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인 편견 이겨낸 천상의 목소리
동양인 편견 이겨낸 천상의 목소리
  • 서보영 기자
  • 승인 2008.11.23
  • 호수 12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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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 독창회 마친 테너 김우경<성악과 96> 동문을 만나다


지난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김우경 동문의 내한 독창회가 있었다. 그는 동양인이라는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았다.

비엔나 빌레데레 국제성악콩쿠르,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콩쿠르를 휩쓸고 작년엔 한국인 테너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섰다. 8년 만에 첫 내한 독창회를 마친 김 동문, 그의 음악적 삶을 들어봤다.

테너 김우경은... 96년 한양대학교 관현악과를 졸업한 동문으로 독일 뮌헨 국립 음악원 대학원 석사과정을 밟았고 2001년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국제음악콩쿠르 1위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3년부터 유서 깊은 독일 드레스덴 젬퍼 오페라단의 전속 솔리스트를 역임한 바 있다. 작년 프리랜서 선언 후, 세계 최고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 주역으로 데뷔해 호평을 받고 있다.
성악가는 몸이 곧 악기

지금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은 테너인 그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성악을 하기에 목소리가 좋지 않으니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기초를 다지고 음악성을 가꿔나갔다.

“끝없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 자신을 한 단계씩 발전시키려는 자세가 음악가에겐 필요하다고 봅니다. 노력없이는 퇴보의 길을 걷게 됩니다. 부단한 노력과 연습이 자신의 갈 길을 다지는데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성악가는 몸이 곧 악기다. 뼈를 깎는 노력도 건강한 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 몸 상태는 곧 공연으로 직결된다. 음악가는 무대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이 의무다.  진정한 음악가는 몸 관리도 철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성악가에겐 목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건조하지 않도록 가습에 신경 쓰고 물을 많이 마시고 있죠. 이따금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운동으로 컨디션의 기복이 생기지 않게 관리하기도 합니다. 또 공연 전날엔 바깥출입을 많이 하지 않고 다음날 늦게까지 잠을 푹 자 몸을 피곤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요”

무대에 오르기 전엔 보통 긴장하기 마련이다. 김 동문은 공연이 있기 전날엔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다음날 있을 연주에 대해 생각한다.

“연주가 있는 날엔 잠깐이라도 혼자 대기실에서 남아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력 있게 무대에 임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져요. 물론 기도를 통해 제 모든 것을 신에게 맡기고 의지 합니다”

한국인 테너, 고국으로 돌아오다

김 동문은 8년 전 독일 유학을 떠났다. 클래식을 대하는 방법과 태도가 한국과는 많이 달랐다. 유럽은 흔히 클래식의 본고장이라 불린다. 어쩌면 다른 것이 당연했다. 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클래식을 무겁게 바라본다.

“외국의 클래식 무대는 상당히 개방적입니다. 어린 나이부터 음악을 늘 가까이에 두고 접하다 보니 생활 깊숙이 클래식 음악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도 클래식 음악이라 하면 어렵거나 지루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최근엔 우리나라의 클래식을 향유하는 연령층이 점점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많이 접할 수 있고요”

김 동문의 이름은 외국인들이 발음하기에 쉽지 않다. 아직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남아있는 외국에서 발음하기 어려운 한국식 이름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쉬운 예명을 쓸까 고민한 적도 있었단다.

“아버지께서 ‘네가 정말 실력을 갖춘다면 외국인들이 네 어려운 이름을 발음하려고 애쓸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아버지의 말씀이 외국의 무대에서 제가 한국의 이름을 걸고 분발할 수 있도록 한 계기가 됐죠. 앞으로 더욱 열심히 활동하고 노력해 더욱 성숙한 음악인으로 남고 싶은 것이 저의 작은 바람 입니다”
 
그는 이번 무대에서 독일 가곡과 다양한 오페라 등장인물을 선보였다. 자신이 공부하고 고뇌한 곳이 독일이라 독일가곡은 꼭 들려주고 싶었다.

“정돈되고 억제된 감정의 독일 가곡과 정열적인 오페라 아리아를 통해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이미 활동 중인 그이지만, 고국에서의 무대는 또 다른 흥분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갈라 콘서트 같은 여러 성악가들과 함께 하는 무대에 출연했던 적은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독창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름을 걸고 모든 무대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많은 부담이 있었어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공연을 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덕분에 첫 내한 독창회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많이 찾아 와주신 한양대학교 학생 여러분과 동문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스스로의 위치에서 더욱 최선을 다해 보다 많은 것을 이루는 여러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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