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의 등용문 휩쓴 한양대 “우리 석권했어요”
음악계의 등용문 휩쓴 한양대 “우리 석권했어요”
  • 손영찬 기자
  • 승인 2008.11.08
  • 호수 12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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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동아콩쿠르에서 쾌거 이룬 9명의 음악가를 만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해금 이유경<음대·국악과 06>양, 더블베이스 송성훈< 음대·관현악과03>군, 거문고 박민지<음대·국악과 06> 양 해금 김준희<음대·국악과 06> 양, 베이스 트럼본 김태훈<음대·관현악과04> 군, 호른 윤성환<음대·관현악과 04>군, 거문고 이재하<음대·국악과06>군, 가야금 김혜빈<음대·국악과 07>양, 정가 장보람<음대·국악과07> 양의 모습
올해 열린 동아음악콩쿠르와 동아국악콩쿠르에서 우리학교가 서울대와 연세대보다 많은 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동아일보가 주최하는 동아콩쿠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권위 있는 대회로서 음악계의 등용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강해근<음대ㆍ관현악과> 학장은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수상자가 분야별로 고르게 나와 의의가 더욱 크다”며 “이런 수상 성적은 우리학교의 실용적인 교육내용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2008 동아콩쿠르 수상한 9명의 음악가를 만나봤다.

노력의 결실을 맺는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나
송성훈 : 대회 연습 곡이 대충 11월이나 12월쯤 나와요. 대회가 10월쯤 있으니 약 1년간 준비를 하죠. 대회 준비 중에는 주위사람들과 술을 마시거나 노는 것을 조절해야 돼서 많이 힘들었어요. 산속에서 도를 닦는 기분이랄까.
박민지 : 국악과 같은 경우는 같은 시기에 곡이 나와 6달쯤 대회가 진행돼 약 반년 정도 준비한다고 보시면 돼요.
윤성환 : 저 같은 경우는 연습곡이 5곡이 나왔어요. 쉽게 접할 수 있는 곡과 쉽게 접하지 않는 곡이 나왔는데 자주 접해보지 못했던 곡의 경우는 연습하기조차 어려웠어요. 어떻게 불어야 할지, 처음부터 끝가지 부는데 체력이 버틸 수 있을지 등의 의문이 제기 되니깐요.
장보람 : 저는 우선 많이 즐기려고 했어요. 제 성격상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혀 그 일을 못하기 때문에 연습이 잘 안 될 것 같으면 쉬면서 편하게 연습을 했습니다.
이유경 : 저는 대회가 있으면 그 시간에 맞춰서 연습해요. 1주 전부터 실전처럼 생활 했어요.

컨디션 조절이 가장 중요할 텐데
김준희 : 저는 항상 최악의 상태로 대회에 나가는 것 같아요. 잠을 잘 못자고 소화를 못 시키고 해서 차라리 안 먹고 안 잔 상태로 대회를 나가요. 그래서 잘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평소 하던 것만 보여주고 내려 오자라는 게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상하게 징크스가 전날 잘 먹고 잘 자는 거예요. 그러면 꼭 떨어지더라고요. 대회를 재대로 마치게 되면 바로 넉 다운 되죠.
이재하 : 저는 좋다, 안 좋다를 굳이 생각하지 않아요. 컨디션이나 징크스는 생각하는 순간부터 자신에게 문제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차라리 무감각 해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 같아요.
장보람 : 저는 배고픈 것을 잘 못 참고, 배가 고프면 노래가 잘 안 나와요. 예선곡이 3곡이나 되는데 배고프면 안 되잖아요. 대회장가서 먹고 하면 신경 쓰이고 해서 아침에 집에서 보쌈을 시켜먹었어요.
김혜빈 : 저는 특별한 것 없이 마음을 편히 가지려고 노력해요.

무대에 올랐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윤성환 : 콩쿠르 준비하면서 체력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에서 무대에 오르니 컨디션 난조로 인해 오는 긴장감, 악보를 까먹지 말아야겠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느꼈어요.
김태훈 : 집중을 해야 되는데 하면서도 중간에 끝나고 뭐하지? 밥은 뭐먹지? 하는 잡생각이 많이 나요. (웃음) 대회생각을 하면 울렁거리고 멀미가 나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부담이 되니깐 자꾸 딴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대회 때 생긴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혜빈 : 제가 예선을 하러 갔는데 늦은 거예요. 게다가 악기 줄까지 끊어져 있는 거 있죠. 근데 줄이 끊어지면 좋은 징조라는 게 있어요.
김준희 : 참고로 저도 이번에 연습하다 줄이 끊어졌어요.
김혜빈 : 그래서 줄을 이어서 어떻게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라갔어요. 운이 좋았던 거 같아요.
김태훈 : 저는 이번까지 3번 출전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1차까지 붙고 2차에서 떨어졌어요. 두 번째는 2차 전날 손을 다쳐 출전을 못했어요. 그때 얼마나 상심이 컸는지 말도 못할 정도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기필코 입상하고 말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래도 막상 대회 때 떨리는 것은 마찬가지더라고요.
윤성환 : 처음 1학년 때 출전할 때는 2주전부터 연습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1차곡 밖에 연습할 시간이 없었어요. 게다가 곡도 교수님이 아니라 선배들한테 배웠어요. 근데 1차에 합격한 거예요. 2차 곡은 심심할 때 선배들 하는 것만 듣고, 도둑 레슨을 들었어요. 청강을 하다가 교수님이 시간이 나면 조금 봐달라는 식으로요. 하지만 한계가 있더라고요. 3학년 때는 대회를 위해 엄청 준비를 많이 했어요. 이미 본선 곡까지 다 준비를 마친 상태였는데 1차에서 전날 컨디션 조절을 못해 떨어져 버렸어요. 한 달 동안 선생님을 못 봤어요. 이번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준비를 했는데 운 좋게 된 것 같아요.

