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호에만 급급한 개정 저작권법
저작권 보호에만 급급한 개정 저작권법
  • 서정훈 기자, 안원경 수습기자
  • 승인 2009.08.30
  • 호수 129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리자 중심에서 벗어나 사용자 배려도 고려해야

▲ CCL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크. 첫번째 두번째 마크를 기본으로 나머지 3가지 마크를 조합해 CCL을 만들 수 있다. 단, '수정 금지'와 '동일조건하에 2차 가공을 허락'은 동시에 사용할 수 없다. 장은진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는 지난달 23일 개정 저작권법을 시행했다. 기존 저작권법은 타인의 저작물을 사용할 때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는데 개정 저작권법 역시 기존 저작권법의 요지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장진숙<문화체육관광부ㆍ저작권정책과> 직원은 “드라마를 캡쳐해서 블로그에 올리고 노래가사를 게시하는 등의 사례는 개정 전에도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였다”며 “개정 이후 네티즌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규제가 강화됐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 저작권법이 이전 법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삼진아웃제’의 도입이다. 삼진아웃제란 저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면 민 형사상 책임과 함께 부과할 수 있는 문광부의 행정명령을 말한다. 문광부는 상업적 이득을 위해 저작권이 있는 창작물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업로더에게 3번까지 경고를 준다. 3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저작권법을 위반하면 최대 6개월 동안 인터넷 계정이 정지되고, 불법 업로더의 이름으로 생성된 같은 홈페이지 내 다른 계정 또한 모두 정지된다.

장 직원은 저작권법의 개정 이유에 대해 “창작물의 불법복제는 대부분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불법복제를 효과적으로 근절해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 저작권법을 통해 불법복제에 대한 효과적인 근절을 통해 왜곡된 유통구조를 바로 잡고 문화 컨텐츠에 대한 창작의욕과 투자의욕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다.

개정 저작권법 시행 이후 변화
저작권 침해 사례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면서 유명 포털 사이트는 물론 카페와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새로운 법에 맞춰 저작권 침해 게시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유명 포털 사이트의 경우, 사용자가 포털 사이트에 기반을 둔 카페나 게시판에 자료를 올릴 때 해당 파일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파일인지 판단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대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 ‘ㅆ’에서는 게시판에 사진, 동영상, 텍스트, 음악 파일 등을 올릴 경우 ‘저작권을 침해하는 파일인지 확인하는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이를 통해 저작권을 침해하는 파일이 아닐 경우에만 게시판에 파일을 올릴 수 있도록 조치돼 있다.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는 P2P 사이트의 경우 저작권자가 온라인상에서의 허락한 다운로드 제휴 콘텐츠만 합법적으로 거래가 가능하지만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불법 파일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유명 P2P 사이트 중 하나인 ‘ㅇ’ 운영팀에서 근무 중인 직원 A는 “불법 파일이 올라왔을 경우 업로더의 징계는 물론, 해당 P2P 사이트에도 과태료가 부과돼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불법 파일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처벌이 강화됐다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사용자들이 잘 못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 유명 포털 사이트 ‘ㄷ’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 B는 “처음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 됐을 때는 회원들이 저작권에 위배되는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도록 단속을 철저히 했지만 지금은 지상파 방송의 게시물만 단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 저작권법 규정에 의하면 카페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자료가 저작권법을 위반한 자료들이지만 아무런 제재가 없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B는 “개정 저작권법을 시행하면서 저작권을 침해하면 더 이상 인터넷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처럼 이야기하더니 솔직히 달라진 것을 못 느끼겠다”며 “인터넷 사용자들만 혼란스러워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뜨거운 감자, 개정 저작권법
개정저작권법이 시행된 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온라인에서 창작물을 사용하는 것은 모두 규제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장 직원은 “온라인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창작물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면 강경하게 처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창작물에 저작물의 복제 배포 허용을 의미하는 특정 CCL(Creative Commons Licence)마크가 붙어있을 때나, 저작권자의 사후 50년이 된 창작물, 영화, 드라마, 도서 등 관련된 내용을 비평할 때, 저작물을 일부 인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창작물의 사용이 가능하다.

사회 일각에서는 개정저작권보호법이 저작권자의 권리에만 치중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은 “이번 개정안은 사용자를 생각하지 않고 저작권 보호에만 목적을 두고 있는 것 같다”며 “사용자를 배려하는 부분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음원에 대한 저작권을 위탁ㆍ관리하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각종 포털 사이트 간의 저작권 관련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협의의 목적은 포털사이트가 일정 금액의 저작권료를 지불해 해당 포털 사이트에서는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문광부는 네티즌이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창작물을 사용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해 ‘공정이용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정이용제도는 저작자의 본질적인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금전적인 손실을 입히지 않는 한 권리자의 허락 없이 합법적인 이용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공정이용제도가 완전히 도입되면 유명 가수의 노래가사를 게시판에 게시하는 것도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는다.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 이후 사회혼란에 대해 윤 사무처장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개정저작권법이 시행된 것이 문제”라며 “각 분야의 의견 수렴을 통해 저작권자와 사용자의 입장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온라인에서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