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제 시행, 9년을 돌아보다
학부제 시행, 9년을 돌아보다
  • 강유진 객원기자
  • 승인 2005.11.13
  • 호수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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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 공동화 등 문제점 발견
일러스트 이정빈
새 학기가 되면 신입생 뿐 아니라 ‘또내기’도 학과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학부제로 입학한 학생이 2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학과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는 ‘폭넓은 기초 지식과 창의력을 갖춘 인력의 양성’을 목표로 학부제를 시작하여 9년 동안 시행해왔다. 신입생은 학부생으로 입학하여 1년 간 다양한 전공을 탐색함으로써 전공 선택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으며 서로 연계 가능한 학문을 학부 체제로 운영하면서 경계를 허물어 각 학과 간 교류를 통해 학문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로 인한 학과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전공 선택의 시기가 늦춰짐에 따라 전문성 저하와 신입생들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등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서강대의 경우 취업에 유리한 인기학과로는 70~80명이 몰리는 반면 비인기학과는 단 2명이 지원해 학과 공동화 현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학교도 이와 유사하게 2004학년도 한 단과대학에서 인기학과는 60여명이 지원한 반면 비인기학과 지원자가 3명에 그친 적이 있다.

조정희<경영대·경영 03>는 “학생 수가 많아 앞자리에 앉지 못하면 수업 내용을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해 수업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비인기학과는 학생 수가 적어 학과 자체 운영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올해 3월, 4월 교무처 앞에서 일인피켓시위를 한 심현수<인문대·독문 01>는 “타학교는 비인기학과에 지원자가 줄면서 과의 존폐 자체도 위기”라며 특정과에 편중되고 있는 지원형태를 꼬집으며 학부제의 폐단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측은 그 동안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을 시도하고 있다. 인문대의 학과공동화가 심해지면서 역사철학부와 영어영문학부를 따로 분리시킨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성적 우선 순위 지원자를 받음으로써 학과공동화를 막으려 했다. 그러나 선호하지 않는 학과 공부를 하면서 학생들의 학습 의욕이 저하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성균관대는 사회학과 지원자 수가 적어 다수의 편입생을 선발함으로써 인원을 채우고 있다. 고려대 역시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어문계열을 한국외대와 공동수업을 통해 학점을 교류하기로 했다.

전공 선택이 1년 늦춰지면서 생기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1년 동안 기초 필수 과목을 공부 하면서 전공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기존 4년에서 3년으로 줄어 전문성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과반에서 학과로 이동하면서 신입생이 소속감과 정체성에 혼란을 빚고 있는 것도 문제로 드러났다. 학과 공동체의 개념이 모호해 선후배 사이가 소원해지고 신입생의 경우 교수들의 학습지도가 어렵다는 문제도 지적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은 “전국 1백29개 4년제 대학 가운데 51.2%인 66곳이 1999년 이후 추진한 광역단위 모집에서 학과제로 분리 변경했다”고 밝혔다. 이는 학부제 체계의 정비 혹은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다.

학교 측은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이 상호 영향 아래 발전해 질적 성장을 꾀는 것이 종합대학이라는 인식을 새로 할 필요가 있다. 기초학문이 비인기학과로 이어지는 사회적 현상을 인식하고 그에 상응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해 기초 학문의 연구와 부흥을 돕고 이를 기초로 실용학문이 발전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각 학과별 자구책 마련도 시급하다. 비인기학과는 학과의 질적 성장을 이룩해 학과의 특성을 살리고 인기학과는 수업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이 모색돼야 한다.

2006년도에는 학부제로 교육체계를 바꾼 지 10년이 되는 해다. 학교 측은 9년간 학부제가 본 취지에 맞게 운영됐는지, 문제점은 없는지를 파악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더 나은 교육체제로의 변모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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