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에서 펼쳐지는 그녀들의 드라마
한양에서 펼쳐지는 그녀들의 드라마
  • 문종효 기자
  • 승인 2009.09.13
  • 호수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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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당찬 포부, 류현경<예술학부ㆍ연극영화학과 02> 양

연예인을 인터뷰하는 날이라 모두들 긴장하고 있을 무렵 신문사에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온 그녀, 류현경<예술학부ㆍ연극영화학과 02> 양이었다. 직업상 취재를 많이 받았으련만 아직 적응이 안되는 듯 수줍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영락없는 대학생이었다. 얼마 전 교지와의 인터뷰를 보고 친구들이 ‘허세부리지 말라’며 놀렸다는 그녀의 모습에서 여대생 특유의 순수함이 느껴졌다.

배우에서 감독으로의 영역 확대

류 양은 이번 ‘충무로국제영화제’ 단편부문에 전공 워크샵 작품 「광태의 기초」를 출품해 감독 신분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영화 「광태의 기초」는 표정을 지을 수 없는 병에 걸린 30대 남성 광태가 이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여인을 위해 표정짓기를 연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병을 갖고 있는 미성숙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평범하지만 병을 지닌 사람이 고통을 겪어가며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열정적인 인간사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모두들 그런 광태의 모습이 희망적이란 말보단 씁쓸했다는 평을 해주시네요(웃음).”

이렇게 자신의 처녀작이 호평을 받고 영화제 본선에 진출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30분 가까이 되는 영화의 연출을 맡다보니 전체적인 흐름이나 맥락, 구도 등을 예상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기만 하다.

“연출가라면 감성과 이성이 적절히 배합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걸 통제해야 해요. 하지만 저는 전체적인 틀을 계산하지 못하고 너무 감정적인 측면만 강조했죠. 그게 참 아쉬워요. 머리를 쓰지 못하고 마음만 쓴 것 같아서요.”

어렸을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류 양은 영화ㆍ연출에도 관심이 많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연기자 출신이 연출을 했다’고 비아냥대는 꼬리표를 달고 싶지 않다. 그녀의 이런 강한 신념은 영화를 좋아하는 취미에서 비롯됐다. 

“평소에 영화 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 기분이 우울하거나 힘들 때는 영화를 보면서 제 자신을 달래곤 하죠. 이미 봤던 걸 또 보기도 하고 새 것을 보기도 해요. 장르에 상관없이 다 좋아해서 그날그날 기분에 맞춰 작품을 선택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접한 수많은 작품들이 저에게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 

그녀는 요즘 배우활동을 할 때는 미처 몰랐던 것에 대해 배워가고 있다. 감독의 입장이 되면서 다른 상황과 환경에 대한 이해심이 넓어졌다고. 연출가는 모든 사정이나 변수를 빠짐없이 체크해야 한다. 그 범위는 배우들의 연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명, 시나리오, 세트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을 꼼꼼히 체크해야 하는게 연출가의 사명이다.

“감독은 아무나 되는게 아니더라고요(웃음). 연출가의 입장이 돼서야 지시하는 위치의 어려움을 실감했어요. 처음에는 그게 나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좀 외롭기도 하고 서럽기도 했어요. 이제 촬영이 잘 안될 때 감독님들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요.”

류 양은 앞으로 연출보다 연기에 전념하고 싶다. 연출을 포기한 건 아니지만 첫 작품을 찍고 나니 영화감독은 영화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연출에 대해선 좀 더 공부를 하고 연극영화학과에서 매년 제출하는 워크샵 작품에서 다시 시도해볼 예정이다.

“내년에 학기 작품으로 영화를 한 편 찍을 것 같아요. 그때는 연출ㆍ연기를 다 해볼 계획이에요. 물론 조금 힘들기는 하겠지만 뜻 깊은 경험이 될 거에요.”

그녀는 다시 태어나도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망설임 없이 말한다. 이런 류 양이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녀는 오래전부터 정신이상자를 연기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신이상자에 대해 너무 궁금한 게 많아요. 왜 그들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지 직접 연기하면서 알아가보고 싶거든요”

졸업을 앞두고 되뇌이는 그 이름, 한양대

그녀가 우리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선택한 데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찍었던 영화 「비천무」의 영향이 컸다. 당시 「비천무」의 감독을 비롯한 연출진 대부분이 우리학교 동문이었다고.

“「비천무」를 찍을 때 감독님과 다른 분들께 한양대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어린 제가 보기에 그 분들은 각자 나이차가 있음에도 권위의식 없이 즐겁게 일하셨죠. 그때부터 제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한양대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이 생긴 것 같아요.”

그녀는 학교에 와서 거둔 최대수확이 친구라고 말한다. 연예인임에도 시원시원한 말투와 털털한 성격을 지닌 그녀의 모습은 누구와도 잘 어울릴 듯 했다.

“입학할 때는 제가 특별한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곤 했죠. 정말 그때의 기억은 잊을 수 없을 거에요. ‘이런 게 대학생이구나’하고 느꼈을 정도니까요. 그전까지 가졌던 대학에 대한 생각을 바꿔놨죠.”

류 양은 이번 학기가 마지막 학사과정이다. 졸업을 한 학기 앞둔 그녀는 연극학 전공과 영화학 전공으로 나눠진 우리학교 연극영화학과에 대해 아쉬워했다. 세부전공으로 나눠져서 어느 한 쪽밖에 공부할 수 없게 됐단다.

“우리학교 연극영화학과는 원래 연극학과 영화학이 한 과로 통합돼 있었어요. 그래서 연극을 하려는 사람이 영화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영화 관련 직업을 구하려는 사람도 연극 지식을 공부할 수 있었는데 그게 없어져서 좀 아쉬워요. 물론 한 분야에 집중하는 건 그 나름의 장점이 있겠지만 저는 영화학을 배우면서 연극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게 참 좋았거든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에 허세로 보일까 겁난다며 장난스럽게 웃는 그녀. 류 양의 소탈한 모습에서 여느 여대생들처럼 수다를 떠는 그녀와 친구들의 모습이 선연히 보이는 듯 했다.

어릴 적 류양과 활동했던 아역배우들은 현재 대부분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돈을 충분히 벌었으니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선배나 동료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분야에 갈 수도 있지만 저는 학우 여러분이 현재 추구하는 진로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후배들에게 지금 원하는 것을 그만두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느 분야를 가든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잃지 않는 자세, 그게 가장 중요한 교훈 같습니다.”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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