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흥미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9.03.14
  • 호수 129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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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근육의 선구자, 김선정<공대·생체공학과> 교수를 만나다

사람들은 ‘근육’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게 단순한 것들을 떠올린다. 육체미, 알통, 우리 몸의 수많은 구성요소들 중 하나까지. 하지만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근육’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사람이 있다. 그는 근육의 생김새와 기능을 다른 물질로 재현해 산업적으로, 의학적으로 인공근육을 적용하고자 한다. 의학과 공학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생체공학자로 인공근육 실용화의 밑거름을 마련한 김 교수를 만나봤다.

사진 이유나 기자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뛰어 든 ‘생체공학’
사실 생체공학이라는 학문은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그리 깊지 않다. 아직까지 대중화가 덜 된 학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개교 70주년을 맞이하는 우리학교에서도 생체공학과는 개설된 지 올해로 5년이 된 ‘갓난아기’ 학과다.

새롭게 탄생한 분야이니 만큼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움의 연속이다. 축적된 연구 노하우가 없어 하나하나 새롭게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도 사람의 인체 근육의 특징을 실현할 수 있는 물체를 찾는 것이 고역이었다고. 자료가 하나도 없는 백과사전에서 자료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결국 적합한 물질을 찾았지만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근육의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DNA와 풀러린을 이용해 구조의 메커니즘을 밝혀내기 위해 겪었던 고초들은 이루 말로 표현하지 못한다고 한다.

포기하고 싶진 않았을까. 힘들진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어려움을 당연한 것이라 말한다. 힘든 일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새로운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선 감수해야할 행동이라 생각하며 감사히 여긴다 했다. 생체공학에 대한 그의 애정이 저절로 느껴졌다.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달려온 그는 어느새 ‘생체공학’이란 생소한 분야에서 거물급 인사가 돼 있었다.

“의학과 공학을 모두 알아야 하는 생체공학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하지만 연구를 하면서 느껴지던 그 희열을 포기하긴 힘들었습니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했거든요. 생체공학은 미래가 무한한 학문이에요. 그 미래의 모습을 제가 직접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인공근육’
김 교수가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는 수많은 생체공학의 중 하나인 ‘인공근육’분야다. 이번에 김 교수와 연구진이 발표한 DNA 작동 메커니즘은 인공근육을 실용화 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했다.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인공근육이 실용화 된다고 해도 인체에 활용되기 위해선 수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생체공학 기술은 인체에 적용될 때 비로소 모든 발전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결과로 실용화의 발판이 마련되긴 했지만, 바로 사용하기엔 크기가 너무 작아요. 전자 현미경으로 봐야 할 정도로 작은 크기거든요. 앞으로는 이 크기를 키우고 성능을 더 좋게 하는 연구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인공근육 분야의 미래가 밝은 만큼 나라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김 교수는 지난 2006년 한국과학재단에서 운영하는 창의연구단 사업 중 생체인공근육연구단을 꾸려갈 교수로 선정됐다. 창의연구단 사업에 선정되는 것은 전국의 이공계 교수 50명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우리학교에서도 김 교수만 유일하게 선정됐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단다.

어렵게 선정된 만큼 받는 혜택도 대단하다고. 원활한 연구 활동을 위해 국가에서 1년마다 7억 원씩, 9년 동안 연구비가 지원해 준다. 학교 측에서도 김 교수의 수업시간을 최소한으로 배당한다. 김 교수만을 위한 연구실도 따로 마련 해 줄 정도다.

“전 정말 생체공학을 할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생체공학이 의학과 공학을 넘나드는 것처럼 제 직업도 교육자와 학자의 구분이 모호하거든요(웃음). 운명과 같은 학문을 마음껏 연구하고 있는 저는 현재의 삶이 너무나 만족스럽습니다. 저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학생들과 함께함과 동시에 제가 원하는 분야의 연구를 몰입해서 할 수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 가져야할 ‘자신만의 흥미’
생체공학자로서 김 교수의 꿈은 학생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인공근육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는 것이다. 김 교수에게 학생이란 자신의 가르침을 받는 제자임과 동시에 생체공학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의 존재다.

김 교수는 학생이 없는 자신의 삶을 상상할 수 없다고 한다.“나와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그들을 보면서 동기부여도 받고, 옛날의 나를 떠올리며 나태해 지지 않으려 노력하죠”

김 교수는 생체공학을 전공하는 학생 외에 모든 한양대생이 원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음을 바탕으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모든 힘을 쏟아 내 뜨거운 열정을 발휘해 내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 대학생의 모습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일이라도 상관없어요. 원한다면 무조건 파고드세요. 세상에 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젊다는 것이 뭔가요. 언제든지 재미난 일을 다시 만들 수 있는 나이잖아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세요. 당신에겐 젊음과 도전정신이 있으니까요”   

사진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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