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팬덤문화와 데스핑거
어긋난 팬덤문화와 데스핑거
  • 심재환 기자
  • 승인 2009.09.13
  • 호수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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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PM의 리더 박재범 군이 팀 탈퇴를 선언하고 미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연습생 시절 마이스페이스에 대한민국을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 글이 얼마전 인터넷상에 공개되면서 ‘재범 한국 비하 발언 논란’이란 타이틀로 일파만파 퍼졌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글의 내용은 ‘Korea is gay’, ‘I hate Korea’ 정도다. 물론 듣기 좋은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사적인 자리에서 이뤄진 대화이며 발언 시점 역시 박 군이 공인이 되기 전이다. 앞선 내용들을 미뤄 봤을 때 표현의 자유로 이해할 수 있으며 뿐만 아니라 공인으로서 공개적으로 한국을 비하 또는 비난한 것 역시 아니다. 따라서 박 군을 비난하고 미국으로 내쫓은 것은 억지며 실수다.

하지만 재범 군이 대한민국을 비난한 사실 아닌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언론들은 앞다퉈 이슈로 다루고 박 군의 발언을 비판아닌 비난하기 이르렀다. 또 많은 누리꾼들도 비난하기 시작했다.

결국 여론의 비난을 이기지 못한 박재범 군은 팀 내 자진 탈퇴를 선언한다. 끝내 박 군을 비난했던 언론과 누리꾼들의 바람대로 박 군은 탈퇴를 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이와 유사한 사건들처럼 마지막에 남은 것은 빗나간 애국주의와 어긋난 팬덤 문화에 대한 성찰뿐이었다. 고 최진실 씨 사건과 도대체 뭐가 다른 것인가.

당시 최 씨를 앞다퉈 비난하며 아무런 죄가 없는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 넣은 후, ‘우리가 잘못했으니 반성합시다’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대한민국은 언제나 스토리가 같다. 한 사람을 벼랑 끝까지 몰아간 다음 또는 벼랑 끝에서 밀어버린 후, 자책하며 우리들의 잘못을 뉘우치자고 말한다.

역시나 사태가 극에 치달은 후 많은 언론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재범 군을 옹호하는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어느 언론도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이는 미친 짓이다. 이처럼 박재범 군의 탈퇴 사태는 대한민국 사회와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번 꼬집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들어난 인터넷 문화의 폭력성, 잘못된 팬덤 문화와 언론의 보도 윤리의 망각에 대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까.

어찌보면 이번에도 같은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다. 올바른 팬덤 문화의 정착, 인터넷 폭력 문화의 근절이 그 답일 것이다. 또 인터넷 사용자들과 언론이 ‘데스핑거’의 역할을 지속한다면 더이상의 해결은 힘들다.

결국 그들의 손가락이 또 누군가를 다치게 하고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재범 군의 목숨을 뺏지 않았다는 것은 유일한 희망이다. 아직 기회는 있는 셈이다.
대학 언론에 몸 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특히 기성 언론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부디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데스핑거’를 이제는 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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