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하다
‘마지막 가시는 길’을 함께하다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5.30
  • 호수 129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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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덕수궁 시민 분향소 풍경

이유나 기자
지난 23일 서거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설치한 분향소가 있는 시청역. 덕수궁으로 향하는 1번 출입구 계단부터 애도의 물결이 가득하다. 출입구 벽에선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며 남긴 시민들의 편지가 출입구 앞 공중전화 박스까지 붙어있다.

‘보고 싶습니다’, ‘편히 쉬세요’, ‘잊지 않겠습니다’와 같은 내용이 대부분인 곳에서 ‘보수 언론ㆍ정부는 각성하라’, ‘민주주의의 죽음’처럼 강경한 어조로 적힌 편지도 간간히 보인다.
조문을 위해 방문한 수많은 시민들과 그들을 취재하려는 언론사, 그리고 그 주변을 지나가는 행인들 까지 모인 덕수궁 대한문 앞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날 만도 한데 큰소리 하나 나지 않는다. 엄숙한 분위기만이 그 곳을 감돌고 있을 뿐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길게 늘어선 조문행렬은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줄어들 줄 모른다. 조문을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근조 리본을 나눠주고, 얼음물을 부어주고, 헌화할 때 필요한 흰 국화꽃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인다.

시민 자원봉사 목걸이를 걸고 있는 그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시민이다. 백발 할아버지ㆍ할머니, 부모님세대의 어르신들, 우리 또래의 대학생, 하교 후 곧바로 달려온 중ㆍ고등학생, 그리고 짧은 점심시간이지만 보탬이 되고 싶어 달려온 직장인까지 보인다.

김경진<서강대ㆍ경제학과 09> 군은 “서거 소식을 듣고 덕수궁 분향소를 방문 했다 자원 봉사가 필요해 보여 신청하게 됐다”며 “분향 중인 시민들의 신발을 정리하는 일을 했는데, 단순한 일이었지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뿌듯했다”고 소감을 밝힌다.

지난 28일까지 1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분향소를 다녀갔다. 인원이 너무 많아 분향소를 2개로 늘렸지만 도착부터 분향까지 약 한 시간 반 정도가 소요될 정도다.
시민들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도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는다. 차분히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덕수궁 돌담길은 나뭇잎 흩날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하고 엄숙하다.

대한문에 걸려있는 큰 그림에서, 분향소에 있는 사진에서의 노 전 대통령은 시민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표정은 사뭇 다르다.
시민들의 안타까운 표정과 슬픔의 표정이 대한문 앞을 수놓고 있다. 눈물을 쏟아내는 시민도 있다. 방송사ㆍ신문사 카메라들은 그런 시민들의 표정을 잡아내는데 여념이 없다.

분향소 맞은편 서울광장은 전경버스로 만든 벽에 가린지 오래다. 서울광장으로 나가는 시청역 4번 출입구도 방패로 막혀있다. 분향을 마친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린다. “도대체 왜 저렇게 행동하는지 모르겠다”며 “언제까지 국민들의 진심을 외면할 것인가, 진절머리가 난다”고 외친다.

국민의 진심을 외면해서일까. 분향소 한쪽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위한 대국민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7일 동안 온전히 시민의 힘으로 세워지고 운영된 덕수궁 분향소. 경복궁에서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한창 거행될 때 덕수궁 분향소는 강제 철거됐다.

시민의 손으로 직접 세운 분향소지만 마지막까지 시민 곁에 머물지 못했다. 29일에서야 시민에게 개방된 서울광장은 노 전 대통령의 노제를 위해 모여든 시민들로 발 디딜 틈도 찾아볼 수 없다.
노 전 대통령의 운구차가 서울광장을 지나가자 주변이 울음바다로 변한다. 이제는 볼 수 없는 그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이 맞물려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다. 모든 시민이 그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깊은 애도를 표한다.

형형색색의 서울이 7일 동안 흑백으로 변했다. 엄숙한 분위기가 전국을 감쌌다. 나라의 큰 어른을 잃은 슬픔과 충격이 전 국민을 찾아왔다. 지난 29일,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경복궁에서 열렸다. 많은 국민들의 아쉬움 속에서 그는 우리 곁을 영영 떠났다. 서울 광장의 푸른 잔디밭이 그를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하늘에선 부디 편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기억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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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4:45:05
이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애도와 슬픔이 분향소와 서울광장에 가득한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시민들의 진심이 감동적이며, 개인적인 정치적 표현과 관계 없이 애도의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또한 덕수궁 분향소가 시민들의 손으로 세워졌지만 마지막까지 시민들의 공간이 아니었던 점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와 국민의 마음을 따뜻하게 담아낸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