 과목을 늘려 A학점 비율을 낮출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배움터 박기준<교무처ㆍ학사과> 계장은 “소수 인원이 수강하는 과목이나 개인 편차가 심한 외국어 과목의 경우 절대평가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박 계장은 “무엇보다 전공과목 교수의 철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학교는 △핵심교양과목 △일반교양과목 △기초필수과목 △기초택필과목이 상대평가 과목으로 지정돼 있으며 이 외에는 모두 절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엄격한 절대평가를 실시하기가 쉽지 않다. 취업난에 직면한 학생들은 엄격한 학점 배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도정영<공대ㆍ화학공학과 04> 군은 “기업이 요구하는 3.5학점 이상의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학점 인플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엄정한 평가를 실행하기는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학교 교수 A는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취업과 직결되는 전공과목의 학점을 높게 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김영구<방통대ㆍ교무처> 처장은 “엄격한 절대평가는 표준화된 기준 제시와 학점비율공개와 같은 제도적 개선으로 학생들의 인식을 바꿔야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방송통신대학의 A학점 비율은 약 16%로 8학기만에 졸업하는 학생은 전체의 30% 정도다.

박 계장은 “학생들의 인식 개선을 위해 점진적으로 제도 개선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학점 인플레의 한 원인이었던 재수강 제도의 기준을 2012년부터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서울배움터의 경우 기존의 학점포기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관련기사 2ㆍ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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