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지배하라
시간을 지배하라
  • 한양대학보
  • 승인 2009.03.01
  • 호수 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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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영<사범대ㆍ국어교육학과> 교수

\ 새로운 식구들을 맞이했다. 서울배움터는 3300여명, 안산배움터는 2900여명에 해당하는 대식구들이다. 새로운 식구들을 바라보면서 새로운 둥지에 보금자리를 마련한 작은 새를 떠올린다.
새는 둥지를 틀 때 가장 적합한 나무를 선택하기 위해 여러 나무들을 비교한다. 그리고 둥지를 만들 지푸라기 한 올을 물고 수천번의 비상을 반복한다. 우리 새내기들도 ‘한양’이라는 거목에 둥지를 틀기 위해 이처럼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리라. 이러한 노력이 힘찬 비상을 위해 중단되지 않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말콤 글래드웰은 워싱턴포스트에 이어 뉴요커지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술가다. 그의 ‘1만 시간의 법칙’은 새내기와 재학생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그는 최근 펴낸 신작 「아웃라이어」에서 뛰어난 성공을 위해서는 특정 분야에 최소한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하고 있다.
1만 시간은 하루 3시간씩, 10년 동안 꾸준히 실천해야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이다. 어떤 분야에서 숙달되기 위해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이란 뜻이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겠지만, 이는 한 가지 일을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하는 ‘최소’의 시간량으로 생각하면 된다. 글래드웰은 자신의 이론을 ‘허드슨강의 기적’을 이룬 체슬린 셀런버거 기장에게 적용하고 있다.

‘허드슨 강의 기적’은 2009년 1월 19일 US 에어웨이 여객기가 조류 충돌 때문에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사건이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의 순간을 체슬린 셀런버거 기장의 침착하고도 능숙한 비행 기술로 승객 115명을 전원 구할 수 있었던 영웅담이다. 이 사건에 대한 말콤 글래드웰의 분석은 체슬린 셀렌버거 기장의 비행 경험이 1만 9천 시간이라는 데에 모아지고 있다. 그의 비행 경험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노트를 펼쳐 놓고, 또는 컴퓨터 앞에서 나의 인생 로드맵을 작성해보자. 1학기 16주 동안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가. 그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생각한 것들을 적어보면서 이것을 학기 단위, 학년 단위, 그리고 10년 단위로 인생을 설계해 보라. 그리고 나서 말콤 글래드웰이 제시했던 ‘1만여 시간의 법칙’을 차근차근 적용해 보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하루에 3시간이란 양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수업시간과 과제물 작성에 드는 시간은 제외한 것이기 때문에 끈기와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간의 양이다.

연후에 나를 쉬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시간’의 운용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에,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정명훈은 ‘요리’에, 최초의 여성 법무부장관이었던 강금실은 ‘춤’에 매료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전공 분야에 최고의 에너지를 쏟으며 몰두한 후, 자신을 이완시킬 수 있는 ‘즐김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다. 우리 새내기와 재학생들도 이들처럼 치열하게 공부하다가, 또 다른 분야에서 나를 쉴 수 있게 하는 대상을 발견하고, 즐김의 시간을 갖는다면 행복한 인생이 될 것이다. 그 대상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그것은 자아를 고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새내기들이여! 이제 ‘한양’이라는 거목에 튼튼한 둥지를 틀었으니 힘찬 비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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