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환율 ‘1타 4피’…대학생 한숨 깊어진다
요동치는 환율 ‘1타 4피’…대학생 한숨 깊어진다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8.11.02
  • 호수 128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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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인상되는 가격, 대학사회 ‘밑 빠진 지갑에 돈 붓기’

오르는 환율, 미뤄지는 유학

부경대학교를 다니는 A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일본 유학을 준비 해 왔다. 일본 유학을 미루고 대학에 입학 했지만 일본유학 준비는 꾸준히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달 환율의 상승과 함께 엔화 역시 가격이 오르면서 처음 생각했던 유학 비용보다 더 많은 자금을 필요로 하게 됐다.

A는 “엔화가 천원일 때 1년 학비만 천2백~천3백만원 정도였는데 현재 엔화가 천 5백원까지 뛰면서 학비가 천8백~천9백까지 증가했다”며 “일본 엔화가 내년 여름에야 진정이 된다고 예상하던데 그 예상이 100%맞을지도 확신하지 못해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처럼 환율상승은 해외 유학ㆍ여행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학비부터 생활비 등이 모두 오르면서 환율이 안정될 때 까지 유학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김지은<유학위즈더블유> 상담원은“유학비용을 납부해 고민하는 학생들은 환율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며 “유학을 문의하는 학생은 여전히 많지만 유학을 결정하는 학생은 환율이 오르기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감소한 편이다”라며 환율상승으로 인한 최근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실험용품 값 상승, 골머리 앓는 의대
의대는 약리학 수업에서 필요한 약품과 동물 실험용 동물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실험용 시약이나 실험용 동물의 특성상 미리 구매해 놓는 것이 불가능 해 환율이 오르면서 가격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실제로 동물 실험에 사용되는 쥐는 환율이 천원일 때 3천원이던 것이 현재 4천원으로 가격 이 책정 된 상태다. 토끼의 가격도 환율이 오르고 난 뒤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랐다. 실험용 시약의 경우도 실험용 동물만큼은 아니지만 서서히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태다.

실험용 시약이나 동물은 학생들이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끼기 힘들다. 하지만 이와 같은 가격 상승은 학생들에게 최적의 수업 환경을 제공하는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약리학 교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계자 A는 “실험 시약이나 동물을 구입하는 예산은 이미 정해져 있다”며 “환율로 인해 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이 때문에 구입비용이 예산을 초과하는 단계에 이르면 학생들이 편리한 학교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소모품 구입비용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악기와 소모품 값 상승, 부담 커진 음대생
환율이 오르면서 해외에서 수입되는 악기를 비롯한 악기 관련 소모품의 올랐다. 악기 같은 경우는 신제품이 꾸준히 출시되므로 미리 수입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신제품이 나오면 구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악기 관련 소모품의 경우에는 미리 수입해 놓는 것이 가능하지만 워낙 수요가 많은 탓에 별다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수입 악기와 소모품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운영 중인 B는 “악기나 소모품의 경우 대부분이 유럽, 미국, 중국에서 수입되는데 유로화와 달러 값이 너무 올라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며 “환율이 천원일 때 백만원이었던 악기가 현재 백42만원까지 오르다 보니 매출도 확연히 떨어져 요즘 가게를 운영하기가 너무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내 음대 학생들이 받은 타격도 엄청나다. 실제로 우리학교 음대 학생들 중에는 악기 구입 시기를 미루거나 악기 연주에 필요한 소모품을 구입하지 못해 전전긍긍 하는 경우가 많다. 수입 원가가 급속도로 오르다 보니 아예 제품 수입을 중단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심연희<음대ㆍ관현악과 08> 양은 “현재 악기의 줄 값만 과거에 비해 두 배가 오른 상태”라며 “국산에서 출시되는 소모품은 질이 좋지 않아 사용할 수 없는데 악기 연주에 필수적인 수입 소모품 가격이 너무 비싸져 예상 외 지출이 너무 많아졌다”고 말했다.

교과서 값 인상 예고…한숨뿐인 학부생
환율이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학생들은 먼저 책값을 걱정한다. 원서를 많이 사용하는 학부생들의 경우 책값에 대해 더 민감하다. 환율이 오르면 원서 가격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도서의 가격도 상승한다. 책을 만드는데 필요한 종이, 잉크 등은 대부분이 해외에서 수입 되는데, 이 같은 원자재 값이 상승하면 책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증가 해 결국은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원서의 국내 유통가격은 보통 수입원가의 2배다. 그러므로 환율이 올라 수입 원가가 오르면 소비자 가격이 오르는 것은 필연적이다. 원서를 수입하는 현장 관계자들은 “환율이 이 가격으로 유지된다면 책값이 30% 정도는 인상 돼야 수지가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책값은 30%까지나 급증하지 않을 전망이다. 원서를 수입하고 있는 강찬일<텍스트북스> 이사는 “새 학기에 필요한 도서를 주문하는 12월까지 환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책값은 약 15%정도 오르게 될 것”이라며 “수지가 맞을 정도로 책값을 인상하게 되면 도서 판매율이 떨어지게 되고 이로 인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책값이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정적인 반응이다. 노수지<공대ㆍ신소재공학부 08> 양은 “이번 학기에도 책값이 너무 비싸 선배들한테 책을 구하느라 힘들었는데 상황이 더 악화 된다니 암담하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들이 책값 인상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현장 관계자들은 ‘교재를 직접 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환율로 인해 책값이 증가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도서의 수요가 늘어나면 인상폭이 감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강 이사는 “학기 초에 학생들 사이에서 책을 복사하거나 물려받는 것이 아닌 직접 사는 문화가 정착되면 책값 급등을 막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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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8:32:01
이 글을 읽으면서 환율상승으로 인한 학비 및 유학 비용 증가, 실험용품 및 악기 가격 상승 등의 문제에 대해 걱정스러움을 느꼈습니다. 학생들과 학부생들의 어려움과 부담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환율의 불안정으로 인한 영향은 학생들의 학업과 학습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과 학생들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은 환경 조성을 위해 학교와 학생들이 함께 노력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