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를 타고 전해지는 그들의 매력
전파를 타고 전해지는 그들의 매력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9.04.12
  • 호수 12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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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제품을 평소에 방송하듯이 설명해 주세요"     삼각형 모양의 시계를 그의 앞으로 내밀어 설명을 부탁했다. 대본 없이 방송한다는 말이 진짜일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곧 유창하게 설명했다. 설명을 마치고 나서 소탈하게 웃던 그는 GS홈쇼핑 쇼핑호스트 이창우<경제학과 89> 동문이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멀티형 쇼핑호스트
그는 쇼핑호스트로서의 자신에게 50점을 줬다.  “아직 채울 게 많다고 생각해요. 부족한 나머지 50점은 진정한 고수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으로 채우고 싶어요”

그는 전자기기, 컴퓨터, 패션, 보험 등 다양한 분야의 상품들을 소개하는 멀티형 쇼핑호스트다. 여러 분야를 맡는다고 해서 내용이 부실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품의 주 컨셉을 잘 찾아내 고객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을 쉽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춘 쇼핑호스트로 명성이 높다. 이와 같은 명성을 얻기 위해 그는 부단히 노력해야만 했다. 그는 경제 연구소의 리포트나 경제 신문을 읽어 홈쇼핑 관련 신제품이나 주요 의뢰 회사의 상품을 끊임없이 공부한다.

“TV나 광고 등 영상 매체도 챙겨보면서 유머감각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홈쇼핑의 주 타겟이 40대 여성인데 TV 프로그램「세바퀴」에서도 중반 중년의 여성들이 나와 그들의 관심사를 들어볼 수 있어 자주 챙겨봐요”

쇼핑호스트로 이룬 방송인의 꿈
대학시절 얘기로 넘어가자 그의 얼굴은 그때를 회상하며 미소를 띤다. “2학년 까지는 그저 미팅하면서 열심히 놀았어요. 3학년 때 들어서 맘 잡고 공부를 하니까 애들이 내 노트를 복사하더라구요. 깜짝 놀랐죠. 하니까 되는구나 싶어서. 자신감이 붙어 언론 고시반에 들어가 방송인의 꿈을 키웠어요”

처음에 그는 아나운서를 꿈꿨다. 그러나 기회가 닿질 않아 대흥광고가 그의 첫 직장이 됐다. 그가 졸업한 95년도는 홈쇼핑이 막 탄생했던 때다. 상품기획자였던 그는 제품설명을 위해 홈쇼핑 방송에 자주 출연했다.
“방송에 출연하면서 자연스럽게 남성 쇼호스트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러브콜이 왔어요.

 마침 쇼핑호스트들을 보니까 내가 꿈꿨던 방송일과 맞다고 생각하며 기쁘게 제의를 받아들였죠. 기회가 참 좋았어요. 왜냐면 상품기획자를 하며 보조 호스트였지만 처음부터 주요 시간대에  많이 방송했거든요. 덕분에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재치입담 발산이 나의 생존법
쇼핑호스트 하면 여성을 떠올리기가 쉬운 게 현실. 하지만 홈쇼핑 업계에서는 오히려 남성 쇼핑호스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전제품을 살 때 남자의 눈으로 소개해 주는 게 좋을 때가 있잖아요. 또 주방용품들을 여자의 입장에서 설명하기보다 남자들이 설명할 때 오, 의외로 잘 아네. 맞는 말이야. 하고 더 수긍할 때가 있거든요”

아직은 메인으로 진행하는 남성 쇼핑호스트들의 수가는 여성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편이다. 남자들이 말이 더 늦게 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여러 쇼핑 호스트들과 공동 진행을 할 경우에도 그 사이에서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킨다. “소비자들에게 와 닿는 말들을 하면 돼요. 저는 또 워낙 말하는 걸 좋아해서 어디 가서 말로는 뒤쳐지지 않더라고요”

아마추어에서 프로로의 성장기
그는 올해로 쇼핑호스트 11년차다. 방송을 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묻자, 11년의 세월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제빵기를 팔 때였어요. 갓 구운 빵을 먹었는데 빵맛을 얘기하려고 입을 연 순간 상대 호스트 얼굴로 빵이 날아간거에요. 그게 또 화면에 크게 잡혀 당황했던 기억이 나요. 그 장면이 우리 회사 체육대회나 행사 때 항상 자료로 나와 그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려요”

방송 매순간이 애드리브지만 따로 기지를 발휘하지 않더라도 자주 쓰는 멘트가 있다고 한다. 그는 보험방송 때 자주 써먹는 멘트를 알려줬다. “요즘 콩나물 값, 갈치 값, 기름 값. 물가가 많이 오르는데 그 중 안 오르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죠. 아이들 성적, 우리 남편 월급이죠. 가뜩이나 살기 힘들고 팍팍할 때 우리 가장이 아프거나 다치거나하면 큰일이지 않습니까” 이렇게 주부가 가장 많이 접하는 친근한 요소들을 멘트로 쓰는 것이다.

매출에 민감해지는 직업병
쇼핑호스트를 하며 얻는 직업병도 있다. “백화점 가서 물건을 잘 못사요. 원가가 유통과정에서 얼마나 부풀려 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백화점에서 세일을 하거나 웬만큼 싸지 않고서는 물건을 못 사겠더라구요”

그의 아내는 같은 직업을 가진 CJ홈쇼핑 쇼핑호스트 권미란씨다. 같은 직업이라 서로 모니터도 해주면서 윈윈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같은 직업이다 보니 일의 성패에 따라 예민해 지기도 한다. “그날 매출이 좋다거나 그러면 집안 분위기가 좋아요. 근데 그날 매출이 좋지 않았다 이러면 집안 분위기가 착 가라앉죠”

‘인터뷰는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한숨을 탁 내쉬던 그는 “먹고 살기 참 힘들어요”라는 말을 푸념 반, 장난 반 뱉었다.  그러나 회의가 있다며 빠르게 회의실을 빠져 나가던 뒷모습은 방금까지 한숨을 내뱉던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서일까. 피곤도 어느새 훌훌 털어버린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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