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 장형수 기자
  • 승인 2008.09.21
  • 호수 1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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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모름지기 ‘Specialist’보다 ‘Generalist’가 돼야 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분야를 두루 섭렵할수록 좋다. 그렇기에 매주 신문사에 배달되는 다양한 읽을거리는 기자들에게 좋은 양식이다. 전국 곳곳에서 만드는 신문은 물론이요, 장르를 불문한 많은 잡지들 모두 좋은 스승이 된다.

그 중에서도 「시사IN」은 상당히 재밌다. 뭔가 읽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찾는 잡지이기도 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때도 종종 있다. 일단 소재들이 신선하고, 기사들도 흥미로운 게 많다. 공감 가는 이야기, 그게 「시사IN」의 매력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다른 언론에 비해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배울 점이 많았다. 물론 신문과 잡지라는 특성상의 차이는 존재하겠지만, 언론이라는 큰 틀에서 본다면 「시사IN」은 분명 좋은 선배이자, 역할 모델이었다. 

특히 가장 앞부분에 있는 ‘편집국장의 편지’는 진국이다. 사람 냄새나는 글을 쭉 읽다보면, 넌지시 일러주는 정곡이 있다. 인간적이고 솔직한 글은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글은 대충 읽더라도 ‘편집국장의 편지’만큼은 두세 번씩 곱씹어 읽곤 했다.

고백하자면, 장산곶매를 그렇게 쓰고 싶었다. 매주 이런 글을 쓰리라 다짐했다. 심각하고 무게감 있는 글보다는 재밌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느낌을 담고 싶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게 참 간사해서 마감시간이 닥쳐야 글을 쓰게 되다 보니, 그런 상황에서 좋은 글이 나올 리 만무했다.

「시사IN」 편집국장인 문정우 씨는 우리학교 신문방송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작년 이맘때쯤 「시사IN」의 창간을 준비하는 그를 본지에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당시 그는 ‘시사저널 사태’로 펜을 놓을 수밖에 없었고, 자본의 힘에 휘둘리지 않는 새로운 언론을 준비하고 있었다.

언론의 기본을 잘 지키겠다던 그는 1년 동안 「시사IN」이라는 멋진 작품을 일궈냈고, 많은 애독자를 만들었다. 생존을 위해 본연의 역할을 버린 많은 언론들에게 보란 듯이 ‘언론이란 이런 거다’라며 우리들 앞에 우뚝 섰다.

그런 그가 며칠 전 마지막 ‘편집국장의 편지’를 썼다. 「시사IN」 편집국장을 맡고나서 자신이 쓴 글이 독자들에게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며 무릎을 치거나, 새삼 깨달았다며 머리를 주억거리길 바랐단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일주일 내내 우울하게 지냈단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기엔 독자들이 받은 감동이 너무나 크다. 답답할 때마다 그의 글을 읽고 통쾌해하는 사람들이 있고, 머리가 아플 때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머리를 맑게 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글의 힘이라는 게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매주 그의 맛있는 글을 기다렸던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의 마지막 편지는 상당히 아쉬운 일이다. 글의 끝머리에 단 “고생 끝이지만, 행복도 끝이다”라는 구절은 같은 편집국장으로서(직책만 같지만) 뼛속까지 깊게 와 닿는다.

이제 더 이상 ‘편집국장의 편지’에서 그의 글은 만나볼 수 없지만, 다른 곳에서 우연히 그의 글을 보게 된다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다. 더불어 1년 동안 좋은 글을 선물해준 문정우 씨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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