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배움터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조사
양 배움터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 조사
  • 최정호기자, 서정훈 기자
  • 승인 2008.11.23
  • 호수 12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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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이 멀다”

안산배움터 학술정보관 옆 주차장 장애인전용 표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차량이 주차 돼 있다.
안산배움터 제2공학관 장애인 화장실 폭이 좁아 장애인 학생이 휠체어를 타고 접근하기 어렵다.

  우리 학교  서울배움터에는 공대 12명, 사회대 4명, 법대 3명 등 총 28명, 안산배움터에는 공학대 4명, 언정대 4명, 국문대 2명 등 총 14명의 장애인 학생이 재학 중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 학생이 소속된 학과 단대 건물과 학생들의 사용 빈도가 높은 건물을 중심으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기준은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에 명시된 것을 토대로 했다. 서울배움터에서는 사회과학관ㆍ백남학술정보관ㆍ제1ㆍ2ㆍ3공학관ㆍ제1ㆍ2ㆍ3법학관ㆍ학생회관ㆍ경영관ㆍ학생복지관, 안산배움터에서는 언론정보관ㆍ국제문화관ㆍ제1ㆍ2ㆍ4공학관ㆍ제1ㆍ2과학기술관ㆍ제1학술관ㆍ컨퍼런스 홀ㆍ한양서비스센터ㆍ안산학술정보관ㆍ창의인재교육원(안산배움터)이 조사대상 건물로 지정됐다.

<서울배움터>
일부 건물, 학생들 이용 불편

시ㆍ청각 장애인 위한 배려도 부족

높은 경사로 접근성 떨어져
서울배움터가 언덕에 위치한 점은 장애인들의 통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 휠체어사용자의 경우, 접근로의 경사가 1/18(약 2도)~1/12(약 3도)로 이뤄져야 통행이 가능하다. 정문에서 학생복지관까지 이어지는 진사로는 경사가 너무 심해 휠체어사용자들의 통행이 불가능하다.

사회대로 연결된 88계단도 휠체어리프트가 설치 돼 있기는 하나 사용되지 않고 있다. 지하철역으로 연결된 애지문의 경우 승강기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애지문에서 이동할 수 있는 건물은 한정적이다. 인문대, 제1공학관, 백남학술정보관, 사범대 및 자연과학대까지는 경사가 높아 장애인 학생들이 접근하기 어렵다.

서울배움터 학생회관 계단만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 학생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못하다.

우리학교 건물 가운데 현재 가장 접근성이 떨어지는 건물은 학생회관과 학생복지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의 이용이 잦은 건물이지만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승강기 없이 계단으로만 이뤄져 있는데다 계단 폭도 좁다.

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김정함<공대ㆍ생명공학과 05> 군은 “학생회관이나 학생복지관, 까치골 같이 동아리방이 있는 곳은 통행이 어려워 이용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사대상 건물 중, 사회대와 학생회관, 학생복지관 등 건축된 지 오래된 몇몇 건물을 제외한 대다수의 건물에 장애인을 배려한 승강기가 설치돼 있었다.

특히 다양한 교양강의 수업이 진행되는 제1ㆍ2공학관을 비롯 최근 리모델링하거나 신축한 건물들도 모두 장애인용 승강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ㆍ청각 편의시설 부족하다
학내 편의시설이 꾸준한 개ㆍ보수와 증축을 통해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편의시설 촉진시민연대에서는 “많은 항목이 의무화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모든 시설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설치돼 있는 편의 시설도 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했다. 한 가지 항목만 어긋나도 나머지 항목들이 유명무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에 항목 간의 우열없이 모두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우리학교는 점자블록, 시각장애인 유도ㆍ안내 설비, 시각 및 청각장애인 경보ㆍ피난 설비 등 청각 및 시각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필요한 점자표지판은 학내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점자블록의 경우, 학내 건물 간 이동에 있어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점자블록의 설치는 시각장애인들을 각 건물로 유도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안전조치에도 큰 역할을 한다.

