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만 가는 대학생 소비, 권리의식은 ‘부재중’
커져만 가는 대학생 소비, 권리의식은 ‘부재중’
  • 최정호 기자
  • 승인 2008.11.30
  • 호수 12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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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속 방치되는 대학생의 ‘소비할 권리’

 

   
 

 

 

 

 

 

 

 

#1.떡을 좋아하는 대학생 A씨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감자떡을 주문했다. 대금도 납입했는데, 도착일자까지 감자떡이 도착하지 않았다. 2~3일 후 떡이 도착했지만 변질돼 있어 A씨는 교환을 요구했다. 그러나 쇼핑몰은 배송지연의 문제라며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택배업체는 쇼핑몰의 책임 아래 이뤄진 계약이므로 이를 보상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 호소할 곳도 없고, 감자떡은 상해만 가고, A씨의 억울함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2. 고시를 준비 중인 B씨는 얼마 전 방문한 판매원에게 참고서를 사고는 충동구매를 한 것 같아 후회하고 있다. 약정 과정이 복잡해 계약 해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격도 얼마 안 되고 시험이다 수업이다 바쁘기에 그냥 조용히 넘어가려고 생각 중이다. 그래도 여전히 쓰린 속은 어쩔 수가 없다.

소비자들의 한걸음, 대학생들은?
소비자들의 권익을 위한 사회단체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시민모임, 보험소비자협회 등 다양한 종류의 단체들이 설립돼 온ㆍ오프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다. 소비자의 권리가 향상되며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던 기업들도 변화하고 있다.
최현숙<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편집국장은 “‘새우깡사건’이 역설적이게도 소비자의 권리가 많이 신장되는 결과를 낳아 프로슈머(prosumer)처럼 기업의 제품 생산에 적극적인 영향력을 끼치려는 모습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얼리어답터(earlyadopter)등 많은 마니아들이 커뮤니티를 이뤄 객관적인 제품평가를 하기 때문에 기업 역시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기업들이 새 제품을 내놓으려 할 때, 모니터 요원, 테스터 등 고객을 선별해 제품의 이용후기를 받고 의견을 들으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도 역시 변화한 모습 중 하나다.
대학생 소비는 생산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전자제품이 출시되고, 놀이공원, 커피숍 등 대학생을 고려하지 않는 서비스 산업이 없을 정도다.
한국소비자원이 발간한 2007연보에 따르면 2007년도 소비자 상담 10대 목록 중, 상위 목록 3개가 ▲인터넷서비스(1만5천13건) ▲이동전화서비스(1만2천428건) ▲휴대폰(5천152건)로 모두 대학생의 소비와 큰 연관을 맺고 있다. 20대의 소비자상담 비중도 1999년 이후 4.0%→13.1%(2001년)→26.0%(2005년)→28.2%(2007년)로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

리더슈머, 소비를 이끄는 대학생
소비자들의 권리 주장 속에 대학생의 소비자 권익은 방치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대학생들의 피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막상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나 대다수의 경우, 피해를 입더라도 ‘재수없는’ 경우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러니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뿐만아니라 정당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최 국장은 “대학생들의 소비자 피해 구제 요청이 매년 계속해 늘어나고 있다”며 “상거래 행위가 고도화돼 피해사례가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그러나 한편으로 피해를 봐도 자포자기하던 과거와 달리,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는 권익의식도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학생들 역시 더 이상 소외된 소비자의 모습이 아닌 주체적, 능동적 소비자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교육정책학회를 운영주체로 건국대ㆍ서울대ㆍ상명대ㆍ성신여대ㆍ이화여대 등 5개 대학에서 150명의 대학생이 ‘대학생 리더슈머’에 참여했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간 ▲인터넷 소비자 운동 활동 현황 파악 ▲인터넷 소비자문제 모니터링 ▲인터넷거래 소비자 문제 해결 및 예방 활동 ▲인터넷 소비자 운동 관련 공모전 개최(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체험수기 공모전)의 활동을 통해 소비자 정책을 제언하는 한편, 방향을 제시하려는 활동을 가졌다. 또한 온라인 소비자 운동을 활성화해 대학생들이 알기 쉬운 소비자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대학생들의 소비자 권익을 보장하려는 목적이다.
윤용희<서울시 대학생리더슈머> 단장은 “리더슈머단은 대학생들의 바람직한 소비활동을 촉구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라며 “많은 대학생들이 소비에 대한 지식도 부족할 뿐더러 긍정적인 소비의식 역시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수동적 소비를 하기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또 윤 단장은 “반면 리더슈머는 행동력이 부족한 대학생들을 올바른 소비로 이끌 수 있는 능동적 소비주체이자 소비를 위해 필요한 태도, 행동, 지식을 갖춘 주도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능동적ㆍ주체적 소비자가 돼라”
많은 소비자단체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소비자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성인이 돼 처음으로 사회에 나온 대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소비자 교육은 부족하다. 대학생들이 ‘스스로의 자율적인 선택’이라는 고도화된 상술 속에 대책 없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대학생들의 소비가 주류소비나 의류 및 생필품 구매 등 일부 영역에 치중해 있다는 점도 문제다.
홍성태<경영대ㆍ경영학부> 교수는 “대학생들의 소비란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며 “그러나 대학생이 자기 이익과 관련해 인터넷 가격을 비교하고 각종 프로모션을 활용하는 현명한 소비 형태를 보이는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 세대는 정보가 제한적이던 과거와 달리 정보를 넓게 공유한다는 점이 이점이다. 특히 이용할 수 있는 정보가 많아졌다는 점은 권익 의식이 자라날 수 있는 좋은 토양이라는 설명이다.
권익 보호를 위한 복잡한 절차와 기업들의 경직된 사고와 이기주의, 그리고 대학생들의 수동적 자세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 교수는 “대학생들의 소비가 정보외적인 단서(명품 브랜드 등 무형적인 평가)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과소비과 충동적 소비를 지양하고 주도적인 소비자의 모습을 가지기 위해서는 주변의 말에 좌우 자지되지 않는 주도적 소비, 그리고 자신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최정호 기자 rinfin@hanyang.ac.kr
일러스트 박진영 기자
자료제공 : 한국소비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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