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보냅니다
당신에게 보냅니다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8.11.09
  • 호수 12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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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어때요. 건강관리는 잘하고 있나요. 이제 정말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며칠밖에 남지 않았네요. 그동안 갈고 닦아왔던 실력들을 유감없이 발휘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이제 당신의 눈앞에 왔습니다.   

벌써 3년 전 얘기네요. 이맘때쯤에 상당히 추웠던 걸로 기억해요. 몸이 추웠다기보다는 마음이 추웠죠. 혼자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거든요. 같이 웃고 떠들던 친구들도 그 날만큼은 어쩔 수 없이 경쟁자였으니까.

대학의 문이라는 게 생각보다 좁더군요. 점점 현실로 다가오니 목표는 낮아지고 자신감은 없어졌어요. 1년을 다시 공부하겠다며 포기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시간이 다가올수록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온순한 친구들도 까칠해지기 일쑤였죠.

누구나 그렇겠지만 태어나서 아마 가장 열심히 공부한 때가 고3 시절일겁니다. 그때는 현실에 대한 부정이나 회피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죠. 그런 건 그저 내 손해였을 뿐이었어요. 한 문제라도 더 풀어보고, 영어단어 한 개라도 더 외워서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었죠.

미신을 잘 믿지 않는 편이지만, 유독 그 때는 운세나 바이오리듬 같은 것들에 집착하곤 했어요. 마음이 약해져 의지할 곳이 필요했던 건지도 몰라요. 우리 부모님들이 답답한 마음에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점을 보기도 하고, 새벽부터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수능 바로 전날, 하교하던 길은 잊을 수가 없어요. 얼굴도 잘 모르는 후배들이 학교 언덕길 양 옆에 서서 “선배님들, 힘내세요”라며 응원을 해줬거든요. 무엇보다도 평소에 절 예뻐하셨던 문학 선생님이 부둥켜 안아주셨을 땐 울컥해서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 했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됐지만,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수능 당일에는 너무 긴장이 돼서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도 했고 시험지를 받자마자 머릿속은 백지처럼 새하얗게 변해버렸죠. 듣기평가 때엔 음질이 좋지도 않았어요. 옆 사람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는 어찌나 거슬리던지. 

다 아련한 추억들이죠. 사실 지금 ‘수능’이라고 하면 먼 나라 이야기 같기도 해요. 사람이란 게 다 그렇잖아요. 자기 일이 아니면 무감각해지는 거. 올해는 주변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없어서 그런지 더욱 그런 것 같아요.

3년이라는 노력이 단 하루의 시험으로 평가받는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어쩌면 평생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죠. 여러분들의 꿈을 감히 ‘수능’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힘내라는 말밖에는 해줄 말이 없네요. 고3 수험생 여러분들뿐만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고 있으신 모든 분들이 마지막까지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고보다는 최선을, 그리고 후회 없이 마무리 잘하시길 바랄게요.

다가올 결전의 날은 ‘마침표’가 아닌 ‘쉼표’가 될 겁니다.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들의 꿈을 위한 연장선이 될 겁니다. 좌절하지 마세요. 그리고 포기하지 마세요. 그러기에 우리는 아직 너무 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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