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가인권위원회, 불안한 인권
흔들리는 국가인권위원회, 불안한 인권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7.24
  • 호수 12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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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현황 ‘빨간불’ 피하려면 국민 관심 필요
사진 이유나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연일 시끄럽다. 지난 4월 6일, 대통령령인「국가인권위원회와 그 소속 기관 직제 전부 개정령」이 시행되면서 인권위 직원 수가 208명에서 164명으로 감축됐다. 2001년 11월 인권위가 출범할 당시 직원 수 180명 보다 적은 수다.

최근 인권위원장으로 취임한 한양사이버대학장 현병철<법대ㆍ법학과> 교수가 위원장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인권 관련 시민단체의 반대 시위로 인해 취임식이 한번 취소되고 취임 이후에도 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인권위는 그 독립성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이라는 법률에 의해 설립됐다. 그리고 인권위 법에는 인권위가 정부 조직과는 별개인 독립기구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인권위 출범 당시 입법과정에서 인권위의 독립성은 가장 핵심적인 원리로 입안됐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부가 대통령령을 통해 인권위의 직원 수를 20% 이상 감축하면서 인권위의 독립성이 훼손됐다. 정부가 인권위의 입안 및 발의권을 무시했으며, 입법예고 및 합법성 심사 등 법령제정 절차도 옳게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 그 근거다.

정태욱<인하대ㆍ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령 그 자체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전에도 대통령령을 통해 인권위 세부적 조직 체계를 수정한 적이 있으며 이는 인권위법에도 가능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이번 대통령령의 문제점은 인권위의 설치 근거가 된 인권위법과 그에 따른 인권위의 독립성을 부인했다는 것”이라며 “모법인 인권위법을 넘어선 대통령령은 그 자체로 불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인권위법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므로 인권위 본래 기능 수행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인권위의 위신은 추락하게 될 것” 이라며 “인권위가 어떤 사안에 대해 권고 조치를 내렸을 때 위력이 예전과 같을 지는 미지수”라고 경고했다.

현재 인권위 측에서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해당 대통령령에 대해 ‘대통령령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및 ‘권한 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상태다.

현 위원장의 취임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인권위법에서는 인권위원장의 자격에 대해 ‘인권문제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라고 서술하고 있다.

이주영<한국인권행동> 상임활동가는 현 위원장의 자격이 모자란 이유에 대해 “인권이란 가치는 생각보다 복잡해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위원장은 자신도 인정했듯 인권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다”며 “인권 지식이 없으니 선진 인권 체계 유입에도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에서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미 위원장 취임식이 치러졌고, 취임사에서도 인권위의 성과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고 한 만큼 각자의 업무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독립성 훼손 문제와 위원장 논란 등의 ‘사건’으로 인해 인권위가 불안정해지면서 우리나라 인권 상황을 바라보는 국제 사회의 시각도 차가워졌다. 우리나라가 아시아 태평양국가인권포럼(ARF) 총회에서 국가인권기구들의 세계조직인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 후보로 선출될 자격에 대한 논란이 제기 된 것이다.

 우리나라 내부에서도 인권 상황이 부정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김철홍<국가인권위원회ㆍ인권교육과> 과장은 “인권위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역할을 하는 기관”이라며 “인권위가 인권위다운 기능을 하지 못하고, 부당한 인권 상황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한다면 인권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인권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국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인권이 후퇴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생은 곧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게 되고, 인권 학습의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기에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인권에 대한 대학생들의 관심 정도는 낮아 보인다. 조민석<공대ㆍ기계공학과 03> 군은 “인권 자체의 정의에 대해서도 잘 모를뿐더러 대학 생활 중 피해를 받은 기억이 별로 없어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인권은 정치적 요소가 강한 가치 같아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주변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학생 중심의 인권 관련 활동으로는 북한 인권과 관련된 대학생 주체 토론회, 인권연대의 ‘인권학교’ 등이 있다. 특히 인권학교의 경우 대학생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등록금 문제나 취업 문제를 바탕으로 인권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김 과장은 “대학생들이 인권에 대해 너무 넓고 어렵게 생각한다거나, 취업 준비로 인해 인권과 같은 가치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존엄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인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 많은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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