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에서 새 것을 찾자
오래된 것에서 새 것을 찾자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5.17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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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습을 타파하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겠다”는 말은 우리 귀에 어설프지 않다. 새로움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도 충천하는 기세로 치닫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새로운 가치가  중요한 분야도 있지만, 오래된 가치가 더 중요한 분야도 많다.

사고방식이나 행동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충돌과 갈등으로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현상이나 문제가 어느 하나로 풀어지지 않고 여러 가지 변인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한 줄기에 고구마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형상이다. 크기가 다른 고구마가 여러 개 있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이 다른 것과 흡사하다.

이런 다름이 시대의 변화이고 세월의 흐름이라는 맥락을 외면하기는 부담스럽다. 고집과 합리성에서 융통성이 발휘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단선적이고, 일방적인 매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편이다.

이로 인해서 합쳐지기 보다는 갈라지고 나누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고, 심지어는 대립적인 관계로 나타나기도 한다. 극히 순간적이고, 감상적인 틀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단세포적인 방식은 깊이 있는 관계형성을 어렵게 만든다.

지반이 바뀌었다는 뜻은 알지만, 구 버전과 신 버전의 차이를 수용하는데서 인색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것이나 새 것에 대해서 호감이 가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 것이나 오래된 것을 전체가 잘못된 것으로 단정하는 사고방식의 문제일 것이다.

다양한 사회를 복잡한 세상으로 읽는다든지 다양한 의견을 “왠 잔소리가 많아”라고 해석하는 잘못에서 찾아야 되지 않을까? 또 지나치게 개인적인 의견을 고집하거나 생뚱맞은 주장을 아이디어로 착각하는 경우도 문제는 있다.

그러면 오래된 것과 새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시간의 차이만은 아니다. 지나간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확연할 정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래된 것은 낡은 것이고 무용지물처럼 탈사고로 인식하고 있다. 오래된 과거가 과연 그 정도의 가치인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유행과 새것에 대한 갈증에 젖어있는 모습을 쉽게 본다.

새로운 학문, 새로운 제도, 새로운 자태 등 새것에 열병을 앓는 것처럼 새로움에 지나치게 함몰돼 간다. 남보다 먼저 한다는 자기자랑 아니면 독창적으로 처음 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더 따져봐야 한다.

이미 있었는데 알지 못하거나 찾아내지 못한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냉정하지 못한 단점이 동반돼 있다. 새로움의 동경은 끝이 없는 갈등의 대상일 뿐인데도 집착하려는 것에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오래된 것에서 편안하고 친숙함을 맛 볼 수 있지만, 새것에서 누리는 시간이 짧은 것이 흠이다. 변화는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파괴와 재건을 되풀이 해왔다.

오래 된 것을 유지하고 보호하려는 풍조보다는 새로운 모습에 연연해 새판 짜기에 급급했지만, 결국은 ‘돌리고 돌리고’의 연속에 지나지 않으면서, 인간관계를 약화시키는 실수만 반복하는 것이다.

양계초는 변화에는 자변과 타변이 있는데, 타변보다 자변이 더 좋다고 했다. 스스로를 살피는 일은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자기 몸집을 키우는 단초가 되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다.

 

정대철<사회대ㆍ신문방송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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