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불안, 전자파
일상의 불안, 전자파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9.05.17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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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파 유해성 논란…인체모형측정으로 근거 찾아

지난 2월 삼성 휴대폰이 네덜란드에서 전자파 기준초과 판정을 받아 핸드폰 14만대를 교환했다. 하지만 네덜란드 통신위원회는 홈페이지에서 “전자파흡수율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해서 인체에 유해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하면서 “아직까지 휴대폰 전자파의 인체유해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국가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더라도 기준치가 넘으면 엄격히 재제하는 입장이다.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어디서나 존재하는 전자기 에너지
전자파는 전자기 에너지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반복하면서 파도처럼 퍼져나가기 때문에 전자파로 부른다. 전자파는 1초 당 파동 수에 따라 주파수가 낮은 순서대로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등으로 구분된다. 전자나 자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모든 물체는 전자파를 발산한다. 태양빛도 알고 보면 전자파의 일종이다.

전자파는 편의에 따라 의도적으로 발생시키기도 한다. 방송국이나 이동전화 단말기 등은 의도적으로 전자파를 발생시켜 실시간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실시간 통신이 필요 없는 전자기기에서도 전자파는 발생한다.

보통 인체에 영향을 주는 자기장의 세기는 2~3mG(미리가우스) 이상이다. 지구자기장의 세기가 600mG인 것과 비교하면 미약한 양이다. 하지만 지구자기장은 일정한 극성과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인체는 지구자기장의 일정한 주기에 적응돼 있어 큰 해가 없다.

그러나 순간순간 바뀌는 자기장은 그 양이 미약하더라도 인체에 영향을 준다. 최근 전자파 유해성 논란의 대상은 가전제품 등에서 나오는 극저주파와 이동통신 단말기 사용과 기지국 시설의 증가에 따른 무선 주파수에서의 고주파다.

학계에서는 전자파에 대한 인체의 영향을 열적효과와 비열적 효과로 나눈다. 열적효과란 전자파가 조직세포의 온도를 순식간에 비정상적으로 상승시키는 현상을 말한다. 인체에서 열작용의 피해가 가장 큰 곳은 뇌세포 등 열에 아주 약한 조직세포와 혈관분포가 거의 없는 눈의 수정체나 고환을 비롯한 생식기이다.

비열적 효과는 미약한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되었을 때 일어나는 인체의 변화를 말한다. 김윤신<의대ㆍ의학과> 교수는 “비열적 효과는 열적 효과보다 인체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현재로써는 노출된 부분의 면역기능, 신경계통 문제를 일으키고 기억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전자파
UN 국제암연구기구는 과학적 증거는 적지만 극저주파 전자파가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인체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다. 이는 살충제인 DDT와 유해중금속인 납과 같은 수준으로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각종 전기시설이나 전자제품 등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무색ㆍ무취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아 쉽게 알아차리기 힘들다”며 “오래 누적되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을 키우게 된다”고 말했다.
반면 명성호<전기연구원> 박사는 “전자기기에서 측정된 극저주파가 인체에 미치는 유해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결국 유해성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어느 정도를 ‘지속적인 노출’로 봐야 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지난 30년 간 논란을 벌여왔다. 하지만 어느 정도 노출됐을 때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선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전자파 노출 기간에 대해서도 학자들 간의 상반된 견해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연구들의 일관되지 못한 결과들로 인해 아직까지 전자파 노출이 인체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확실한 근거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인체 모형도로 밝히는 전자파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자파인체흡수율(SAR)측정기술과 한국인 표준 인체 모델을 통해 가상으로 측정하는 기술이 있다.

전자파인체흡수율을 측정하기 위해서 팬텀이라는 액체를 사용한다. 팬텀은 인체조직과 같은 전자기적 특성을 가진 액체다. 인체 조형물에 팬텀을 주입해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인간의 두뇌에서 흡수되는 정도를 측정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한국 표준체위에 가까운 신체조건을 갖고 있는 젊고 건강한 한국인 남성 자원자를 촬영한 MRI 전신 영상과 CT 머리 영상 등 총 830 여장의 영상자료를 분석해 '한국인 표준인체 전신모델'을 개발했다.

MRI를 이용해 신체를 단층 촬영한 뒤 피부, 근육, 혈액, 지방 등의 생체조직과 뇌, 심장, 간, 폐, 신장 등의 신체기관 등 모두 40여 가지의 해부학적 조직으로 구분한 뒤, 이를 고해상도 3차원 영상 자료로 만들었다. 여기에 각 생체조직의 전기적 특성 정보를 입력시키면 전자파 노출량 평가를 위한 준비가 끝나게 된다.

이해경<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사는 “전자파 노출 환경에 대해서는 실제 인체를 대상으로 노출 평가나 인체 내 전자파 흡수율을 평가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인 표준 모델 개발로 현실에서 불가능한 전자파 노출에 대한 인체실험을 사이버 상에서 해결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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