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용산 철거민 참사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용산 철거민 참사
  • 이시담 기자
  • 승인 2009.02.21
  • 호수 1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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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압·상황 조작에 분노한 국민, 정부 과오 반성해야

위정자는 필요에 따라 악을 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잔혹함으로 백위정자는 필요에 따라 악을 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잔혹함으로 백성들에게 닥칠 더 큰 잔혹함을 막을 수 있다면 그의 행위는 자비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정자는 민중을 적으로 돌리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해야 한다. 귀족은 얼마든지 교체가 가능하지만 민중은 교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귀족들의 높은 요구를 들어주려면 민중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민중의 요구는 억압받지 않는 것 뿐이기 때문에 위정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어렵지 않다. 이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최근 방향은  어려운 쪽을 선택한 것 처럼 보인다.

용산 철거민 참사도 이 과정에서 일어난 참사로 볼 수 있다. 용산에 뉴타운을 만드는 과정에서 갈곳이 없어진 철거민들은 정부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했다. 이 농성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6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민중은 동요하기 쉬운 특징을 갖고 있다. 용산 철거민 참사에 분노한 민중은 촛불시위를 일으킬 기미를 보였다. 이 때 이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린 사건이 군포 연쇄살인사건이다. 언론은 범인 강호순의 얼굴과 범죄, 강호순과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일 보도했고, 민중들은 용산 철거민 사건을 잊은것처럼 보였다.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대대적으로 알리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연쇄살인범 검거라는 측면에서 경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뿐 만 아니라 시민의 분노를 살인범에게 돌릴 수 있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용산 참사의 파장을 희석시키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사건의 정보를 언론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라는 지시는 당연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지시 사항이 담긴 메일의 존재가 폭로되면서 이 지시는 역효과를 냈다. 연쇄살인범에게 향했던 분노까지 고스란히 정부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 FTA 협상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가함으로써 민중의 먹거리를 위협했고, 뉴타운 개발 추진 등으로 민중의 집을 빼앗았다. 용산 철거민 참사는 촛불 시위 탄압과 마찬가지로 과잉 진압의 대표적인 예다. 물론 민중을 설득하는 것보다는 무력을 쓰는 편이 효과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잔혹성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위정자는 필요에 따라 단숨에 잔혹해야 하고 계속 그 잔혹성을 끌고 가서는 안 된다. 그의 잔혹성은 소를 위해 대를 희생하는 것이었으며 눈에 띄게 오랜시간 노출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시민을 적으로 만드는 과오를 범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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