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예술 상업화 현상 심각
공연 예술 상업화 현상 심각
  • 양영준 수습기자
  • 승인 2005.11.13
  • 호수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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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은 수익 보다는 영혼의 고양을 위해 지원돼야

2003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
예술 공연의 상업화가 심화되고 있다. 갈수록 비싸지는 관람료, 늘어나는 이벤트성 공연, 교향악단의 현 실태를 고려하지 않는 재단법인화 등이 일례다. 이러한 상업화의 추세에 피해를 보는 이는 결국 관객이다.

최근 공연가 상승 현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7~8일 양일간 열렸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관람료는 R석은 45만원 S석은 35만원이었는데,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작년 개최된 사라 브라이트만의 내한공연은 VIP석은 49만5천원, 2002년 세계적 미성 게오르규 부부의 공연이 30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이 기록은 매해 갱신되고 있다.

공연문화에 목말라 하지만 높은 관람료로 인해 관람자체를 포기했던 이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승수<자연대·수학 01>는“세계적인 공연을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데 많은 돈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공연을 보러 다니는 주관객은 20대들인데 이들이 돈 때문에 수준 높은 공연을 영위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고 씁쓸함을 털어놓았다.

높은 관람료 외에도 이벤트성 행사들이 예술 공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예술 무대들이 천대받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형 이벤트 행사로 손꼽을 수 있는 공연은 2003년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야외 오페라 ‘투란도트’였다. 장이머우(張藝謀)감독이 연출을 맡으며 화제에 오른 투란도트는 66억 원의 제작비로도 호사가의 입에 오르기 충분했다.

이 밖에도 ‘아이다’, ‘라보엠’, ‘맘마미아’, ‘카르멘’ 등 수십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형 공연들이 줄지어 무대에 올랐다.
이러한 이벤트성 공연들이 많은 관객들을 증가시켜 문화 행사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온 것은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벤트성 공연을 위한 막대한 제작자본이 투여됨에 따라 소규모 공연들이 물량 공세에 밀려 열세를 면치 못해 공연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소규모 공연이나 실험적인 무대들은 과거에 비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시에 거대 자본을 투자한 투자가들이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 과도한 관람료를 책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투란도트는 가장 비싼 입장권이 50만원, 아이다는 60만원이었다. 문화 예술을 위해 자본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게 문화 예술이 종속당하고 있다는 예술계 각층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더불어 우리나라 교향악단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KBS 교향악단의 재단법인화 계획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KBS는 지난달 12일 KBS 교향악단의 재단법인화를 골자로 한 KBS 교향악단 운영체제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KBS 교향악단은 마케팅 역량 부족, 재원 마련 절실, 비전문적인 운영조직, 활용의 한계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재단 법인 형태의 독립 운영 체계로 개편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교향악단 단원들은 비상대책위를 구성, 성명서를 통해 “공연 예술은 국가 정체성의 배양과 문화·복지·교육 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각종 문화산업 발전의 기본적 토양이 되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이 경영혁신을 이유삼아 현 운영비의 50%만을 지원하며 법인화시키겠다는 것은 무모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 교향악단의 운영비는 약 80억 원이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일본방송법에 의거 연 14억 엔(한화 140억 원)을 NHK 교향악단에 지원하고 있다. 비상대책위 김상훈 위원장은 “KBS측이 내놓은 재단법인화를 그대로 추진하면 부족한 운영비로 인해 공연의 질이 낮아지게 돼 시청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고 말했다.

작품 자체가 하나의 ‘우주’에 비견되는 공연 예술은 사람의 영혼을 고양시키고, 감정을 풍부히 만드는 기제다. 수익성보다는 적자를 감수하고 투자하여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예술이다. 오병곤<서울시립교향악단·공연기획팀>팀장은 “미국의 교향악단과 공연 예술 단체들은 각종 기업들로부터 협찬을 받고 있으며, 유럽의 공연 단체들은 정부에서 상당량의 지원금을 받음으로서 상대적으로 자본에서 자유롭다”며 “예술의 상업화를 벗어나려면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다양한 공연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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