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의 딸들을 위하여
한양의 딸들을 위하여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9.07
  • 호수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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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희<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며칠 전 부산에서 열린 세계여성과학자대회 아시아 네트워크 회의에 다녀왔다. 주로 과학 기술 및 공학계열에서 강의와 연구를 하는 학자들이 참석하는 회의이지만 젠더 특별 세션이 있었다. 이 세션과 관련해 나는 사회과학자지만 조직위원으로 참석했고, 글로벌 여성리더십에 대해 발표했다.

이 대회에서 주류는 물론 과학 기술 공학에 대한 발표였지만 그들은 각국의 젠더와 조직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한 한국 발표자는 이 대회를 주관한 한국여성과학자회의 조직을 소개하고 여성과학자들의 위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논의했다. 여성과학자들은 이 분야에 여성이 적다는 것을 인식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 90년대에 비로소 이 조직을 만들었고 그들의 지위와 권력이 조금씩 상승했다.

그들의 논의를 보면서 비록 전공은 다르지만 여성으로서의 그들의 고민과 노력이 나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면서 공학으로 명성을 날리는 한양대를 돌아보게 됐다. 왜 한양대 공대의 여교수는 참여한 분이 아무도 없었을까? 한양대의 여교수와 여학생은 너무 주눅 들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는 공학 분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전공분야에도 해당되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올해 5월에 한양대 여성연구소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남녀공학대학의 여성’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움을 열었다.

여기에서 ‘남녀공학대학의 여교수’와 ‘남녀공학대학의 여학생’이라는 연구가 발표됐다. 한양대에 여교수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교수 비율은 2005년 현재 11.9%로서 전국의 여교수 비율 15.2%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여교수의 전공분포를 보면 의약, 예체능, 인문 등 특정 전공계열 편중현상을 보이며, 공학계열과 자연계열에 가장 적게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교수의 보직비율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양대 학사 출신 여교수는 2000년 이후 급증하긴 했지만 2008년 현재 30.8%로서 남교수의 48%보다 훨씬 낮다.

남녀공학대학에서 여교수가 적은 것은 여교수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여학생들에게도 영향을 준다. 우리학교 여학생은 여교수를 통해 자신의 역할 모델을 찾고,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을 배울 수 있다. 한양대 학사출신 여교수 비율이 낮은 것은 그들이 재학기간 중 여교수가 적었던 것과 관련 있을 것이다.

우리학교 여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해 리더로서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서 대학당국에 몇 가지 제언한다. 첫째, 변화된 환경 속에서 진정한 남녀공학의 이념 및 목표를 재창출할 필요가 있다.

여학생을 남학생과 같게 교육하는 것을 넘어서 여성의 차이ㆍ특수성ㆍ가치를 인정하면서, 적극적으로 여학생들을 위한 교육 비전 및 목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여교수의 증원과 대표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적 제도적 차원에서 국공립대 여교수 할당제와 비슷한 제도를 사립대에도 도입해 전공별 분포 개선해야하고, 중요 보직 여성 비율을 높여야 한다. 남성중심 대학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특히 여학생이 40%에 육박하는 만큼 여학생을 위한 부서를 마련할 필요도 있다.

셋째, 양성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교육을 해야 한다. 예컨대 여학생에게는 ‘여성리더십’을 가르치고, 젠더관계, 여성학 교육을 확대해 여성리더를 길러내야 한다. 여성자신, 남성 모두와 특히 대학당국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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