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 ‘민족대학’ 사면초가
고교등급제, ‘민족대학’ 사면초가
  • 심재환 기자
  • 승인 2009.02.22
  • 호수 1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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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학년도 수시 2-2 일반전형에서 내신으로 뽑는다고 공표한 ‘민족의 대학’은 일반고 1, 2 등급의 학생들을 탈락시킨 반면 외고 학생들은 7, 8등급까지 합격시켰다.

때문에 최근 고려대는 2009학년도 입시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일부 특목고의 경우 고려대 수시 전형 합격률이 90%에 달한다. 이는 고려대가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증거다.

고려대 총학생회에서도 학교 측의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등 고려대 내부 여론도 들끓고 있다. 고려대는 ‘내신’이라는 원칙을 무시하고 학생을 선발해 대학가에서 유지되던 공정성을 무너뜨렸다.

고려대 고교등급제 문제와 관련해 조병철 논설위원의 글을 살펴보면 “고대가 좀 어설퍼서 고대다운 실수를 저질렀지만 비유하자면 과속이나 신호위반 정도다. 과태료 정도만 물리면 된다. 정 뭣 하면 100일 운전면허 정지면 처벌은 충분하다”라며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적용을 옹호하고 있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학력 서열화에 있는 것이 아닌데, 학력만을 대학 입시 전형에 중요하게 반영하자는 의미이며 진정한 의미의 교육 목표를 무시하는 처사다.

분명 고교 학력 격차는 존재하며 우수한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선 대학은 학생 선발권을 보장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고교 등급제를 합법화한다면 고교 입시의 과열로 인해 사교육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고교등급제만이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대학 당국을 제외한 어느 누구도 명확한 합격 기준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학에서는 수시 기준을 내걸고 있지만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논란만 살펴봐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이렇듯 선발기준이 모호해질수록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믿을 것은 특목고 입학이나 외고의 학교 간판을 따는 것과 터무니없이 비싼 사교육비뿐이다.

정부의 교육 정책에도 역시 문제가 있다. 정부는 내신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이에 고교생들은 외고나 특목고에 진학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신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고 일반고에 진학한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정부는 완벽한 대학자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결국 정부의 정책을 무시하고 특목고나 외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이득을 보게 됐다. 정부 교육 정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모든 언론 매체들과 시민단체들은 고려대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쏘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 고교등급제 논란은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고려대 문제는 앞으로 일어날 문제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란 의미이다. 대학자율화를 전면 시행한다면 고교 입시 과열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고, 사교육비는 하늘을 치솟을 것이 분명하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에 있다. 대학자율화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 될 것이 분명하다. 여론은 화살의 방향을 정부로 돌려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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