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킬 수 없는 길, 대부업체를 경계하라
돌이킬 수 없는 길, 대부업체를 경계하라
  • 최정호 기자
  • 승인 2009.03.16
  • 호수 1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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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에 대한 대학생 이해도 평균 4.1% ‘이대로는 위험’


“내렸어 내렸어 내렸어~” 경쾌한 리듬과 함께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대부업체의 광고다. 쉽게 돈을 빌릴 수 있다며, 30일 무이자니 여성전용대출이니 왁자지껄 떠들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그 리듬을 따라 흥얼거린다.
연이어 계속되는 불경기와 생활고 속에 많은 대학생들이 학자금이나 생활비를 위한 대출을 하고 있다. 은행 등 제1금융권을 미처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그들은 대부업체로 눈을 돌리게 된다. 과연 우리나라의 대부업, 그 현실은 어떠할까?

대부업 등 사금융 이용자는 전국적으로 2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08년 자료에 따르면 사금융의 평균 이자율은 72.2%이며 불법 사금융의 경우, 수천%의 이자를 적용하는 곳마저 있다. 또한 대부업 이용자의 76%가 2~30대라는 점은 충격적이다. 연간 수십만의 대학생이 연리 7%가 넘는 학자금 융자를 겪고 있으며 이중 수천 명이 지불을 연체해 신용불량자가 되고 있다.

이 경우, 더 이상 제1금융권(일반적인 제도권 은행)이나 제2금융권(증권회사, 투자신탁회사, 종합금융회사, 상호저축은행 등의 은행 외 금융)의 해택을 받지 못한다. 주변의 많은 대학생들이 단지 ‘교육’을 받기 위해 잠재적인 제3금융권(제도권 밖의 대금업체. 주로 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대부업체 및 사채업체)의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서울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에서는 ‘서울 및 수도권 대학생 대부업체에 대한 인식 및 실태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의 95.2%가 대부업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반면에, 대부업체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는 ▲대부업체 법정이자율 3.5% ▲채무자의 권리 이해 4.8% ▲대부업체 이용 시 영향 6.5% ▲개인신용정보 조회 시 영향 5.7%로 밑바닥을 맴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설아<서울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간사는 “이번 조사는 대학생들이 매년 오르고 있는 살인적인 등록금을 부담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하는 현실과 연장선상에 있는 문제”라며 “대학생과 같이 사회경험이 부족하거나 나이 어린 사람들이 대부업체의 위험성을 간과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고 답했다.
제3금융권은 제1금융권처럼 상환능력, 재산정도, 고정수입여부 등을 평가하지 않고 일단 빌려주기 때문에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대출이 가능하다. 지출의 대부분이 용돈이나 아르바이트로 충당되는 경우가 많은 대학생의 특성상, 자신의 큰 씀씀이로 인해 사채를 빌리게 되는 경우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다. 이 간사는 “순간의 선택이 자칫 그들을 고금리의 수렁으로 몰아넣어 삶을 파탄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보호대책이 없는 현 상황은 매우 불안하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이 대부업체를 선택할 때 주요 판단기준을 이자율로 그 다음 대출가능금액, 신속성 순으로 선택한다. 김병기<금융감독원> 수석조사원은 “많은 사람들이 30일 혹은 40일 무이자라며 유혹하는 대출광고에 사채에 대한 경각심을 잃기 마련”이라며 “그러나 30일 안에 갚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실제로도 30일이 아니라 5~15일 정도의 기간만이 무이자로 계산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7년엔 대부업체의 과도한 허위광고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정조치를 명한 바 있다. 러시앤캐시, 리드코프 등 대형대부업체들 역시 이에 포함됐다. 내용은 대출이자율에 관한 허위ㆍ과장, 무이자 대출기간에 관한 허위ㆍ과장들이 많았으며, 공정위 심벌마크나 랭키닷컴 인증마크 등을 표기해 업체의 공신력을 과장한 경우도 있었다.

김 수석조사원은 “무이자기간이 끝나는 순간부터 49%의 이자율 등 고액의 이자가 붙게 돼 있기 때문에 홍보하는 내용들을 그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100만원을 대출받는 경우 선이자를 떼면 실제적으로 들어오는 돈은 50~70만 원 정도”라며 “광고는 어디까지나 돈을 빌리게 하기 위한 포장된 허구에 불과하다”고 얘기했다.

대부업체라고 하면 불법채권추심 역시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합법적으로 등록한 대부업체라 하더라도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소, 대형의 규모 혹은 인지도에 상관없이 여전히 불법채권추심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수석조사원은 “2002년 도입된 대부업법은 그 목적이 대부업체들의 합법적 인정이 아니라 범죄 예방을 위한 체계적 관리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돈을 빌리려면 ‘녹음기’부터 준비해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법채권추심 행위 적발이 어렵다”고 답했다.

대부업법 제10조에 따르면, 채권추심 행위에 있어 ▲폭력, 감금, 협박 등 강박행위가 동반된 경우 ▲채무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 ▲공포심과 불안감을 유발해 평온을 심히 해치는 경우를 불법추심채권 행위로 간주한다. 계약에 따라 채권의 이행을 독촉하는 경우엔 독촉하는 자의 소속과 성명을 밝혀야 한다. 이를 어겨 적발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개별 상황에 따라 폭행죄, 공갈 및 협박죄가 추가된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는 단지 벌금형만이 내려지고 있어 그 실효성이 의심되고 있다.
김 수석조사원은 “대부업체 등 제3금융권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한 번 이용하게 되면 다시 제도권 금융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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