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소수에게 극진한 이유
기업이 소수에게 극진한 이유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05.24
  • 호수 12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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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가 80%의 결과를 낳는 20대 80법칙

때로는 소수가 다수보다 중요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빌 프레도 파레토는 이탈리아 땅의 80%는 인구의 20%가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에서도 이와 같은 비율을 발견했다. 일개미를 관찰하면 80%의 개미는 놀고 20%의 개미만이 일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개미들만을 모아놓으면 또 같은 비율로 일하는 개미와 노는 개미가 나눠졌다. 꿀벌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다. 완두콩을 관찰했을 때도 20%의 콩깍지에서 80%의 완두콩이 생산됐다.

이처럼 20%의 원인에서 80%의 결과가 도출되는 현상을 ‘20대 80법칙’ 혹은 ‘파레토 법칙’이라 부른다. 인간사회에서도 20대 80법칙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의 인구가 80%의 돈을 갖고 있고, 20%의 근로자가 80%의 일을 한다. 백화점 하루 매상 중 80%는 단골인 20%의 소비자가 올린다.
20대 80법칙은 범죄예방과 교통사고 감소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즉 20%의 원인이 되는 집단을 잘 통제하면 사고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

20대 80법칙을 응용한 마케팅 기법 중에 일명 VIP 마케팅이 있다. VIP는 매출의 80%를 올려주는 20%의 고객이다. 일반적인 거래에서는 상품을 전시하고 거래하는데 비용이 든다. 따라서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이 비용은 높아진다. 기업들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거래량을 창출하길 바란다. 기업들이 20%의 VIP에 집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VIP라 해서 꼭 상류층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주유소의 VIP가 꼭 부유층일 필요는 없다. 기업은 자사에 맞는 VIP 고객을 효과적으로 유혹하는 마케팅을 펼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최고소득층이라 할 수 있는 범위가 대략 0.8% 정도로 추정된다. 마케터들은 최고소득층을 보다 넓게 설정해 소득 상위 5~10% 정도를 귀족마케팅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각종 대형ㆍ고급 제품과 서비스의 주 소비자다. 금융서비스와 대형아파트, 고급 승용차와 디자이너 의류, 쥬얼리와 해외여행, 고급 휴양시설 등 이들의 소비패턴은 다른 소득계층과 많은 차이가 있다.
또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활동은 경기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대부분 가격대비 이윤이 높다. 또한 이들의 소비 규모는 전체 매출을 좌우할 만큼 크다.

건설업체와 자동차 업체는 제품의 품질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이미지를 자극함으로써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이영애가 하루 종일 우아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광고에 노출시킴으로써 귀족의 이미지를 부여하는 아파트들이 대표적인 예다.

부유층은 가치를 사기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그들이 사고 싶어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자동차가 에쿠스 고객들에게 세차, 정비프로그램 같은 차와 관련된 서비스 뿐 아니라 골프, 여행 등에 대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는 이유도 이런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귀족 마케팅의 원조인 은행의 서비스도 뒤지지 않는다. 은행은 부유층을 대상으로 자산을 특별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갖고 있다. 이 서비스는 각 은행에서 전담부서를 따로 만들어 운영할 정도로 관심 높다. 선진국에서는 널리 통용되고 있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1992년 6월 한미은행이 처음으로 도입했다.

거액 예금자의 자산은 전담 관리자가 배치돼 예금ㆍ주식ㆍ부동산 등을 1:1로 종합 관리하면서 투자 상담을 병행한다. 이들에게는 일반고객보다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고, 각종 수수료를 면제해 주는 혜택이 부여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은행이 손해를 보는 것 같지만 이런 마케팅은 중요하다. 이들은 소수지만 이들의 거래액은 은행 전체 거래액의 80%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들을 놓치면 은행의 손해는 막대하기 때문에 은행은 이들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업계에서도 은행과 같은 이치로 고소득층 고객이 중요하다. 때문에 회사에서는 고소득계층에게 신용구매한도가 월 수천만 원에 달하는 특별한 플래티넘 카드를 발급해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유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카드회사는 타사에 뒤지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부유층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익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들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심화될수록 카드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균형점을 찾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책 「80/20」의 저자 리처드코치는 “20대 80법칙은 단순히 불균형을 설명하는 법칙이 아니다”라며 “20대 80법칙의 20과 80은 고정된 값이 아니며 스스로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러스트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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