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말하는 유명인 모방자살
괴테가 말하는 유명인 모방자살
  • 손수정 기자
  • 승인 2009.03.16
  • 호수 1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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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효과'가 아닌 언론의 집중 보도 영향이 원인


 나의 저서「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출간 이후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무명 작가였던 나를 단숨에 유명하게 만들어 줬다. 특히 이 소설의 주인공 베르테르에게 나타난 불행한 사랑은 부분적으로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베르테르가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지가 200년이 넘었다. 그러나 모방 자살을 뜻하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사회학적 용어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유명인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인해 이에 대한 논란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베르테르 효과’를 만든 장본인으로서 유명인의 자살을 따라하는 모방 자살에 대해 내 나름의 논리를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살았던 18세기 유럽은 ‘낭만주의’라는 문예사조가 유행했다. 이 시대 작품들은 인간의 지성에 반발해 합리주의보다 비합리적인 자유, 그리고 개인의 감정을 존중하는 풍조를 조성했다.
특히 나의 작품「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낭만주의 영향 속에서 자살을 아름답게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살 또한 개인의 감정에 따른 선택이라는 낭만주의 풍조가 이 소설 마지막 권총자살 부분으로 상징화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언론이 한국의 자살 신드롬을 단순히 ‘베르테르 효과’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한다. 로테를 향한 절절한 사랑의 감정을 지닌 베르테르의 사랑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 주는 문학적 혹은 예술적 감동이 전제 돼야만 진정한 베르테르 효과다. 베르테르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베르테르는 유명해졌고, 사람들은 그 사랑이 이루지 못한 존재의 자살에 주목한 것이다.

그러나 유명인의 자살 뒤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자살 빈도의 증가는 언론 매체 보도를 반복 접촉하는 것에 대한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결과일 뿐이다. 이은주, 최진실, 최근에는 장자연에 이르기 까지 유명인들의 자살에 대해 언론은 호들갑을 떨면서 자살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보도한다. 거의 “자살을 하라”권유하는 수준이다.

낭만주의도 모든 자살을 미화하거나 자유롭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내 이야기를 주제로 썼지만 나는 베르테르와 같이 자살하지 않았다. 오히려 82세 까지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며 생을 마무리했다.

낭만파들은 고통과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몽상가로만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새로운 시대의 사고방식을 표현하는 진정한 낭만파는 시대의 고통과 정면으로 맞서는 인간형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나는 자살을 바라보는 한국 언론의 입장이 흥미와 자극위주의 보도로 치우치진 않았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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