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허문 독립예술 대중에게 손을 뻗다
벽 허문 독립예술 대중에게 손을 뻗다
  • 문종효 수습기자
  • 승인 2009.08.30
  • 호수 1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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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호흡하는 다양한 문화행사로 거듭나

국내 예술계에 독립예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얼마 전 독립영화 「원스」와 「워낭소리」가 흥행에 성공하고 비주류 예술가들의 작품만을 판매하는 업체들이 생겨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그러나 대학생들이나 일반 시민들에게 있어 ‘독립예술’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생소하다. 적잖은 사람들이 독립예술을 ‘기존의 시장에서 잘 팔려나가는 것과는 다른 것’, ‘자기만을 위해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독립예술의 시작
독립예술은 현대 주류예술의 소비 지향적 구조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독립’이라는 단어는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하자는 취지에서 따왔다. 지난 1996년 5월 홍대 앞에서 열린 ‘스트리트 펑크 쇼’를 시초로 90년대 중반부터 독립문화가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독립예술의 흐름은 지난 1998년 개최된 ‘독립예술제’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왔다. 당시 ‘언더그라운드의 문화반란’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던 이 행사는 독립예술을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렇게 대중문화 균열내기에 치중했던 그들의 시선은 최근 들어 대중과 소통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철저히 비상업적이고 음악에 대한 헝그리 정신을 강조했던 과거에 비해 대중 친화적이고 자신의 의도와 대중적 선호를 적절히 배합하는 예술적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독립예술가들의 요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이하 프린지 페스티벌)’은 지난 2002년 독립예술제를 모태로 탄생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독립예술제가 아티스트들의 자발적 욕구로 이뤄진 축제였다면 프린지 페스티벌은 국제 프린지 네트워크와 연계해 확고한 사무체제와 활동력을 가지고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축제를 기획한다는 점에서 독립예술제의 확대ㆍ개편이라고 볼 수 있다.

프린지 페스티벌은 주류문화와 비주류문화의 선을 긋고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 두 문화의 화합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비주류 예술가들을 상호 연계 및 교류시키고 그들만의 소통기반을 대중에게까지 연결시키려는 의도도 갖고 있다.

해가 갈수록 그 규모나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실내 작품전은 작년에 비해 25%가량 늘었고 관람객이나 대학생 자원봉사 활동가들도 증가했다. 이로 인해 평소 독특한 예술취향을 가진 사람들은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기도 한다.

홍대 앞 놀이터 지구에서 공연「도시의 사계」로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한 이수진<새시대의예술연합ㆍ가수부문> 씨는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예술을 보여주고자 이번 페스티벌에 참가했다”며 “민중 예술을 이시대의 주인공인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자주 접하기 힘든 공연에 사람들이 공감할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쁘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예술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고 웃었다.

독립예술의 매력에 빠진 학생들
독립예술 속에서는 대학생들이 주체가 돼 공연을 기획하기도 한다. 특히 영화부문에서 대학생들의 참여가 활발하다. ‘미장센단편영화제’ 출품작이자 최근 ‘베니스국제영화제’ 단편부문에 초청받은 영화「엄마의 휴가」의 주연을 맡은 임지현<예술대ㆍ연극영화과 07> 군은 “독립영화는 비상업적이어서 감독이 연출하고자 하는 점을 노골적이고 은밀하게 전할 수 있다”며 자율성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독립영화는 주제적인 측면에서 자유로워서 상업영화와 달리 ‘발칙한 상상’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독립영화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배우 류현경<예술대ㆍ연극영화과 95> 양도 자신의 졸업 작품으로 영화「광태의 기초」를 발표하며 감독으로 공식 데뷔했다. 남자주인공 광태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광태의 기초」는 ‘충무로대학생영화제’ 본선 출품작으로 선정돼 류 양은 감독 자격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독립예술에게 남겨진 과제
독립예술은 외형적으로나 내부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독립영화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한 것 문제다. 장인우<예술대ㆍ연극영화과> 교수는 “‘독립영화는 무엇이다’라고 정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이 불명확하다”며 “독립영화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해야 일반 대중들이 이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 교수는 “독립영화를 상업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정도로 여기는 감독들의 인식 또한 독립예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그는 “현실적인 고민이기 때문에 감독 개인을 비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인식 자체는 문제가 있다”며 “독립예술에 대한 사명감있는 감독이 더 배출돼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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