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로 유지되는 생태계 균형
견제로 유지되는 생태계 균형
  • 전의건 기자
  • 승인 2008.12.07
  • 호수 1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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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의 3%에 불과한 밀림엔 전 세계 생물 종의 절반 이상이 서식한다. 곤충의 경우엔 80%에 육박한다. 이 수많은 생물이 있는 곳에서 먹이 경쟁에 관한 성공적인 종을 꼽으라면 3천 평당 800만 마리가 사는 개미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개미가 아무리 생존에 있어서 우위를 확보했다 해도 밀림에서 독점권을 행사할 순 없다. 코디셉스라 불리는 기생 균류가 효과적으로 개미의 독주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디셉스에 감염된 개미는 기생 균류에 의해 조종된다. 코디셉스에 감염된 뇌는 이 개미를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록 명령을 내리고, 나중에는 개미가 방향감각을 잃고 죽게 한다. 죽은 개미의 몸에서는 코디셉스의 자실체가 자라나는데, 자실체의 성장이 끝나면 그 끝에서 강력한 포자들이 터져나온다. 포자로 인해 인근의 개미들은 심각한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균류는 점염성이 매우 강해 인근 지역 뿐만 아니라 개미집 전체를 몰살시킬 수도 있다.

이 재미있는 균류는 수천가지 유형이 있는데, 저마다 한 종의 생물을 전문적으로 노린다. 한 종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코디셉스 균류의 공격을 받기 쉽기 때문에 단일 종이 극도로 우세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코디셉스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는 서로 천적 관계에 있는 생물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서로 적정한 개체수를 유지하기 때문에, 단일 종의 증대로 인한 파멸에 도달하지 않는다. 이런 생명체간 반복적인 견제가 생태계의 순환 고리의 일부인 것이다.

생태계 순환에 관한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물질 순환이 존재한다. 씨앗이 싹터 식물이 되고 이삭을 맺고, 빵이 된다. 빵은 우리 몸의 혈액이 되며 혈청으로부터 태아, 사람, 시체, 흙, 암석, 무기물로 변한다. 이처럼 물질은 자신의 형태를 바꿔 자연의 어떤 형상이라도 이룰 수 있다.

물질이 순환하기 위해서는 박테리아가 존재해야 한다. 박테리아는 보통 분해자 또는 환원자로 불리는데, 탄소 뿐만 아니라 인, 황, 질소 등 기본 원소들의 생태계 내 순환을 보장한다.

질소의 경우 박테리아의 세포 안에서 단백질이나 핵산의 형태로 고정된다. 고정된 질소는 생산자인 식물에게로 이동된다. 소비자인 동물은 식물을 섭취함으로써 질소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은 지구상에 최초로 존재했는데, 그들은 이미 지구 시스템을 확실하게 ‘경영’하고 있다. 물질순환과 자신들의 후손인 원생생물을 통해 지구를 푸른 별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박테리아는 세포질에 다른 단세포를 받아들여 공생하면서 원생식물로 진화했다.

결코 멸종하지 않을 미생물들은 끊임없이 토양을 만들고 물을 정화시켰고, 우리를 보호해왔다. 생태계 순환의 저변에는 분해자인 미생물이 물질 순환을 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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