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후소 ‘한양 100년의 꿈’
회사후소 ‘한양 100년의 꿈’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9.07
  • 호수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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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권<관리처> 처장

100년의 옛말은 ‘온’이다. 온이라는 말은 숫자로서는 사라졌지만 온갖, 온전히, 온 세상, 온 집안 등에서 맥락을 찾을 수 있다. 이때 ‘온’은 모든 것을 의미한다. 숫자로 ‘백’이라는 말도 그렇다. 백방으로 수소문하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 등에서 100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의미한다.

영국이 홍콩을 조차하면서 기간을 99년으로 했다. 100년으로 하는 것은 영구식민지를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영국은 100년 후의 중국을 예측하지 못했다. 100년 후 중국이 국제사회의 주요 국가로 힘이 커지고 홍콩을 중국에게 반환하게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100년을 헤아리는 지혜가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달라도 한참 달랐을 것이다.

미래를 예견하는 일은 수월치 않다. 그래서 미래를 그리고 방향을 잡는 지도자는 뛰어난 혜안과 튼튼한 철학적 바탕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2009년 한양대학교는 역사적인 개교 70년을 맞이해 서울캠퍼스의 70번째 건물로 새로운 본관을 준공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 위에 서게 됐다.

70년의 역사 속에서 새삼 한양학원 설립자이신 백남 김연준 선생의 혜안과 철학적 안목에 고개가 숙여진다.
「논어(論語)」의 한 구절에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있다. 바탕이 있어야 색을 칠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탕이 없는 지식은 독이 될 수 있고, 철학이 없는 실천은 칼이 될 수 있다. 지식과 실천이 국가를 위하고 인류를 위하려면 바탕이 되는 철학이 있어야 한다.

한양의 바탕은 ‘사랑의 실천’의 정신이다. 사랑의 정신과 실천의 정신은 둘이 아닌 하나의 문제다. 사랑이 있기에 실천은 따뜻하고, 실천이 있기에 사랑은 아름답다. 행당 동산에 처음 터전을 잡고 한양 100년 너머의 구상을 밝힌 설립자의 첫마디가 소중해 진다.

백남 선생은 1959년 초대 총장으로 취임하면서 이러한 한양 100년의 꿈을 ‘愛之實踐’ 휘호에 담았다. 백남 선생은 ‘사랑의 실천’의 인생철학을 평생 가슴에 품고, 일생 동안 줄기차게 주창하면서 사회적으로 확산하는데 앞장선 실천인 이었다.

백남 선생의 ‘愛之實踐’ 휘호가 공식적으로 처음 기록된 것은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3년 11월 11일자 한대신문 지령 100호 기념특집 머리 면을 장식하고 있다.

서울배움터 본관의 중앙 홀 오른쪽 벽면에 걸려 있는 ‘愛之實踐’ 휘호는 1977년 원단작품을 확대한 것이다. 여러 휘호 중에서도 점과 획, 구성이 조화를 이루며, 고아정연하고 유창하면서도 강건해 높은 인격과 품격을 자아내는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랑의 실천은 근면ㆍ정직ㆍ겸손ㆍ봉사의 네 가지 덕목을 구현하는 것이니, 최선을 다해 땀 흘려 일하고, 의로운 절차와 방법에 따라, 한쪽이 다른 한쪽의 인격을 존중하며,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돕는 것을 말한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중한 가치들이 퇴색돼 가는 이 시대에 실로 가정, 사회, 국가에서 새겨야 할 실천 덕목을 집약한 철학이 아닐 수 없다.

사랑의 실천의 이상인 사랑의 실천으로 인류가 화해롭고 조화로운 세계, 인류를 향한 따뜻한 사랑이 실천되는 아름다운 세계를 꿈꿔 보면서 한양에서 피어오를 실천의 향기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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