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나를 빛내준 것은 자신감과 긍정의 힘”
“무대에서 나를 빛내준 것은 자신감과 긍정의 힘”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5.31
  • 호수 12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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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무용콩쿠르 금상 수상한 한양대 대학원 한선비<무용학과 석사 1기> 씨

최서현 기자
동아무용콩쿠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무용 대회다. 치열한 예선을 거친 후 단 몇 명만이 본선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한양대 대학원 한선비<무용학과 석사 1기> 씨는 단연 가장 뛰어난 기량을 선보여 ‘금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정상에 선 한 씨와의 만남은 감동의 연속, 그 자체였다
뒤늦게 찾은 진정한 꿈, 무용
“저는 무용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어요. 물론 그 전부터 춤을 좋아해 재즈댄스를 배우고 있는 상태였지만요. 전공하는 사람치곤 굉장히 늦게 시작한 편이죠”
한 씨의 ‘춤 사랑’은 어렸을 때부터 시작됐다. 학교에서 장기자랑 대회라도 하면 항상 참가해 자신의 춤을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춤은 단순히 취미였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해방구였다.
재즈 댄스를 배우다가 조금 더 춤을 잘 추고 싶어 발레를 배웠고, 결국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춤을 전공으로 하기 위해 현대무용을 배우게 됐다.
현대 무용을 늦게 시작한 만큼 입시에서 부담이 따랐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실기 시험은 부담이 컸다.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배워왔거나, 예술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과 경쟁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은 자신 있었지만 실기에는 정말 자신이 없었단다.
“지금 생각해도, 제가 우리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내신 성적 덕택이 아니었나 싶어요. 실기 실력은 대학에 입학하고 난 뒤에 오히려 더 많이 성장했고요(웃음)”
실제로 한 씨는 대학 1학년 때 무용학과 전체 1등을 하기도 했다. 부족한 경험을 메우기 위해 노력한 결과였다.

동아무용콩쿠르를 향한 도전
“대회 나가기 전 고민을 많이 했어요. 몸에 살도 많이 찐 상태였고 제가 잘 할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거든요”
고민하는 한 씨를 붙잡아 준 것은 바로 학과 교수들과 과 선배였다. 그들의 응원을 발판 삼아 동아무용콩쿠르 출전을 결심하고 연습에 매진했다.
한 씨를 포함한 총 5명의 학생이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고, 그들의 피나는 연습이 시작됐다. 대회를 위해 한 씨는 가장 먼저 몸 관리에 돌입했다. 운동을 통해 몸의 근력을 키워 ‘무용에 알맞은 몸과 체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제가 무용에 적합한 체형이 아니라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했어요. 하지만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무용을 위해서였기에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정말로요”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 주제를 선정하고, 안무를 짜고 음악을 선택하는 수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완벽한 무용을 선보이기 위해 학과 교수 및 선배들에게 지속적으로 안무와 노래를 점검받았다. 또 새벽 2시까지 연습실에서 후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힘들기도 했지만 후배들과 무용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 그때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보통 다른 참가자들은 예선을 위해 6개월 정도를 연습해요. 하지만 전 급하게 참가를 결정한 만큼 3개월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어요. 연습 도중 허리를 다치기도 하고, 발가락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만 ‘나는 할 수 있다’고 계속 생각했죠. 조급해 하는 마음을 버리고 여유롭게 대처하려고 노력 했어요”
우리학교 총 5명의 학생이 동아무용콩쿠르 예선에 참가했지만 본선에 진출한 것은 한 씨 뿐이었다. 그녀는 오랜 시간 함께 연습한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학교를 빛내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고 한다.

수상의 영광, 그리고 꿈
이윽고 치러진 본선무대. 현대무용을 포함해 고전무용 등 모든 본선 무대가 끝나고 결과 발표만 남았다. 동아무용콩쿠르의 수상 결과는 대자보 형식으로 고지된다.
결과가 나오기 전 한 씨는 무용을 전공하는 남동생과 무용학과 선ㆍ후배들은 공연장 바깥에서 초조히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시간 후, 결과를 보러 갔던 남동생이 울면서 한 씨에게 “누나! 1등이야”라고 외치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단다.
“어안이 벙벙했어요. 열심히 연습한 보답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날아갈 듯 했죠. 제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신 김복희, 손광중 교수님과 학과 선배들이 제일 먼저 생각났어요”
앞으로의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그녀는 “현재를 즐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한다. 현재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레 꿈이 이뤄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도 하고, 무용도 하고 취미로 사진까지 찍고 있는 그녀지만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무용’이 없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단다.

“앞으로 무용 영화도 찍고 싶고 무용을 가르치는 사람도 되고 싶어요. 또 무용을 연구하는 학자도 되고 싶고요.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요. 하지만 제 좌우명처럼, 현재를 즐기면서 이 모든 것을 차근차근 이뤄 나갈 거예요. ‘나는 할 수 있다’, ‘현재를 즐기자’는 것을 항상 생각 하면서요” 
 
 사진 최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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