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국민이 봉이다
결국엔 국민이 봉이다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8.11.02
  • 호수 128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요즘이다. 아침마다 여유가 있으면 신문을 읽곤 하는데, 며칠사이 신문만 펴면 암울한 소식의 연속이라 잘 읽지 않았다. 경제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그 친구가 요즘 상당히 어렵단다.

때 아닌 베이징 올림픽 관련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연예인 응원단 때문이다. 사용한 돈이 자그마치 2억 원이란다. 이 정도면 ‘호화 원정단’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연예인 응원단이 결성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강병규 씨와 이들을 지원한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의 잇따른 해명에도 불구하고 분노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취지는 좋았지만, 사용된 돈이 국민들의 ‘혈세’라는 데 문제가 있다. 게다가 당사자들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자랑스럽게 여행 수기를 올리면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경제가 어렵다는데 누구는 응원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해외로 여행을 갔다 왔다. 허리띠를 조이는 사람이 따로 있고, 허리띠를 푸는 사람이 따로 있다.

연예인 응원단은 불과 올림픽 한 달 전에 기획됐다. 한마디로 대책 없이 즉흥적으로 2억이라는 나랏돈이 집행된 것이다. ‘국위를 선양한다’는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을 받고 공적으로 이뤄졌지만 응원단의 구성은 강병규 씨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구성됐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한 것은 불과 8경기뿐이다. 준비부족과 졸속행정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부분이다. 8경기 응원하자고 2억이라는 큰돈을 들인 것은 아닐 텐데 말이다.   

이런 물음도 든다. 연예인 응원단, 꼭 필요했을까. 그들의 응원은 특별한가. 국민들의 응원보다 연예인들의 응원이 더 뛰어난 것인가. 유인촌 장관의 말처럼 ‘바쁜’ 연예인들이 국가를 돕겠다고 선뜻 나선 행동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비를 털어서 갔는가.

자원봉사라는 명목 하에, 국민의 혈세가 동원됐다면 연예인이라는 특권의식은 버렸어야 했다. 그리고 좀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했다. 응원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는 모르지만 발 마사지까지 했단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는 몇몇 연예인들은 자신들의 가족, 매니저들과 동행하기도 했다. 국가의 예산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모양이다. 그들의 목적이 아무리 순수했을지라도 국민들이 동의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분들 때문이다.

정부도 문제다. 세상에 연예인들 관광을 국민 세금으로 보내주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이 나라의 정부는 정작 써야할 곳에는 항상 예산이 부족하고, 필요 없는 부분에는 예산을 쏟아 붓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유인촌 장관은 입만 열면 사고다. 취임 전부터 잇따른 말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던 그다. 이번 일에도 바쁜 연예인들이 시간을 내준 것에 오히려 고마워하고 있다. 선수들을 응원하려고 자비를 들여 베이징으로 날아간 국민들도 있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하기까지 하다. 

연예인 응원단의 과도한 예산 집행에 대해 결국 사과를 하고난 뒤에는 화풀이로 사진기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자중하지는 못할망정 자신의 감정을 추스를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유인촌 장관님, 당신은 「전원일기」  왕 회장댁 둘째아들 때가 좋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