조기제<관리처ㆍ시설과> 직원은 “점자블록을 설치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지형적 여건상 상당히 힘든 부분”이라며 “무엇보다도 보도와 차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서울배움터는 점자블록을 어디에 설치할지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점자블록은 당장 설치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동선을 고려한 신중한 설계가 아닌 이상 형식적인 설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배움터 사회과학관 점자블록이 엉망으로 깔려 있다.
장애인용 화장실은 설치가 많이 돼 있으며 설비도 좋은 상황이다. 그러나 여유 공간이 적어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있다.
규정에 따르면, 대변기 전면에 휠체어가 회전할 수 있는 1.4m2를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나 경영대ㆍ제1ㆍ2공학관ㆍ제1법학관 등 대다수의 건물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작동이 되지 않는 자동문에서부터 사용이 힘들 정도로 관리가 소홀한 화장실도 몇 군데 발견됐다.

조 직원은 “장애인 학생들의 요구를 최대한 배려해 설비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한 학생이 인문대 현관 턱이 잘 안 보여 불편하다는 요청이 들어와 즉각적인 처리를 한 바 있다”며 “이처럼 사소한 부분에 대해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지만 사안이 큰 경우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논의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여러 가지 부족한 설비에 대해 즉각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자금이 낭비될뿐더러, 장기간의 수업 방해가 예상돼 비장애인 학생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가급적 지양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직원은 “되도록이면 건물 리모델링이나 보수 작업 시에 설비를 보충하는 방향으로 설치를진행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계속된 증축 ‘긍정적’ 지원정책엔 ‘아직’
장애인 학생들은 편의 시설 측면에 있어 경사로 및 승강기 등 시설의 증축이 계속 이뤄진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다. 그러나 학교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학교의 장애인 학습 및 복지지원 업무는 백남학술정보관에 위치한 ‘더불어숲’에서 담당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원은 ▲교수학습지원 ▲생활복지지원 ▲모임 등 활동지원 ▲취업지원으로 이뤄진다. 장애인 학생들은 이를 통해 도우미 제도를 이용할 수 있고, 이동이 편리한 강의실을 배정받도록 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받고 있다.

그러나 청각 장애를 지닌 이종운<공대ㆍ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07> 군은 “도우미 제도의 경우 학생만을 모집해 전문성이 떨어지는데다 수강 시간이 겹치는 경우 도움을 받기도 힘들다”며 “각종 정책 및 제도의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모르는 학생들도 많고 애로사항도 많다”고 말했다.

학교 내 장애인 복지는 학생들의 적극적 요구에서부터 개선될 수 있다. 조 직원은 “장애인 학생들이 자신 때문에 시설을 설치하거나 변경하게 되는 것을 특별대우처럼 보일까봐 걱정한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다면 학교는 이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학생들의 의견 제시를  당부했다.

 

<안산배움터>
입학시 필요에 따라 편의시설 설치…사소한 배려도 필요해

배려 없는 편의시설, 안전성 의심
조사가 진행된 안산배움터 12개의 건물 중 제1ㆍ2공학관, 제1과학기술관, 제1학술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강기가 설치 돼 있었다. 승강기의 규격은 모두 편의증진법에서 제시한 법적 기준에 맞았지만 장애인 전용 내부 버튼에 관해서는 법률에서 지정한 85cm보다 높은 곳에 설치 돼 있는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제4공학관에는 아예 장애인 전용 내부 버튼이 없다.

대부분의 건물에는 장애인 학생을 위한 화장실이 마련 돼 있다.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컨퍼런스 홀과 언론정보관ㆍ제 1과학기술관의 장애인 전용 화장실 대변기 옆에는 청소 용구가 방치 돼 있다. 편의증진법에서 명시된 손잡이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건물도 많았다. 또 대부분의 장애인 전용 화장실 문이 편의를 위해 접이식으로 설치 돼 잠금 장치와 사용여부를 알 수 있는 표시가 없어 장애인 학생이 화장실을 사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접근로와 높이 차이가 없는 주출입구를 가진 창의인재교육원을 제외한 모든 건물에는 경사로가 있다. 제2과학기술관 경사로의 경우 건물의 진입로가 내리막길임에도 불구하고 손잡이가 없다. 또 경사로 자체가 평탄하지 않고 굴곡이 많아 장애인 학생이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1학술관, 편의시설 설치 가장 부족
조사가 이뤄진 건물에서 공통적으로 부족했던 점은 ‘시각장애인 학생을 위한 배려’와 ‘휠체어를 타지 않는 장애인 학생에 대한 배려’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국제문화관의 경사로와 화장실에 설치된 점자와 일부 단대 승강기 앞에 있던 점형 블록이 유일했다.

