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 혼란 속에서 길을 찾다
국가인권위원회, 혼란 속에서 길을 찾다
  • 안원경 수습기자
  • 승인 2009.07.24
  • 호수 12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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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성, 내정자 논란 후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지난 20일,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취임식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서 열렸다. 인권관련단체의 반대로 인해 한번 연기됐던 취임식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15분 만에 끝났다.
취임식 도중에도 현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인권단체 회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위원장 임명을 반대하는 피켓이 취임식장에도 가득하다. 현 위원장은 담담하게 취임사를 읽고 강단을 내려왔다.

위원장실 앞에서는 인권 관련단체 회원들이 취임식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위원장을 막아섰다. 이에 위원장을 둘러싼 인권위 직원들과 1시간 동안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권위 건물 밖에서는 안으로 들어가려는 시민단체와 경찰 간의 몸싸움이 치열하다. 인권위는 그야말로 혼란 그 자체의 모습이다.

이틀 후, 인권위를 다시 찾았다. 얼마 전 있었던 시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인권위 건물이 보이는 시청 광장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61년만의 개기일식을 지켜보며 “신기하다, 해가 가려진다”를 연발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분수에서 물장난을 치며 평화롭게 여름을 즐기고 있다.

시청광장을 지나 찾아간 인권위 또한 조용한 일상을 되찾은 듯하다. 서류를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 모니터를 응시하며 일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 이들은 인권위에 관련된 논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새로 취임한 인권위원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인권위 한 직원은 “내가 할 말이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낀다. ‘기자’라는 말을 듣자마자 직원들의 눈빛이 경계의 눈빛으로 바뀔 만큼 민감한 모습이다.

사무실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인권관련 포스터가 벽에 붙어있다. 밝은 색감과 따뜻한 포스터 내용은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사무실, 무표정한 모습을 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과 대조적이다.

인권위 독립성 논란과 이번 인권위원장 자질 논란을 겪으며 직원들은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독립성 논란에 대해 김철홍<국가인권위원회ㆍ인권교육과> 과장은 “직원 수가 줄어들었다는 이유로 국민의 아픔과 눈물을 외면하지 않고 줄어든 만큼 남아있는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것 입니다”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서 인권위 직원들이 가진 의무감과 절실함이 느껴진다.

인권위는 지난 7년 동안의 노력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 인권침해를 막아냈다. 예전부터 대학 사회에서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 폭언 등 다양한 인권 유린 사례에 대한 인권위의 권고 조치가 대표적 예다.

이제 사람들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인권위를 떠올린다. 이번에도 인권위 직원들은 혼란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으려 한다. 국민을 위해 본래 인권위의 역할을 수행하고 되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 한다. 
김 과장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인권을 위한 기관입니다. 우리는 국민의 머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최근 인권위의 기능 축소와 내정자 논란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는 인권위는 서서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듯 하다.  인권위를 뒤로 한 채 나오는 길, 시청광장은 여전히 평화롭다. 올려다본 태양은 달의 그림자에 가려있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잠시 어두워졌던 하늘은 다시 빛을 찾아가고 있다. 혼란스러웠던 인권위 역시 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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