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를 주웁시다
쓰레기를 주웁시다
  • 취재부
  • 승인 2005.11.13
  • 호수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마치고 수첩을 뒤적이고 있을 때였다.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께서 강의실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들어오시더니 혀를 끌끌 차신다. “쯧 쯧 대학생이라는 사람들이…” 무심코 고개를 들고 강의실을 둘러봤을 때, 어지러운 강의실의 모습에 내가 한 행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요즘 수업이 끝난 강의실에서 각종 쓰레기들과 조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시고 버린 빈 캔에서부터 껌 종이, 종이컵, 구겨진 신문, 강의를 들을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프린트, 놓고 간 것인지 버린 것인지 알 수 없는 볼펜 등 등.  빈 강의실에는 학생들의 흔적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굳이 강의실을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무심코, 또는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버리는 쓰레기는 캠퍼스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아침 9시, 일찍 시작하는 첫 수업을 위해서 지하철에서 막 올라오면 분주한 사람들 틈사이로 보이는 한양 프라자 앞 벤치에는 갖가지 쓰레기들이 쌓여있다. 그리고 첫 수업을 마치고 나면 그 쓰레기들이 사라진다. 저녁 무렵이 돼 집에 가기 위해서 지하철로 향하다가 지나는 한양 프라자 앞에는 역시나 쓰레기들이 가득하다. 일주일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강의실에서, 벤치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모든 장소에서 쓰레기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쓰레기를 버리고 가는 것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있으니까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려도 상관이 없다는 의식일 것이다. 심지어 우리 등록금으로 아주머니들을 고용한 것이니 버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까지 생기고 있다.

혹자는 교정에 쓰레기통이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쓰레기통을 늘리는 것이 교정의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선행돼야 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쓰레기통이 주변에 없을 경우에 그것을 버리기가 불편해서 앉았던 자리에 놓고 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논리라면 우리 강의실에도 쓰레기통을 가져다 놓아야 한단 말인가 주변에 쓰레기통이 아무리 없어도 최소한 건물의 층마다 하나씩은 있고, 상점이 있는 곳, 벤치가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쓰레기통을 볼 수 있다.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따라서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은 양심의 문제로 생각해야 한다. 그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양심이 우리 안에 생기지 않는다면 쓰레기통이 아무리 늘어난다 해도 고쳐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5월경에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한 사진에 네티즌들의 찬사가 쏟아진 적이 있다. 평소 수다와 산만한 모습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유명해진 ‘닥터 노’ 노홍철의 선행에 대한 사진이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MBC의 한 프로그램을 마친 노홍철이 혼자 쓰레기를 줍고 있는 사진인 것으로 기억한다. 이 사진은 순식간에 여러 게시판을 장식했고 ‘연예인의 선행’이라는 씁쓸한 칭찬으로 마무리되기에 이르렀었다. 당시의 네티즌들의 여론은 거의 칭찬과 감동 일색이었지만, 한편에서는 평소에 얼마나 쓰레기를 줍지 않았으면 그런 행동이 기사화될 수 있나 하는 비판적인 여론도 있었다. 당연한 행동을 너무 과대하게 포장한다는 여론이었다. 우리는 여기서 다른 사람이 흘리고 간 쓰레기를 줍는 노홍철의 행동을 선행이라고 인정하자. 자신이 하지도 않은 행동에 대해서 한 사람의 공인으로서 책임을 지고 있으니 선행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린 지 벌써 3년이 훌쩍 넘어갔다. 그 당시 우리 붉은 악마는 소란스럽고 열광적인 응원 뒤에 꼭 쓰레기를 치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그들의 행동이 여론화되면서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응원 뒤에는 앉았던 자리를 치워야 한다는 의식이 생겼고, 당연하게 쓰레기를 줍는 행동을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이 당연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또한 쓰레기를 줍는 행동이 좋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기까지 했다. ‘지성인의 전당’이라는 대학교의 명예로운 애칭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민성<인문대·역사철학부 02>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