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 ‘핵’은 여전히 미국
한국 외교 ‘핵’은 여전히 미국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03.15
  • 호수 1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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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 해결 미국 없이는 불가능 해

탈냉전 시대가 됐지만, 학계에서는 여전히 남한의 외교에서 미국이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고 말한다. 북한과의 대치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은 실질적인 방어막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북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행동하고 있다.

냉전시대에는 소련과 중국의 힘을 이용해 안보를 손쉽게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하고 러시아로 바뀌면서 남한과 수교하게 됐고 중국도 남한과 수교를 맺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소련과 중국의 힘을 빌어 상대하던 미국을 홀로 상대하게 된 것이다. 두 나라는 국력차가 크기 때문에 정상적인 외교 통상을 통해서는 북한이 원하는 바를 얻어낼 수 없다. 북한의 핵을 내세운 외교 전략은 극단에 몰린 일종의 ‘절벽 외교’다.

핵무기가 있음을 과시하는데는 정치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이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면 실질적으로 국방력을 증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대외적 국가 위상이 높아진다. 또 북한이 핵무기나 미사일로 군사 도발을 하면 남한,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위협이 된다. 

일러스트 박진영 기자

북한의 이런 군사 행동을 막는 방법은 강력하게 군사 맞대응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질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을 때 그 다음 공격대상은 북한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결국 군사 행동을 하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을 침공하지 못한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남한이다. 북한이 남한에 미사일을 쏘거나 핵을 쏘는 등의 공격을 하면 동아시아 전체가 혼란에 빠진다. 두 번째 이유는 중국이다. 중국은 한반도가 타국에 점령됨으로써 자국의 안보를 위협받는 것에 굉장히 민감하다. 한국전쟁 때 유엔군이 두만강을 넘어서자 중공군이 개입했던 사건도 그 실례로 볼 수 있다. 북한을 공격할 경우 중국이 실질적으로 위협을 느껴 미중 관계가 악화될 확률이 높다. 중국과 적대관계가 되면 미국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세계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섣불리 북한에 군사적 활동을 할 수 없다.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의 안보나 이익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된다면 중국과 연합해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를 내세웠다. 북한 정부를 굴복시켜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기 위해 대화를 끊기도 하고 해안을 봉쇄하는 등 압박도 해 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결국 부시 행정부는 검증 가능한 핵 폐기 대신 핵을 동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핵무기를 원천적으로 폐기하기 위해서는 핵 기술을 갖고 있는 기술자까지 모두 북한의 핵개발에 참여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있는 한 시설을 폐기한다고 해도 언제든지 핵 개발 재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핵 동결은 기존의 핵 개발 진행을 멈추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핵 개발 관련 시설을 모두 해체하고 새로운 기관을 세우지 않아야 한다. 미국은 북한이 기존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멈추고 이것이 검증되면 북한에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북한은 검증을 거부한 상태다.

또 북한의 핵 문제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핵 폐기의 정도다. 이 사안에 대해 미국과 남한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학계에서는 북한이 기존에 갖고 있는 핵물질을 해체하는 정도까지는 진행되겠지만 핵개발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우리라 보고 있다.

미국이 핵동결처럼 핵 문제를 상징적으로 해결 뿐 원초적으로는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는 미국은 현재 북한의 핵 수준이 크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북한이 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크게 위협이 된다. 그래서 완전한 핵 폐기를 바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 외교에 영향을 미치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다

. 북한은 남한과 직접적으로 상대하지 않고 미국과 상대하려는 주의다. 이 상황에서 남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미국과 북한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거나 양쪽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중재안을 마련하는 정도로 제한돼 있다. 그래서 남한에서는 핵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답을 구하기 어렵다. 그래서 미국과의 동맹을 굳건히 하고 6자 회담국들과의 관계를 긴밀히 해 북한에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민의 정부ㆍ참여 정부는 북한과의 외교를 민족차원에서 바라보고 식량이나 비료 원조 등을 활발히 펼쳤다. 반면 현 정부는 북핵의 단계적 폐기 등 실질적인 성과가 없는 원조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학계에서는 현재의 대북외교 뿐만 아니라 통일 한국의 외교에 대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통일 한반도의 외교 파트너로는 다양한 세력이 물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능성이 높은 것은 EU다. EU는 인접한 동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적인 국가 안보나 영토 면의 이해관계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긴밀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력이나 경제력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믿을만한 우방이 될 수 있으며 외교 대상 국가가 다양해짐으로써 다양한 외교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뽑힌다.

통일 한반도 뿐만 아니라 다자외교의 필요성은 계속 대두 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약소국은 양자외교로는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어렵지만 여러 나라 국가가 모여 한 소리를 내면 원하는 바를 얻어내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존의 양자외교도 강화해야 하지만  다자외교를 위한 외교지평 또한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러스트 박진영 기자
도움 : 홍용표<사회대ㆍ정치외교학과> 교수
배종윤<연세대ㆍ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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