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기업윤리, 높아지는 국민의식
추락하는 기업윤리, 높아지는 국민의식
  • 취재부
  • 승인 2005.11.13
  • 호수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일 홍석현 전 주미대사의 귀국으로 답보상태였던 도청수사가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홍 전 대사가 받고 있는 혐의는 97년 대선 직전 삼성 그룹의 불법자금을 여야 정치권이 전달했다는 것, 전·현직 검찰간부들에게 떡값 명목의 촌지를 보냈다는 것, 한나라당에 건넨 삼성의 대선 자금 60억원 등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직접 관련 여부를 수사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다.

동시에 검찰은 두산그룹 비리 사건을 박용성 전 회장 등 네 명의 불구속 기소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50억 이상의 배임, 횡령사건에 대해서 대게 5년 이상의 징역이 주어짐에도 불구 이 사건은 무려 2백86억에 이르는 비자금 사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익을 고려해 대기업의 총수들을 구속하기 어렵다는 설명인데 결국 검찰의 잘못된 대기업 수사 방침과 대기업의 윤리의식 결여가 동시에 드러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우리 기업들은 비리 등 부정적인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경영 시스템을 개선해왔다. 하지만 이후에 또 다른 사건이 발생하는 악습을 되풀이해왔다. 과거에 만연했던 정경유착의 끈이 가족경영으로 대표되는 국내 기업여건상 외부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밝혀진 차떼기는 물론 두산그룹의 비리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라는 외부의 눈이 그들의 가족경영에 화살을 쏘고 있으며, 땅바닥에 떨어진 윤리의식에 돌을 던지고 있다. 비리행위를 또 다른 비리로 감출 수 있었던 정격유착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현재 검찰의 기업 수사방침에 불만을 가진 국민들이 많지만 기업을 이만큼 수사할 수 있는 것도 과거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는 분식회계를 저지른 노년의 기업총수들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한 일이 있었다. 오래 지속된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인의 정직한 윤리의식을 요구하는 사회분위기가 뿌리 깊게 자리한 미국의 사례를 국내에 바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기업과 정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재벌의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검찰의 자세와 막강한 기업인들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는 옮겨올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소환을 촉구하고 두산기업 총수들의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에게 ‘반기업정서’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반기업정서를 누가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박 전 회장은 사퇴하면서 투명경영과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했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현재의 과오만 반성하고 같은 일을 되풀이하는 일을 반복해선 안 될 것이다. 검찰의 불구속 수사를 국민의 마지막 경고로 알고 올바른 기업윤리의식 확립을 통해 퇴장당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