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사회참여의식, 다양성 부재 심각
대학 사회참여의식, 다양성 부재 심각
  • 양영준 수습기자
  • 승인 2005.11.06
  • 호수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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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사회참여는 참다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대안이 돼야

일러스트 이영선
변화된 대학 사회의 지형도

취업난 등의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대학생들의 사회참여 현상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게시판마다 사회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가득했던 예전의 대학과 토익, 토플 공부에 열을 올리며 취업 준비에 한창인 오늘날의 대학 간 차이는 극명하다. 문제는 사회에 문제의식을 느낄 때마다 공부하고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자세의 실종이다.
조형모<사범대·컴퓨터교육 99>는 “요즘 시대에 취업과 같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포기하고 참여를 외치는 것은 폭력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를 타고 우리학교에서도 소명 총학생회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배움터 총학생회를 이끌어오고 있다. 소명은 특정 정치적 사상으로 일원화된 한총련은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낼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많은 학우들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다원주의를 역설하며 ‘엘리트에 의한 대중 조작이 불가능하며 다양성을 수용하는 공론장’을 통해 단 한 가지 사상이 아닌 다양한 색깔을 통해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서울총학, 사회참여 활동 부족

그러나 이번 한 해 소명 총학생회가 시행한 정책들을 보면 문화·복지 사업에 치중되어 있고, 작년 소명 총학생회의 공약인 ‘학우여러분들께 드리는 10대 약속’ 중 하나였던 인권, 소수자 보호, 반전, 평화, 환경 등의 사회참여에 대한 지원과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학교 자유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총기난사사건’ 등의 주요 인권 문제나 청년실업 문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비정규직 문제에서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김민성<인문대·역사철학부 02>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자신들의 철학을 전혀 이행하고 있지 않는 총학생회 주체들의 역량이 의심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윤태현<공대·기계공학 00>부총학생회장은 “총학생회 내부에서도 사회문제에 대해 정말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내부의 의견을 한 목소리로 묶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모든 학생들이 동의할 만한 수준의 일상적인 문제에만 대응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양한 학생 참여 단체 필요

학생들의 사회참여는 1968년을 전후로 하여 세계 각지에서 일어났다. 당시 미국의 문제는 흑인문제와 반전이었다. 이로 인해 흑인 민권확장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한다. 프랑스는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자, 그러나 현실적으로 되자’라는 구호 아래 노동, 환경, 여성, 반핵 등의 문제를 사회의 중심 의제로 설정하는 성사를 거두었다. 80년대 우리나라 대학생의 사회 참여는 민족해방(NL) 진영과 민중민주(PD) 진영을 중심으로 90년대 초반까지 활발히 이끌어져왔다. ‘반제국주의’ 와 ‘민중혁명’ 개념 사이의 사상투쟁을 통해 학생들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참여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

민족해방(NL) 계열의 한총련은 반미, 통일 운동을 이끌어나갔으나 한총련은 청년실업난과 다양성으로 대표되는 변화된 정세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학생들에게서 외면받기에 이른다. 1996년 연세대 사태 이후, 국가보안법에 의해 이적 단체로 규정받은 것도 한총련의 쇠락에 단초를 제공했다.

일원화된 참여단체는 개인의 특이성과 고유성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소수적인 입장을 대변하는 다양한 학생 참여 단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현학<경영대·경영 97>은 “사회참여단체의 대표를 자처했던 한총련 일변도의 방식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노선을 지닌 단체들조차 자생하지 못했던 현실은 뼈아프다”고 말하며 새로운 단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우리학교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이상범<법대·법 98> 위원장은 “학내에서 학총련의 쇠퇴는 인정한다”며“민족 담론에서 머무는 사고의 경직성과 군대적인 체계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분위기가 한총련 내에서도 강하게 불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사회참여는 기존의 제도적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참다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대안이다. 이재복<인문대·역사철학부 05>은 “사회와 학생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우리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사회에 대한 의식이 없으면 되겠느냐”고 취업에 몰두하고 있는 학내 현실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좀 더 새롭고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성을 지닌 단체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학생들의 새로운 사회참여 기대

국내 대학 중, 서울대에서는 2003 ~2004년 ‘학교로’ 선거본부가 총학생회를 이끌었다. ‘학교로’ 총학생회는 2003년 4월 2일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서울대 반전 동맹 휴업을 성사시켰다. 첫걸음은 한 학생이 인터넷 자유게시판에 반전 휴업을 제안하자 총학생회가 이를 받아들여 공론화 하면서 시작됐다.

총학생회가 인터넷 상에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하는 등 공론장을 만들자 서울대 자유게시판에서는 파병에 관련한 토론과 논쟁으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회에 대한 문제에 대한 관심을 학생들이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기존과는 다른 상향식으로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실천할 수 있었던 자리였다.

프랑스 보자르 에꼴에 유학 중인 윤미현(25)은 “프랑스에서는 전국학생연합(UNEF)과 같은 주도적 참여 세력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단체에 가입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고 밝히며 “프랑스 대학생들도 물론 취업에 관심이 많지만 실제로 자신이 피부를 맞대고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참여 의식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해 “한 사상에 매몰되지 말 것과 그렇다고 사회에 대해 무관심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미시간 주립 대학을 졸업한 허니웰의 남궁훈(29)대리는 “미국은 대학마다 수십 개의 사회 참여 클럽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다양한 정치, 사회 색깔을 지닌 클럽들은 한국의 동아리 수준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간의 논쟁과 토론을 통해 서로 간의 발전을 유도하며, 정당의 정책 개발 회의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개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학교에도 새로운 단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으나 아직 활동이 미약하다.
법대 [본]편집위원회, 진보법학 한울, 한양법대신문사, 사회대 생활도서관, 여성주의 모임 그날 등의 단체들이 인터넷 자유게시판을 통해 새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강자의 주장보다 약자의 주장에 냉철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귀를 열어야 한다”고 말하며 상도동, 포이동 철거민 문제와 환경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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