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는 곳은 안전합니까
당신이 사는 곳은 안전합니까
  • 유광석 기자, 서정훈 기자
  • 승인 2008.11.09
  • 호수 12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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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시설 있는 것은 좋지만 사용방법 몰라 답답” , 학교 “시설구비 보다 학생들 의식개선이 더 중요”

서울 배움터 학생 생활관

                                                        안산 배움터

                                                          학생생활관

 

  지난달 20일 논현동에서 발생한 고시원 방화ㆍ살인사건으로 인해 고시원의 소방시설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이 사건은 학생들의 주거지역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과 궁금증 해소를 위해 본지에서는 우리학교의 기숙사와 학교 주변에 있는 고시원들의 소방시설에 대해 알아봤다.   


양 배움터 생활관, 화재 대비 어떻게 하나

서울배움터 내 생활관 시설
서울배움터 생활관은 고시반 학생들과 외국인 교수ㆍ유학생이 주로 거주하는 제1학생생활관과 제3학생생활관, 외국인학생 전용 생활관인 국제관, 남학생 전용 생활관인 제2학생생활관, 여학생 전용 생활관인 개나리관, 이공계 대학생 전용 생활관인 테크노숙사로 이뤄져 있다. 서울배움터 생활관은 모든 구역이 보안장치로 통제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비상구유도등과 비상등이 켜지고 옥상문과 생활관 내 모든 문이 개방된다.

모든 생활관은 소방법에 따른 소방시설이 설치 돼 있다. 각 생활관 모든 층에 소화기 및 소화전 설비와 비상경보등, 비상방송설비가 갖춰져 있다. 또 휴대형 비상조명등이 구비 돼 있어 학생들의 대피를 돕고 있다.

  학생들 “학생 안전부터 고려해야”
제1ㆍ2ㆍ3학생생활관에는 스프링클러가 없다. 각 생활관이 완공될 당시에는 스프링클러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프링클러는 2005년 이후 완공된 개나리관, 국제관 5층 이상에서 일부 구역에만 설치 돼 있다.

서울배움터 내 모든 기숙사에 제연설비는 마련돼 있지 않다. 이종원<관리처ㆍ관재과> 직원은 “법적으로 요구되지 않은 부분이라 현재 제연설비는 설치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성일<법대ㆍ법학과 06> 군은 “학교에서 소방설비를 법 최소기준에만 맞춰 생색낸 듯 하다”며 “생활관에 사는 학생으로서 소방시설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후한 일부 생활관의 시설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박병규<사회대ㆍ사회과학부 08> 군은 “기숙사 내에 콘센트가 몇개 없어 멀티탭을 사용하고 있는데 합선이나 누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소방지침이나 훈련도 받아본 적 없어 가끔씩 겁이 난다”고 현재의 상황을 전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이 직원은 “현재 학교에서는 지난 9월 통합소방 시스템을 구축하고 단대별 자위소방대를 조직하려 한다”며 “12월 쯤 소방훈련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지만 소방훈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안산배움터 내 생활관 시설
안산배움터 생활관은 남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거주하는 제 1ㆍ3생활관, 여학생 전용 생활관인 제2생활관, 신입생들이 의무기숙을 하는 창의인재교육원으로 이뤄져 있다.
안산배움터 역시 창의인재교육원을 제외하고 생활관 모든 구역이 보안장치로 통제되고 있다. 제1ㆍ2ㆍ3생활관 소방시설도 서울배움터 생활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3생활관에는 방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는데 이는 제 3생활관이 지어질 당시 새로운 소방법이 제정됐기 때문이다.

창의인재교육원은 지난 2006년에 완공된 2개동 건물로 각각 18층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최근에 지어져 까다로운 소방법 기준이 적용돼 있다. 거주학생이 많은 만큼 소방시설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방화관리자 이성순<창의인재교육원ㆍ관리사무소> 소장은 “모든 비상사태에 대비한 법적 설비를 마련해 놨다”며 창의인재교육원의 안정성을 강조했다.

학생들 “사용 방법 몰라 답답해”
화재가 발생했을 때 생활관 내의 소방시설 작동법을 모르는 학생들이 대다수다. 창의인재교육원 측에 따르면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는 공지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지에는 소방 시설에 대한 실질적 사용법 보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행동요령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에게 익숙치 않은 소방시설에도 이것이 소방시설이라는 안내문만 붙어 있을 뿐 사용방법에 대한 설명은 없다. 실제로 자신의 방에 있는 완강기 사용방법을 모르는 학생도 있다. 홍다혜<국문대ㆍ중국학과 08> 양은 “완강기를 사용하는데 밧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창의인재교육원에 있는 소방시설은 이렇게 활용된다. 창의인재교육원 복도에서 화재가 발생 했을 경우 방문을 꼭 닫고 빈틈을 수건으로 막으면 안전한 상태로 구조를 기다릴 수 있다. 방문이 불에 타지 않는 소재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비상계단으로 가는 길 문을 열면 보이는 약 1평 정도의 작은 전실은 화재 시 발생하는 연기에 의한 질식사를 막을 수 있는 대피공간이다. 문을 닫고 안에 설치된 기계를 작동 시키면 전실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대피 학생들이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다. 창의인재교육원에 사는 길보라<국문대ㆍ문화인류학과 08> 양은 “소방 관련 공지문을 읽은 적 있지만 그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상계단 내 전실의 역할을 오늘에서야 알게 됐는데 이에 대한 설명은 그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다”며 걱정스러운 반응을 나타냈다.

생활관 거주 학생의 의식도 중요
양배움터 생활관 화재 안전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학생들의 화재예방의식이 부족한 점이다. 학생들이 생활관 피난 통로에 무분별하게 방치하는 장애물은 대피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지난 4일 안산배움터 창의인재교육원 서관 엘리베이터에서 라이터로 종이를 태우던 학생들이 적발돼 현재 운영팀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소장은 “화재 시설이 잘 갖춰져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학생들의 의식이라며 “앞의 사례와 같이 재미로 불장난을 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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