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봄
마음의 봄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3.01
  • 호수 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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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우<한양상담센터> 교육전문연구원


 봄이 오고 있다. 찬바람이 불던 캠퍼스에도 이제 막 봄이 밀려들고 있다.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을 느끼며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기지개를 켠다. 두꺼운 옷들을 벗고 나니 발걸음도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봄은 우리 마음에도 커다란 생기를 불어 넣는 것 같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설레고, 무언가 해보고 싶은 의욕도 생겨난다. 그런데, 이런 희망의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늘 마음은 겨울 속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내담자들이 삶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 이들은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이 원하는 것만큼 행복해지지 않는 것 같은 허전함 속에서 때로는 불안해하기도 하고 우울해하기도 한다. 상담을 하는 입장에서 이런 모습을 지켜보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우리는 나름대로의 삶의 방식들을 지니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삶을 살아오면서 주어진 자신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만든 방식이다. 그런데 자신을 지켜왔던 삶의 방식이 자신을 더 힘들게 하기도 한다. 어떤 내담자들은 잘하는 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자신의 존재를 느끼며 자라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오히려 사람들과 멀어지게 하기도 한다. 자신을 행복의 길로 이끌던 방법이 앞길을 막는 장애물이 되는 것이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러한 사실에 대해 깨닫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기존의 삶의 방식을 때로는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선택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그보다도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만큼 부여잡고 놓지 않으려는 삶의 방식에 그 사람만의 의미들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걸 놓을 수 있을 만한 마음과 상황이 돼야 집착을 놓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더 힘들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은 딜레마를 초래한다.

계속 기존의 방식을 고집해도 힘들고, 포기하자니 그것도 힘 빠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내담자들이 뭔가 자신의 부족감을 채워야 행복해질 것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이러한 자신에 대한 부족감은 자신을 채찍질해서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계속되는 채찍질만으로는 누구든 지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강박관념에서 놓여나서 여유롭고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예전에 '시실리 2km' 영화를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영화에 나오는 귀신이 기존에 상상하던 무서운 모습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이해하고 연민을 갖는 주인공을 돕기도 하면서 서로 친해지는 장면이었다. 우리 안의 생각이나 감정들도 그 의미나 소중함을 충분히 이해받는다면 귀신이 편하게 저승으로 돌아가듯 우리를 구속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계속 거기에 얽매여 살게 되거나 아니면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며 살게 될 것이다.

마음의 봄은 마음의 외투를 벗어야 온다. 하지만 외투를 벗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감을 가지면 외투는 자연스럽게 벗게 된다. 진정한 마음의 봄은 이러한 자신에 대한 시각 변화에서 온다. 새로운 시작을 맞아 마음이 분주한 계절이지만 다들 한번쯤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혹시나 나 자신이 낡은 외투를 걸친 채 힘들어 하는 것은 아닌지, 이렇게 해야만 행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그 생각이 나를 힘들게 만들지는 않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만물이 생동하는 이 봄의 온기를 느끼며 한양인들이 낡은 외투를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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