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경제 상황은 오르막을 달리는 마라톤 선수”
“현 경제 상황은 오르막을 달리는 마라톤 선수”
  • 최정호 기자
  • 승인 2008.11.01
  • 호수 1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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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심리 속 10년 만의 환율 최고치, 전문가들은 아직 ‘낙관적’

지난달 8일, 원 달러 환율이 천3백80원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환율이 급상승함에 따라 많은 경제변화가 일어났다. 많은 전문가들은 새정부 출범 이후 고환율 정책을 지속해 온 정책의 실패와 국내외 주식 시장의 폭락이 고환율을 발생시킨 원인으로 지적했다. 우리나라 이외에도 미국과 유럽 증시가 각국 정부의 대책에도 불구하고 급락을 지속하며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달러화를 매점하려 든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고환율 여파, 장기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올 것
환율이 오르면 먼저 타격을 입는 부류 가운데 하나가 유학생들이다. 거의 환율이 2배로 치솟으며 무엇보다 생활비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학비나 생활비를 전적으로 국내에 의존하는 특성상 가장 먼저 문제점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많은 유학생들이 귀국을 하는 한편, 어학연수를 계획했던 많은 대학생들이 연수를 취소한 상태다.
하준경<경상대ㆍ경제학부> 교수는 “고환율 상태는 대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라며 “향후 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결과 취업문이 더 좁아지게 될 것이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등록금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보통 주교재로 사용하는 원서 값 역시 오르게 되는 한편, 식비도 올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계 부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견했다. 마찬가지로 최용식<21세기경제학연구소> 소장은 “앞으로의 취업률이 2년 이상 꾸준히 하락할 것이다”라며 경제성장률의 하락이 3~4분기 이상 지속될 것을 우려했다.
지난 31일, 한미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며 주식과 환율이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주식시장의 위기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학생들, 특히 유학생들이 겪고 있는 경제난 역시 어느 정도 수그러질 전망이다. 하 교수는 “금융시장이 안정적 성장을 보이려면 금융 부문에서 외국인들이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경기, 그러나 비관은 섣불러
하 교수는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에도 큰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나아가 수출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현 경기의 어려움을 말했다. 하 교수는 현 고환율 상태에 대해 ▲경상수지 적자 ▲외화유동으로 인한 불안감 ▲투기심리 ▲자본수지에서의 신뢰도 하락 등을 원인으로 제시했다.
현재의 경기침체에 대해 밝은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다. 최 소장은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 경기잠재력은 좋지만 다만 여건이 안 맞는 상태일 뿐이다”라며 “현 경제상황은 오르막길을 오르는 마라톤 선수와 같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고환율 상태의 원인을 외국계 금융기관의 ‘장난’이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한국은 외환보유고 6위(약 2천4백억 달러 보유)인데다 국제수지도 GDP 2%수준(경상수지 기준)에 머물고 있기에 더 상태가 안 좋은 뉴질랜드(8%), 호주(6%) 등 타국에 비해 원화가치가 평가 절하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환율 상승으로 물가가 늘고, 이에 따라 구매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는 경기 후퇴로 이어지고 국제수지 악화, 다시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됐다”며 “현 경제 상황을 끌어올리려면 이 악순환을 끊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환율 상태가 지속되면 수입물가가 오르고 물가상승압력이 커지는 한편, 내수가 위축된다. 반면에 이 같은 환율 상승은 수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것이 경제학에서의 통설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침체는 국내의 수요나 일자리를 늘리는 연결고리가 약해져서 수출 상승이 내수를 보장하지 못하게 됐다. 하 교수는 “환율이 단지 오른다는 점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환율 변화가 불안정하게 일어나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더 큰 문제다”라고 답했다.

오히려 ‘저환율 위기’ 다가올 수도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고환율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불안 심리로 인해 미래의 수요가 앞당겨져 현재의 고환율이 조성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언제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힘들다는 반응이다.
최 소장은 “구체적 수치는 힘들지만 환율이 떨어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이 잘못 나온다면 오히려 저환율위기가 닥쳐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여준 이제까지의 안일한 정책이 현재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달러를 풀어 물가를 먼저 안정시켰어야 했는데 정부가 적절한 대응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금리 인하 정책을 시행한 것은 악순환을 막는 데는 효과적인 정책이었으나 상책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최정호 기자 rinfin@hanyang.ac.kr
일러스트 박진영ㆍ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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