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학 연구윤리교육 현황 어떤가
국내대학 연구윤리교육 현황 어떤가
  • 서정훈 기자
  • 승인 2008.09.28
  • 호수 127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 연구윤리교육, ‘직접 느끼게’

서울대는 지난 3월부터 국내 대학 최초로 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리탐구와 학문윤리’라는 교양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연구 윤리의 필요성과 지침을 알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이 강좌는 총 3학점의 강의로, 80명의 수강 인원을 받을 계획이었으나 현재 80명을 약간 초과한 인원이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강의는 각기 다른 전공분야를 가진 교수 10여명이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를 학생들에게 소개하기 위해서다. 또 강좌 내용과 관련된 외부 강사를 초청하기도 한다.  과제 역시 표절 지침에 맞춰 엄격히 검사한다. 보고서 작성과 학위 논문 작성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강의는 강좌를 진행하는 교수의 전공 분야에서 발생한 연구 윤리 위반 사례를 제시하고 문제가 발생하게 된 사회적 원인에 대해 분석한다. 사회적 원인은 크게 정부ㆍ언론ㆍ해당 분야의 단체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분석하는 단체는 사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또 위반 사례가 어떻게 해결됐고, 이후 사회적 반응은 어땠는지를 조명해 학생들이 연구윤리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강의를 진행한다.

예를 들어 역사학을 전공한 교수가 강의를 할 경우, 몇 해 전 일본 고고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후지무라 신이치의 구석기 시대 유물 날조 사건(이하 신이치 사건)을 제시하며 강의를 시작한다. 신이치 사건은 고고학자인 후지무라 신이치가 구석기 시대 유물을 거짓으로 발굴한 사건을 말한다. 강의에서는 이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일본 고고학계의 ‘고대사 콤플렉스’에 대해 설명한다.  이와 동시에 천황을 지나치게 맹신해 한국이나 중국의 영향 없이 ‘천황에 의한, 일본 만의 고대 역사’에 집착하는 일본 정부와 언론도 분석한다.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한 여학생은 “잘 모르고 있던 연구 윤리 관련 사건에 대해 알 수 있어 좋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연구 윤리 사건을 들으면서 연구윤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의 담당교수 중 한명인 정용욱<서울대ㆍ국사학과> 교수는 “옴니버스식 강의지만 다른 강의도 주제만 다를 뿐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며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자유로운 사고와 비판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 강의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대 내에서도 ‘진리탐구와 학문윤리’라는 교양수업의 존재 여부를 모르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조민정<서울대ㆍ사회교육과 08> 양은 “입학 후 ‘연구 윤리’에 관련해 뭔가가 제정됐다는 소리를 들은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며 “학생들이 알면 좋은 주제인 것 같은데 홍보가 아직 많이 안 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대에서 만난 많은 학생들이 ‘진리탐구와 학문윤리’라는 교양과목의 개설 사실 조차도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강의를 진행한 정 교수는 “지난 1학기부터 강좌가 개설 돼 모르는 학생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고 현재 이 강좌를 신입생들이 필수로 수강하는 과목으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