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예의를 갖춘 우리 한양인이 되길
지적인 예의를 갖춘 우리 한양인이 되길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9.27
  • 호수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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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새 한 달이 돼가지만 여전히 한 낮의 햇볕은 지난여름 그대로인 듯하다. 우리 학생들의 옷차림 역시 아직 여름 테를 벗어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요즘 강의를 하다보면 종종 눈에 띄는 겉 차림새 중 일명 ‘쪼리’를 신고 등교하거나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게 된다. 때론 화장실에서 신고 있을 법한 슬리퍼를 끌듯이 신고 오는 학생들도 더러 보이기도 한다.

워낙 자유분방하고 자신만의 개성 연출이 특이한 요즘의 디지털 세대라고 해도 그러한 모양새가 내 눈에는 그들 세대만의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방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한 기성세대의 시선이기 보다 확실히 요즘 우리 학생들이 내 첫눈에 보이는 예절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소위 지성이 물결치는 상아탑이라는 대학 생활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는 우리 학생들의 예절감 상실의 표정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걸쭉한 육두문자를 써가며 입담을 자랑하는 우리 학생들, 수업 시간에 행여나 달아날까 두 손 꼭 잡고 수업에 임하는 연인처럼 보이는 학생들, 지나쳐 가는 사람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의 애정표현은 어슴푸레 어둠이 깃들 무렵 캠퍼스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예절을 통해 자신들이 신분을 특권화하려 했던 중세의 시대의 그 엄격한 예절을 배우자는 것도 아니며, 왕실이나 귀족들이 향유했던 전통적 예절을 높이 평가해 그때의 예절방식으로 회귀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리된다면 오히려 더더욱 어울리지 않는 불편한 외투를 걸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아무리 일상생활의 행동양식이 단순화되고 간소화되고 있는 현대 생활이라 해도 인간관계에 있어 윤활유와 같은 일반적인 생활예절만은 잊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예절이란 것이 반드시 지켜야하는 준수사항은 아니다. 인간관계에 있어 사회적 위치에 따라 적절하게 행동을 규제하는 관습이기는 하지만 강제되지는 않기 때문에 예절은 행위자 스스로의 정신적인 의식 없이는 행동으로 발현되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는 겉 차림새에서도 어쩌면 그 사람의 기본적인 지적 소양을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비록 작지만 좀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그런 예절을 통해 지적 소양을 갖춘 우리 학생들이 더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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