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심장으로, 깨달음이 있는 영화를 위해”
“따뜻한 심장으로, 깨달음이 있는 영화를 위해”
  • 최서현 기자
  • 승인 2009.09.06
  • 호수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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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담는 영화감독 오기환<연극영화학과 86> 동문

영화감독은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대로 영화를 만들어 가는 ‘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다. 처음 마주한 그는 넉살좋은 옆집 아저씨 내지는 성격 좋은 교수님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이어갈수록 그의 말에서는 강한 사람의 냄새가 났다.

한양대에서 얻은 동문의 힘
그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서 학사로 졸업을 한 뒤, 서강대, 동국대 현재는 연세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많은 대학을 거친 그는 한양대에서 끈끈한 동문의 힘을 느꼈다고 말한다.

“학부생 시절, 한양대 말고도 영화 쪽으로 강한 학교는 몇 있었지만 굳이 한양대를 선택한 이유는 동문의 힘이 강했기 때문이었어요. 우리학교를 졸업한 선배가 교수로 우리를 가르치는 경우가 많았어요. 동문이기 때문인지 배우는 입장에서도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가깝게 다가온 것 같아요”

오 동문은 영화배우 설경구, 유오성 동문, 영화감독 김지훈, 한지승 동문과 함께 공부했었다며 자랑스럽게 소개한다. 또 영화배우 이영애 동문은 오 동문의 첫 작품인 「선물」의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이영애 동문은 같은 학교 출신인데다 첫 작품에 출연해 기억에 남아요. 이 동문 외에도 다른 동문들을 보면 기분이 괜시리 짠해지더라고요”

앞으로 배우 이병헌, 강동원 동문 등 충무로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찍어보고 싶단다.

순진했던 학창시절, 순수한 후배들
오 동문 역시 동문으로서 후배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음 학기부터는 우리학교 대학원에서 대중문화 관련 강의를 한다. 자신이 다녔던 인문대에 오랜만에 찾아가니 감회가 남달랐다고.

“제가 학교를 다닐 때 연극영화학과는 인문대 소속이었어요. 당시 108계단을 오르내리며 힘겨워 했었는데, 여전하더군요. 학교의 그런 환경 덕에 체력을 많이 쌓았죠(웃음)”

그는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학창시절 그는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던 우등생이었다. 그만큼 학구열도 높았지만 당시 자신은 너무나 ‘순진’했었다고 말한다. 알고 싶은 것은 많았지만 그 만큼의 정보를 찾기 힘들었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찾아보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지금 후배들을 보면 너무나 순수해요. 아는 것도 많고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여기저기 넘쳐나지만, 대학생으로서 순수한 마음을 가졌고 겸손하기도 하죠. 옛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에요”

오 동문의 재학시절 연극영화학과는 지금처럼 연극전공, 영화전공이 나눠져 있지 않았다. 영화 연출 쪽에 조금 더 관심 있던 그였지만 연극 연출도 자연스레 같이 배울 수 있었다. 그는 그때 배운 정서가 아직 남아있어 지금도 연극 연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오 동문은 지금과는 약간씩 다른 교육환경 속에서 배웠기에 지금과 같은 학구열을 갖게 된 것이다.

20대를 가르치며 느낀 젊음
그는 한국종합예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임하면서 영상미디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왔다. 영화감독만으로도 바빴을 법도 하지만 오 동문에게 학교는 젊은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로서 의미가 있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영화에 관심을 갖고 영화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학생들에게서 그들의 젊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들이 말하는 영화와 제가 말하는 영화가 일치할 때에는 교감을 할 수 있었고, 일치하지 않았을 때에도 그들의 새로운 생각을 듣는 것이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죠”

오 동문은 아직도 학생이다. 무엇이든 배우고 싶어 하고, 배우는 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는다. 영화감독의 경력과 상관없는 것일지라도 관심이 있다면 바로 묻고, 학습하는 ‘학생’이다. 최근에는 칵테일 만드는 것에 흥미를 가져 칵테일 자격증을 땄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에게서 그의 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하게 먹되 걸러서는 안 될 ‘밥’
“영화는 밥이라고 생각해요”
그에게 영화는 에너지다. 삼시세끼 먹어야 하는 밥처럼 오 동문에게는 자기 자신을 지탱해 주는 것이 바로 영화다. 그러나 그가 영화를 만들 때 편식은 없다. 그는 멜로 영화 「선물」, 코미디 영화「연애의 정석」, 공포 영화「두 사람이다」, 옴니버스 에로스 영화「오감도-순간을 믿어요」 등 다양한 상업영화 장르에 도전 중이다.

“첫 작품 「선물」은 인간만 있고 깨달음은 없는 영화였어요. 그 다음 작품 「작업의 정석」도 웃음만 있고 깨달음이 없었죠. 저는 작품에 ‘깨달음’이 담겨 있을 때 그것이 상업영화에서 예술영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 동문은 깨달음이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여러 장르의 영화를 제작하며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 수준은 현재 10점 만점에 4점 정도라고 말한다. 궁극적으로는 10점짜리 예술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지만, 이를 위해서는 타고난 예술적 재능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하나씩 나아가는 중이라고.

“개인적으로 임권택 감독을 존경해요. 그는 모든 장르의 영화에 도전했고 결국 예술적 성취를 이뤘어요. 저도 예술적 재능을 기르기 위해 다큐, 실험 영화 등 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지금은 색다른 코미디 영화를 준비 중이고요”

따뜻한 심장을 갖고 시작하는 ‘지금’
영화는 보는 이에게 삶의 위안이 된다. 차가워져 가는 세상 속에서 영화는 기댈 수 있고, 나를 웃게 하고 울게 하는 친구 같은 존재다. 이런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똑똑한 ‘차가운 머리’가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심장’이라고 오 동문은 말한다.

“후배들을 가르치게 된다면 영화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보다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먼저 가르치고 싶어요. 이것을 먼저 깨닫게 되면 인간을 담는,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아는 것이 많을 때가 아닌 심장이 데워진 그 순간, 영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에게 있어서 가장 재밌었던 것은 영화였고,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심장이 따뜻해지는 것 같단다. 마흔이 넘는 나이지만 그는 아직 학생이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언제든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뜻.
“먼저 머릿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무엇을 생각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이것을 하고 싶은 지금, 내 심장이 따뜻한가를 봐야죠. 스스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바로 시작해야죠. 그게 언제가 됐든”

사진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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