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공영방송의 자존심 지킬까
MBC 공영방송의 자존심 지킬까
  • 심재환 기자
  • 승인 2009.04.13
  • 호수 1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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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늘 일찍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 한다. 이 시간 부로 마이크를 잠시 내려놓는다. 기자로서 스스로 취재를 거부할 수밖에 없게 된 지금의 상황에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앵커 교체를 단순한 인사권 행사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앵커 개인을 보호하는 데 관심이 없다. 우리 눈동자는 MBC 뉴스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맞춰져 있다. 혹 경영진은 우리와는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MBC 기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낸 성명서 내용의 일부다.

얼마 전 MBC 엄기영 사장은 신경민 ‘뉴스데스크’ 아나운서와 라디오 프로그램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 씨의 교체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언급된 2명의 공통된 특징은 무얼까.
아무래도 그들의 사상이 진보적이거나 그런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물론 MBC 측에선 제작비 절감과 더 나은 프로그램 제작이 이유로 이러한 결정을 정당화 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들은 상황이나 시기적으로 받을 때 많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일부 사람들은 MB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엄기영 사장의 결단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국민앵커’ 엄기영 사장은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정치적인 성향을 띄지 않은 언론인으로서 평가 받아 왔다. 엄기영 앵커를 좋아하게 된 것도 이 점이었다. 앵커 자리에서 물러난 후 정치계에 입문하지 않았다는 것 그 하나만으로도 진정한 언론인로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물러나는 순간까지 언론의 중립을 지키고 싶었던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를 존경해왔었다.

하지만 지금 사장으로서 엄기영은 이제껏 봐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것 같다. 그는 대한민국의 어느 언론인보다 앵커와 프로그램 진행자가 외압으로부터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을 터인데 왜 신경민 아나운서의 교체를 결정하게 된 것일까. 정말 MBC 최고 경영자의 MB 정부 눈치 보기인가.

이제 오늘 엄기영 사장은 현명하고 신중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결단은 공영방송 MBC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민 앵커’ 엄기영이라면 분명 외압으로부터 벗어나 공영방송의 자존심을 지킬 것이라 믿는다.
문득 제5공화국 횡포 아래 전두환 전 대통령과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활동을 하지 못했던 탤런트 박용식 씨가 생각난다. 어느 기자는 이번 MBC 사건에 대해 이런 표현을 썼다. 이러다 한 20년 쯤 후에, 개그우먼 안영미가 방송에 출연해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닐까? "다행인줄 알아, 이것들아 우리 땐 쥐, MB 이런 말 방송에서 상상도 못 했어. 알아?"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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