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열정에서 청년의 향기를 느끼다
노년의 열정에서 청년의 향기를 느끼다
  • 차진세 수습기자
  • 승인 2009.08.30
  • 호수 129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7세의 나이에 중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김시만<중어중문학과 석사과정 졸업> 씨

「논어」에서 ‘학문에 뜻을 두는 나이’인 ‘지학’은 15세를 뜻한다. 하지만 15세가 아니라 성인이 되고 노년이 되더라도 학문에 뜻을 두는 것이 틀렸다거나 늦었다고는 할 수 없다. “과감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며 환갑이 지난 나이에 석사 학위를 취득한 김 씨를 만나 열정과 노력이 가득한 그의 학문 여정을 들어봤다.

항상 갖고 있었던 학업에의 열정
35년간을 공직생활로 보낸 그는 2003년에 정년퇴임을 한 뒤 곧바로 방송통신대 중어중문학과에 입학했고 졸업 즉시 한양대 대학원으로 진학을 했다. 퇴직 후 휴식을 취하며 여생을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퇴임 즉시 학문의 길을 선택하는 열정을 보였다.

▲ 사진 최서현 기자
“항상 중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지. 젊었을 때 서울에 처음 올라와 중국 영화 한 편을 인상 깊게 보고 그때부터 중문학에 흥미를 갖게 됐지. 그러다가 이렇게 기회가 주어지니 곧장 공부의 길을 선택하게 된거야”

그는 단지 학문을 접하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가능한 최고의 성취를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해 노력했다. 그의 노력은 방송통신대와 한양대 대학원에 재학한 기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학교를 대충 다닐 수는 없는 것 아니겠어. 나이를 핑계로 공부를 게을리 하면 다른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 되니까. 그래서 모든 면에서 솔선수범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

이렇게 말하며 자부심 가득하게 그가 보여준 성적표에는 A+만이 가득했다. 대학원 재학 내내 오로지 A+의 성적만을 받은 것이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모든 과목에서 A+의 성적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만의 특별한 공부 비법이 있었을까.
“특별한 건 없고 꾸준히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은 체력 문제 때문에 시험기간을 앞두고 갑자기 밤을 새면서 공부를 하는 건 거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거든. 그래서 두뇌회전이 가장 빠른 시간인 오전 5시부터 8시 사이를 위주로 공부를 했지. 생활리듬도 거기에 맞추고 말이야”

공부를 잘한다는 사람들의 비결은 이처럼 ‘교과서’에 충실한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교과서적인 답변은 도움이 안 된다’고 하지만 교과서적인 비결을 마음에 새기고 행동에 옮길 줄 아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공부 비법이 아닐까.

용기를 불어넣어 준 주변 사람들의 응원
그런 그도 처음부터 자신감을 갖고 공부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도 처음에는 나이가 많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고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의 시선을 걱정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 걱정은 곧 기우였음이 드러났다고.
“처음에는 젊은 친구들이 나이 많은 사람과 같이 공부하는 데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까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야. 하지만 막상 같이 공부해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단 걸 깨달았지”

그는 다른 학생들이나 교수들이 나이 많은 자신을 부담스럽게 여기지 않도록 먼저 노력했다고 한다.
“같은 학생의 입장인데 나이가 많다고 유세를 부리는 건 잘못된 거지. 학생들과 점심식사도 같이 하고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먼저 다가갔어. 오히려 교수님들이 나를 어려워하는 게 더 눈에 띄었어. 아무리 내가 나이가 많더라도 선생님보다 위는 아닌데 말이야(웃음)”

그가 그렇게 자신 있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같이 한양대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던 아들과 사위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공부를 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달갑게 않게 여겼으면 힘들었겠지. 가족들이 큰 격려를 해 준 것이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 특히 한양대 대학원에서 이미 공부를 하고 있던 아들과 사위는 내가 한양대를 선택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야. 이번에 아들과 사위도 학위 논문을 써서 같은 시기에 졸업하게 됐어. 비록 전공은 달랐지만 많은 조언을 받았지”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
그는 10월경에 모집하는 박사과정에 지원할 거라고 한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박사학위에 도전하겠다는 그는 중문학의 매력에 대해 찬사를 늘어놨다.
“참 신비로워. 모든 학문이 그렇지만 특히 중문학은 너무나 방대해서 죽는 날까지 학문을 계속한다 해도 종점이 보일 수가 없다고 생각해. 그게 학문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

그는 법무사 자격증을 취득했었지만 학업 때문에 개업을 포기했다고 한다. 퇴직 후 크게 고심하지 않고 바로 공부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서 후회해본 적은 없었을까.
“내가 비록 법무사 일을 하는 것을 포기했지만 결코 후회하지는 않아.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야. 사실 후회할 이유가 어디 있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데”

그는 ‘행복’이야 말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직업이 아닌 중문학을 택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을 했을 때 행복한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요즘 학생들이 취업을 위주로 공부를 하잖아. 하지만 중문과나 다른 어떤 과가 사회에서 잘 나간다거나 수입을 많이 올릴 수 있다고 해서 그 과를 선택하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취업이 물론 중요하지만 요즘 학생들이 이런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 자기 직업하고 적성이 맞아야 하는 데 말이야”

그는 자신과 같이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겁내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조언한다.
“과감해 지는 것이 중요해. 나이 때문에 겁먹을 이유는 전혀 없어. 사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그런데서 자격지심을 갖는 경우가 있지만 그걸 극복하는 것이 중요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이야말로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겠지”

그는 ‘나이 많은 사람들에게 하는 조언’이라고 하면서도 ‘겁내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하는 것’은 젊은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남녀노소를 떠나 자기 앞에 놓인 현실에 겁을 먹으면 안 돼.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이 무슨 일을 하던 정말 중요해”라고 마지막으로 덧붙이는 그의 얼굴은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1시간여의 인터뷰 동안 그가 강조한 키워드는 노력과 과감함, 그리고 행복이었다. 그의 모습은 분명 노인이었지만 확실한 신조를 갖고 살아가는 그에게서 나타나는 풍채는 누구보다도 혈기왕성한 청년 그 자체였다.
사진 최서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