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요”
“한양대 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요”
  • 김규범 기자
  • 승인 2008.12.07
  • 호수 1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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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N 스포츠 아나운서 김석류<실내환경디자인학과 02> 동문을 만나다

요즘 스포츠팬을 자처하는 사람들 중에 김석류 아나운서를 모르는 이는 드물다. 방송을 시작한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신’이라는 칭호가 붙을 정도다. 알고 보니 우리 학교 동문이란다. 반가운 마음에 김석류<실내환경디자인학과 02> 동문을 찾았다. 발랄한 그녀 덕분에 인터뷰라기보다는 친한 선배와 ‘한 바탕 수다’를 떨었다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스포츠의 ‘스’자도 몰랐던 그녀
스포츠 아나운서는 방송사에서 다루는 모든 경기들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녀가 처음부터 스포츠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스포츠에 빠지기 시작한 것도 스포츠 아나운서 일을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스포츠 현장의 분위기와 승패가 갈린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또 그 현장 속에 제가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전 특별히 한 종목만 좋아하지는 않아요. 야구시즌일 때는 야구를 좋아하고 배구시즌에는 배구에 푹 빠져 살았죠.
지난 야구 시즌에는 혼자 부산 사직구장을 찾는가 하면, 집과 가까운 잠실구장에는 혼자 맥주와 통닭을 사들고 외야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어요”
요즘 그녀의 인기는 최고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그녀를 ‘여신’으로 칭할 정도다. 하지만 본인은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다. 실제로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녀가 만나자고 한 장소도 사람이 북적대는 지하철역 한복판이었다.
“제가 인기가 많다는데 전 잘 모르겠어요. 길거리에서 절 알아보는 사람도 없던데요(웃음)? 방송에 출현한지 1년여 남짓 됐지만 한창 일었던 야구 붐의 바람을 타서 인기를 얻은 것 같아요.
특히 지난 시즌 롯데 경기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경기부터 롯데가 연패에서 탈출하는 바람에 롯데 팬 분들이 더 사랑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경험과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재학 시절 그녀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 교내 방송국 ‘한양라이온즈’, 건축대학 학보 공간 기자, 동문회보 기자, 일본큐슈대학교 교환학생, 일본 와세다대학교 교환학생, 교내 국제협력실 근무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다.
“지금 생각해보면 재학 시절에 참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어요. 그런 자리를 찾기 위해 매일같이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새로 경험할 자리가 없는지 알아보기도 했고요. 그러다 동문회보 기자, 일본 큐수국제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 국제협력실 근무 등을 했어요. 교내에서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주위에서 총학생회장이 목표가 아니냐는 질문까지 받았던 적이 있어요(웃음). 제 생각에는 대학 시절에 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거의 모두 누리면서 대학시절을 보낸 것 같아요”
열심히 대학생활을 한 만큼 그녀는 학교에 대한 애착이 크다. 지금도 한양대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단다. 그래서 학교를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위축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
“한양대라는 이름에 콤플렉스를 가진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주위에서 ‘좀 더 높은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 중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본적이 없어요.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기회는 언제든지 찾아오기 때문에 후배들이 항상 이를 생각하고 대학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대학시절을 바쁘게 보낸 그녀였지만 학점관리에는 충실한 편이었다. 그 비결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듣고 싶은 교양은 밤을 새서라도 기어코 수강신청에 성공하곤 했다.
“부족한 시간에도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 발표 수업을 주로 수강했어요. 개인적으로 파워포인트나 동영상으로 발표 준비를 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앞에서 발표를 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즐기는 편이여서 발표 성적은 대부분 잘 받았어요”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아나운서
일본어를 한 마디도 못했던 그녀가 한 회에 두세 명만 선발하는 교환학생에 합격한 비결은 순전히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라고.
“교환학생 선발에 일본어 면접이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국어로 예상 질문과 답을 작성하고 일본어 잘하는 선배에게 그 목록을 일본어로 번역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그걸 계속 외우면서 준비했죠. 그 문장들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마냥 외우기만 했어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외웠던 문장들을 면접관들이 그대로 물어보는 거예요. 결국 높은 성적으로 교환학생으로 선발됐죠”
그녀의 전공은 실내디자인이다. 아나운서와 실내디자인은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아나운서라면 많은 분야에 두루 걸쳐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전공을 바꾸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전공이 디자인인 만큼 일본에서 여러 디자인 작품 전시회를 관람했었는데 그 때마다 한계에 부딪쳤어요. 작품을 보고 좋고 나쁨의 평가는 내릴 수 있었지만 제가 스스로 작품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은 없더라고요. 공모전에도 계속 탈락해서 점차 자신감도 사라지기 시작했죠. 그래서 전공에 대해 많은 갈등을 했어요.
한동안 매일 방에서 울면서 고민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때 결정을 내리는데 건축학과의 한 교수님께서 힘을 주셨어요. 제 고민을 말씀드렸더니 ‘건축이나 디자인보다 결혼을 해서 아이 하나 잘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 한마디에 디자인 전공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있었어요”
“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혹시 다른 분야로 진출할 가능성은 없냐는 질문에 “아뇨”라는 대답이 곧바로 나온다. 그녀는 스포츠 아나운서라는 일을 할 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단다.
“다른 쇼 프로그램 진행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스포츠 아나운서는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요. 굉장히 전문적이기 때문이죠. 시간이 많이 흘러 화면에 출연하지 못할 지라도 목소리로 나마 오랫동안 중계석에 남고 싶어요. 그 때를 위해 발성 학원도 다니고 있답니다”
아나운서와 연관 없어 보이는 대학시절의 활동들이 지금의 자리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하나의 경험은 또 다른 기회를 만들었고 그 기회는 그녀에게 재산이 됐다.
“동문회보 기자 일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동문회보에서 기고 요청이 들어오기도 하고, 일본어를 배운 경험 때문에 일본인 선수를 생방송 인터뷰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또 저는 여러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어요. 그 경험이 사람들 대하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전 항상 현재에 충실하면 기회는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불가능한 일은 없어요. 사람에겐 어려운 일이 닥쳐도 결국은 해낼 수 있는 힘이 있어요. 기자님도 마감 때 기사 쓰시는 거 생각하시면 아시겠죠(웃음)?”
김규범 기자
사진 장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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