스트레스 해소나 슬럼프 극복은 어떻게 하나
박민지 : 혼자 돌아다니거나 영화보거나 집에서 음악을 듣거나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이유경 : 악기를 한동안 쉬는 거예요. 안 잡으면 다시 하고 싶어져요.
김준희 : 저도 악기를 잠시동안 손에서 놓아요. 대회준비를 하면서 악기를 만지는 시간은 1년 동안 만지는 악기 시간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게 만지면 질릴 때가 있어요. 이럴 땐 잠깐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쉬어야 다시 연습이 가능하거든요.
장보람 : 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평소에 사람들을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자신만의 연습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김준희 : 국악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연주하기 때문에 장시간 연습으로 인해 골반이 휘는 경우가 많아요. 해금 같은 경우는 어깨가 많이 아파요. 어쩔 때는 숙이고 있는 상태로 계속 연습하다보면 쥐가 나서 악기는 쓰러지고 몸은 악기를 쥔 자세 그대로 한동안 있는 경우도 있어요.
이재하 : 저는 특이하게 불을 끄고 연습을 해요. 제 손을 보면 집중이 잘 안돼요.
송성훈 : 저도 불을 끄고 연습 할 때도 있어요. 악기를 연주할 때 손을 보고 한다면 이미 한수 접고 들어간다고 볼 수 있어요. 자다가도 본능적으로 손이 나갈 정도로 연습을 해야 해요. 불을 끄고 하면 보지 않고 감각으로 연습하는 게 가능하거든요.
박민지 : 저는 랩을 들으면서 연습하기도 합니다. 하나의 훈련 방법으로 듣지 않고 생각을 하면서 연습한다고 볼 수 있죠.
송성훈 : 저도 작년까지는 메탈을 들으면서 연습하기도 했어요. 테크닉 연습하기에는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김태훈 : 저는 길거리에서 그냥 불어요. 집근처 공원에서 불어 사람들을 모으기도 하고, 친구랑 내기로 롯데월드 분수 앞에서 불기도 했어요.

음악인으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송성훈 : 음악이 힘든 것이 준비는 몇 년 동안 해도 고작 무대 올라서 연주하는 것은 10분 이내에요. 무대 올라서 열심히 하다가 자칫 하나라도 틀리면 점수가 많이 감점돼요. 준비까지 완벽했지만 막상 무대에서 틀리게 되면 그 허무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김태훈 : 저는 음악 보다는 군대가 가장 시급한 문제에요. 음악 하는 사람은 군대를 가게 되면 2년을 버리게 되는 거예요. 작년 같은 경우는 대회에서 1등을 하면 군 면제가 됐는데 이번 연도부터 그 제도가 없어져서 아쉬워요. 실제로 군대 갔다 와서 악기를 놓는 사람들도 있고요.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싶다
김주희 : 저는 12월에 독주회를 가집니다. 그래서 준비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재하 : 저는 얼마 전에 독주회도 끝나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요. 서양 클래식쪽도 공부하고 싶고요.
윤성환 : 공익근무요원으로서의 역할을 마치고 돌아다니면서 협연할 계획입니다.
김태훈 : 저는 군 문제를 해결하는게 가장 우선적이죠. 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송성훈 : 우선 무사히 졸업을 해야겠죠. 뭔가를 이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제 시작이다’라는 생각으로 졸업 후 유학을 준비 중이에요.
박민지 : 동아콩쿠르를 다시 한 번 준비할 계획입니다.
김혜빈 : 1년동안 다른 콩쿠르을 준비하고 협연이나 독주회 오디션도 볼 계획이에요.
장보람 : 이번 달에 있는 협연을 준비하고 저도 내년에 다시 한 번 동아콩쿠르에 참가할 계획이에요.
이유경 : 저도 내년에 동아콩쿠르에 다시 참가할 계획입니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이유경 : 1학년 때는 15만원을 내고 신청하고 선배들 눈치도 보이고 연습도 잘 안 된 거 같아서 출전하지 않았어요. 근데 나중에 후회가 되더라고요.
다같이 : 1, 2학년때는 두려움 갖지않고 도전하는게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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