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대학생 증가 성큼성큼, 지원책은 걸음마
탈북대학생 증가 성큼성큼, 지원책은 걸음마
  • 취재부
  • 승인 2005.11.20
  • 호수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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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어려움, 외국어 격차 등 극복 방안 모색해야
일러스트 이영선
북한 출신 대학생이 빠르게 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지원 대책이 미흡해 개선이 요구된다.

1990년초 연간 10명 남짓이던 남한 입국 새터민(탈북자)들이 2002년부터 연간 1000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한 달 평균 120여명까지 증가했다. 현재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는 4만여 명으로 추정되고, 7000명 수준인 남한 내 탈북자도 내년에는 1만여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새터민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대학교육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준비는 걸음마 단계이다.


 정부는 하나원이라는 교육시설을 만들어 새터민들의 남한사회 적응을 돕고 있지만 하나원의 교육기간은 3개월 정도로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기에는 매우 짧은 기간이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강사들도 전담 직원이라기보다 그때그때 초빙되는 경우가 많아 교육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하나원의 교육을 받고 남한 사회에 나오게 되더라도 취업에서 다시 한번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새터민 중 정규직으로 고용된 사람은 100명에 불과하다. 취업하려 해도 ‘탈북자’라고 하면 색안경을 끼고 보기 때문이다. 상당수 새터민이 조선족이라며 취업하거나 단순노동직으로 일하고 있다. 이마저 힘든 경우엔 30~40만원의 정부보조금만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것은 새터민들이 최근 대학교에 입학하고 있는 사례가 많아진 배경이다.

하나원 교육만으로는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과 그럴듯한 직업을 가지려면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현실을 새터민들이 직시한 것이다. 새터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대학졸업장 없이 남한 청년들과 같이 취업전선에 내던져져서는 승산이 없어서이다.

‘청운의 꿈을 품고’ 대학에 입학한 새터민 대학생들도 어려움은 여전하다. 수년간 북한체제의 교육을 받고 살아온 이들에게 남한의 자유롭고 능동적인 수업 분위기는 생소할 뿐만 아니라 영어 같은 경우는 기초적 학습이 부족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무엇보다 이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정부 보조금만으로 학비와 생활비를 조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게다가 정부에서 제공하는 임대아파트가 학교의 위치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와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대학들도 새터민 학생들에 대해 입학과정에서 신경을 쓸 뿐, 입학 이후 이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에는 미온적이다. 외국어나 토론 수업 등 북한 출신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학업분야에 대한 특별한 지원프로그램이 있는 학교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새터민 출신 대학생들이 다수 대학에 진학하지만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북한 출신 학생들의 입학 못지않게 입학 이후 학업과 생활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가 이뤄져야 이들의 자립과 한국사회에 성공적 적응을 돕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희 실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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