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웬사가 말하는 제3노총
바웬사가 말하는 제3노총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03.22
  • 호수 129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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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나는 폴란드의 평범한 전기공이었다. 그러나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는커녕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노동조합을 보고는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이념의 영향을 받는게 아니라 기본적인 역할부터 제대로 하는 노동조합을 원했기에 ‘폴란드 자유 노동 조합’을 창건하고 이끌어나갔다.

한국에는 이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있지만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없다면 진정한 노동조합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제3노총 또한 이러한 생각에서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조합원을 위한 노동조합’을 외치며 등장했다고 들었다. 제3노총이 이 역할만 제대로 해 낸다면 진정한 노동조합으로써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밑바닥 출신이라고 할 수 있는 평범한 전기공이었던 내 말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여준 이유는 단순하다. 공산당의 통제를 받지 않는 진정한 노조의 설립은 그들도 진심으로 원하는 바였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일하기 시작한 그단스크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들의 작업환경은 열악했고 그들이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 식료품 값이 상승하자 노동자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노동자들에게 평화적인 무기는 파업밖에 없었다. 그러나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챙겨주지 못했다.
나는 노동자들이 꾸려나가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독립적인 노동조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를 행동으로 옮겼다. 자유노조의 결성을 제안했으나 주제넘은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새로 구한 직장에서는 노동자 그룹들과 연대를 구성했기 때문에 비위를 건드려 해고당했다. 독립적인 노동조합의 결성과 파업권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행동이었지만 나는 직장을 가질 수 없었고 경찰에 수도 없이 체포됐다.
레닌 조선소에서의 대정부투쟁은 가장 극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폴란드 정부는 자유 노조를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폴란드 정부는 순식간에 입장을 바꿨다. 폴란드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해 자유 노조의 활동을 중지시키고 수천 명에 이르는 임원들과 행동 대원들을 잡아들였다. 나 역시 검거돼 약 11달 간 구금됐다.

그러나 우리의 정당한 행동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고 비밀경찰, 군인, 정보원, 당 직원 들은 결국 우리를 막을 수 없었다. 나는 노조위원장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노동조합의 간부는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자리일 뿐이지 그들을 지배하는 자리가 아니다. 나는 단지 노동자를 옹호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들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이루면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잘못을 저지르면 경멸을 받는다. 내게 힘을 준 집단이 노동자인 만큼 그들은 언제든지 그 힘을 앗아갈 수 있다.

한국의 한국노조와 민주노조가 노조원의 외면을 받게 된 것도 기본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조합원들의 요구를 기업과의 협상에서 모두 관철시키는 노동조합은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게다가 한쪽의 요구만 관철된다면 그것은 협상이 아니다. 

지루하지만 서로 대화를 하면서 원하는 바를 조율해 결정을 내리는 편이 좋다. 나는 기업과 협상을 하면서도 노조원의 복지를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게 노동조합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협상을 마치고 양쪽이 자랑스럽게 악수를 나눌 수 있다면 그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제3노총이 처음 출범했을 때의 자세를 앞으로도 잃지 않고 천천히 노동자의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조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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