주출입구임을 알려주는 점형 블록은 창의인재교육원에만 유일하게 설치 돼 있었다. 건물 위치나 구조에 대해 알려주는 음성 장치가 거의 마련 돼 있지 않아 시각 장애가 있는 학생이 학교에 입학했을 경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됐다.

휠체어를 타지 않는 장애인 학생에 대한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유형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는 손잡이가 매우 중요한 이동 수단이다.
하지만 조사가 이뤄진 모든 건물의 복도와 계단에는 법적 기준에 맞는 손잡이가 설치 돼 있지 않았다. 대부분의 계단은 한쪽에만 손잡이가 있었는데 이마저도 학생들이 꽉 쥘 수 있는 지름 규격인 3.2cm~3.8cm를 준수한 경우는 없었다.

박종림<총무관리처ㆍ시설과> 계장은 “해당 단대 건물에 시각 장애인 학생이나, 손잡이가 필수적인 학생이 입학하게 되면 그 단대부터 맞춤형으로 공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소한 부분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견 됐다. 강의실 문의 손잡이가 장애인 학생들이 사용하기 편한 레버형이나 막대형 손잡이가 아닌, 돌리는 형식의 손잡이인 것을 비롯해 손잡이의 높이, 자동판매기의 높이 등 법적 기준에 맞지 않았다.

제1학술관의 경우 문제가 심각했다. 대부분의 교양 수업이 이뤄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승강기ㆍ화장실ㆍ경사로 등 장애인 학생이 수업을 들으러 가는데 최소한으로 필요한 그 어떤 편의시설도 제1학술관 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제1학술관 경사로 공사에 예산은 아직 배정돼 있지 않다. 또 주출입구를 계단이 감싸고 있는 형태인 데다가 계단의 경사가 워낙 급해 경사로 공사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구성원 의식도 아직 부족해
교내 편의시설도 완벽하지 않지만 교내 구성원이 편의시설을 다루는 의식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 장애인 화장실 내에 무분별하게 방치된 청소 도구는 물론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서 구성원들의 의식 부족이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제1과학기술관에 있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대변기 칸에 짐이 있는 것은 물론 그 공간이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휴식공간은 대변기 칸 바로 옆에 마련 돼 있었는데 라디오는 물론 휴식을 위한 의자까지 마련된 것으로 보아 이미 오래 전 부터 휴식공간으로 이용해 온 듯 했다.

주차장의 경우 구성원의 의식 부족이 만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안산학술정보관 뒤에 있는 주차장에는 모든 장애인 주차 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 돼 있었다.
다른 주차장의 경우에도 일반 차량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한 경우가 빈번하게 발견 됐다. 하지만 이를 단속하는 학교 인력은 전무한 실정이다. 또 건물로 접근하기 가장 편한 곳은 ‘교직원 전용 주차구역’으로 지정돼 장애인 학생이 이용할 수 없었다.

안산배움터 주차장 우측을 향해야하는 장애인 표시가 좌측을 향하고 있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제도
시설 측면에서 즉각적이고 완벽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실적 상황이 불가능한 만큼 학교에서는 장애인 학생을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장애인 학생 관리는 서비스센터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이 업무만을 담당하는 직원이 항상 상주하고 있어 학생들의 요구나 어려움이 학교 측에 즉각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학교에서 장애인 학생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에는 ▲장애인 학생이 수강신청 1주일 전에 미리 수강 신청할 수 있는 선 수강 제도 ▲학습 도우미 배정 ▲도서관 책 배달 서비스 ▲도서관 열람실을 상시 이용할 수 있는 특별 열람증 ▲장학금 신청 시 무조건 장학금 지급 등이 있다.

박청미<한양서비스센터ㆍ장애우학습실 맑은누리> 직원은 “현재 와 같은 제도를 비롯해 또 다른 제도까지 학칙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학교에서는 장애인 학생들의 편한 학교생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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