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유있는 폭풍갈굼
그의 이유있는 폭풍갈굼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09.07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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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교수의 「재무관리」강의
김대식<경영대ㆍ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가 강의하는 「재무관리」 시간은 늘 긴장으로 가득 차있다. 시선은 김 교수에게 고정돼 있었지만 여자 친구 생각을 하고 있던 학생은 폭풍처럼 쏟아지는 질문에 쩔쩔맨다. 학생의 머릿속은 하얗고 얼굴은 붉다. 매 시간마다 벌어지는 이런 광경에 학생들은 김 교수에게 ‘폭풍갈굼’이란 별명을 붙였다.

“질문을 받은 학생은 그 내용을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또 다른 학생들도 언제 어떻게 당할지 모르니까 집중하죠”. 질문은 김 교수의 수업을 이끄는 핵심이다. 타 경영학 과목과 마찬가지로 「재무관리」도 기본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여러 가지 기본 아이디어를 가르치기보다 기본 아이디어에 접근하는 방법과 응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술술 대답할 수 있는 학생은 드물다. 김 교수도 정확한 답을 기대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경제학자들이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이유를 이해하고 응용 방법을 떠올리길 바란다.

그는 실제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이나 신문 내용을 통해 아이디어가 응용되는 예를 설명한다. 이렇게 수식이 손끝을 떠나 현실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재무관리」에 흥미를 느끼는 학생이 많다.

“사람들은 어렵다는 선입관을 갖고 경영학이 싫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난 한 학기동안 열심히 공부해보지 않은 사람은 ‘난 죽어도 경영학은 공부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강의를 들으면 괴롭다. 질문을 받을까 매 시간 불안하게 떨리는 마음뿐만 아니라 매주 퀴즈와 과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제를 하기 위해 주말을 모두 보내는 학생도 있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예습은 하지 않아도 복습은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입장이다. 그 역시 질문을 만들고 퀴즈를 내고 채점하는 과정이 힘들지만 그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재무의 기본 원칙을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는다.

김 교수는 2002년에 베스트 티처상에 선정됐다. 그는 이 상금을 계기로 경영대 교수들의 상금과 외부 기부를 받아 경영대 장학금 조성을 추진했다. “대한민국에서 교수는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꾸준한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돌려줄 때가 됐죠. 가르치는 것은 교수로써 당연하고 중요하지만 그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장학금은 당시 IMF의 영향으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학생들에게 도움을 줬다.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뭐든지 해주고 싶어해요. 단지 그 방법을 모르죠. 학생들은 교수를 어렵게 생각는데 ‘지나가다 들렀어요 그냥 차 한잔 주세요’ 하고 왔으면 좋겠어요”
이시담 기자 lerne@hanyang.ac.kr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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